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언박싱] 미역이 하트 모양이라고요?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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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미역의 참신한 도전
쫄깃한 식감·깊은 바다향의 매력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 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2>기장사람들

손바닥만 한 하트 모양의 미역 하나로 전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산 기업이 있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에 위치한 ㈜기장사람들(대표 박상호·43)은 기장 특산물인 미역으로 승부를 걸었다. 산모를 위한 건강식이나 조리용이었던 미역을 돌 답례품이나 기업의 고객 관리용 선물로 새롭게 상품화시켰다. 그 중 ‘하트 미역’은 '마음(하트)과 사랑(하트)을 담아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생일뿐 아니라 다양한 기념일의 선물로 인기몰이 중이다.

박상호 대표는 "20g(4인분)의 작은 중량의 미역이지만 '하트 미역'을 선물 받은 고객들은 한결같이 얼굴에 미소를 띤다. 받으면 좋은 '친구' 같은 선물. 미역에도 이런 의미를 담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장 특산물, 미역·다시마로 승부수

기장 특산물, 기장 미역은 예로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우수한 맛과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기장 앞바다는 물살이 세기 때문에 미역 또한 쫄깃한 맛과 풍부한 ‘바다 향’으로 호평이 자자해 전국 곳곳에 퍼졌다.

박 대표가 기장 미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 전 김 전문유통업체에서 일하던 중 거래처를 통해 우연히 기장 미역을 알게 되면서다. 맛과 품질이 보장된 기장 미역 정도라면 사업성도 있으리라 판단했다.

당시 야간대학에서 사이버 무역을 전공하고 있었던 박 대표는 전공을 살려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제작했다. 그리고 김과 미역을 온라인에서 본격 판매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기대 이하. 1주일에 고작 1개 정도의 주문량이었다.

박 대표는 바로 포기할 수 없었다. 매일 저녁 온라인 쇼핑몰 연구에 매진했고,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포털사이트 지식인 서비스에 미역 관련 질문에는 밤새도록 답변을 달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온라인 쇼핑몰 주문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구매 고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무렵인 2009년 초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김 유통업체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사하구 괴정동에 79㎡(24평) 규모의 매장을 차려 기장 미역과 다시마 온라인 판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장사람들' 박상호 대표가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기장사람들' 박상호 대표가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박 대표의 일상은 발품 팔이가 전부였다. 6개월가량 경남 지역의 크고 작은 마트와 슈퍼를 직접 돌아다니며 기장 미역과 다시마 홍보를 겸한 벌크상품(포장하지 않은 제품) 판매에 나섰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업고 밤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정성이 통했을까. 제품의 질을 알아봐 준 소비자 덕분에 마침내 주요 관공서와 유명 기업체 등으로부터 주문이 이어졌다.

2012년 박 대표는 기장군 장안읍 오리의 대룡마을에 ‘기장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2년 뒤 대박 상품인 ‘하트 미역’을 출시한다.

가공 공장도 기장 앞바다가 보이는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로 옮겼다. 공장에는 생산설비 이외에 별도의 전시관을 두고 방문객들에게 미역과 다시마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일하는 14명의 직원들도 모두 기장 주민들로 꾸렸다.


‘하트 미역’ 답례품·선물로 큰 인기

기존의 기장 미역은 산모용이나 재래식 포장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기장 미역을 다른 형태로 판매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하트 미역’이다. 하트 모양의 미역은 ‘사랑’과 ‘마음’을 담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기장사람들’의 시그니처 제품인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착하다. 낱봉 1개(4인분 20g)가 1500원이다.

고객 최정윤(57·중구 중앙동) 씨는 “국을 끓여보면 확실히 맛 차이가 난다. 기장미역의 장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식감까지 쫄깃해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기장사람들의 인기상품 '하트미역'.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들을 위해 선물세트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기장사람들의 인기상품 '하트미역'.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들을 위해 선물세트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기장사람들은 기장 미역을 비롯해 다시마, 건 매생이, 멸치, 다시마 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시마 맛 간장과 맛 육수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기장사람들은 기장 미역을 비롯해 다시마, 건 매생이, 멸치, 다시마 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시마 맛 간장과 맛 육수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기장사람들’은 제품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기장 다시마와 건 매생이, 멸치, 다시마 환 등 10여 종과 더불어 최근에는 다시마 맛 간장과 맛 육수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또 아몬드와 참깨가 들어간 아몬드 김스낵 제품도 간식과 안주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맞춤형 선물세트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고객이 원하면 분량이나 규격과 관계없이 주문하는 대로 제품을 포장해 배송해준다.

온라인 쇼핑몰 후기도 단골들의 평들로 가득하다. 박 대표는 “한 번 구매한 고객은 뛰어난 맛을 알고 다시 주문한다. 출산 때 먹어보았던 산모들이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주문하거나 입소문을 듣고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판매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 초기부터 ‘좋은 품질’ 만을 고수했다. 미역을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튼실한 거래처를 두는 것이 바로 좋은 상품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또 다른 신상품 출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박 대표는 “신상품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기장 미역은 식탁 위의 즐거움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고객들이 맛있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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