“기계 아닌 사람 중심 방역 체계 구축을”
정운용 부산울산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계속 진행 중이다. 벌써 5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의 피로가 계속 누적되고, 그 끝도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난 9일 인천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이던 의료진 3명이 실신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고, ‘기계가 먼저’인 것 같다. 부산 지역 각 보건소는 ‘이동형 방사선 촬영장비’를 1억 원 가까이 들여 구입했다. 그러나 이 장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고물이 되어 창고에 처박힐 운명이다. 각 보건소는 또 2억 원 가까이 돈을 들여 ‘음압시설 구급차’를 구입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돈을 투입해 각종 장비를 사들일 계획이다.
최근 4개월간 이렇게 2억~3억 원씩 기계 장비를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을 쓰면서도, 인력을 보강하는 데는 전혀 돈을 지출하지 않았다. 2억~3억 원이면 선별진료소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보강하고도 남는 돈이다.
최근 대구시는 코로나19 진료로 고생한 의료진을 격려하겠다면서 ‘드론쇼’를 기획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고생한 대구 지역 간호사들이 아직 위험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전시성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이것이 사람보다 장비, 행사를 우선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이다.
의심 가는 시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선별검사,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접촉자에 대한 속도감 있는 역학조사, 확진자에 대한 최선의 치료.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계와 장비를 사는 데만 돈을 쓸 게 아니라, 사람을 귀중히 여기고, 사람을 챙기는 데 돈을 써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 지자체는 앞으로 다가올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어떻게 인력을 더 보강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시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