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물바다'된 부산…침수·붕괴 피해에 3명 숨져
24일 오전 전날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차량 6대가 고립되고,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초량동 부산역 제1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침수된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밤사이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에 만조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했다. 한순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힌 3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산사태, 옹벽 붕괴, 주택, 지하차도 등이 침수됐고, 도시철도역이 침수돼 기차·전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간당 80㎜ 이상 기록적 폭우…인명 피해 잇따라
24일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밤부터 해운대 211㎜를 비롯해 기장 204㎜, 동래 191㎜, 중구 176㎜, 사하 172㎜ 북항 164㎜, 영도 142㎜, 금정구 136㎜ 등 부산 전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사하구에는 시간당 86㎜의 거센 비가 단시간에 쏟아졌고, 해운대 84.5㎜, 중구 81.6㎜, 남구 78.5㎜, 북항 69㎜ 등 시간당 강우량을 기록했다. 기상청 방재 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내린 시간당 강수량은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수치다.
단시간에 쏟아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오후 10시 18분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겼다. 인근 도로 등에서 한꺼번에 쏟아진 물은 높이 2.5m까지 차올랐다.
당시 차량 6대에 있던 9명은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길이 175m에 달하는 지하차도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태였다. 119 구조대원이 이들을 차례로 구조했으나,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익수 상태로 발견됐으며, 20대 여성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구조·배수 작업을 벌인지 5시간 뒤인 24일 오전 3시 20분께 숨진 50대 남성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 지하차도에는 분당 20~30t의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와 경사로를 타고 쓸려 내려오는 빗물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대 무너지고 급류에 휩쓸려…구조·피해 신고 잇달아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 우동 노보텔 지하주차장에서도 급류가 일었으나, 2명이 무사히 구조됐다. 오후 11시 30분에는 연제구 연산동 아시아드요양병원 지하가 침수돼 갇혀 있던 3명이 무사히 구조됐다.
24일 0시께 금정구 부곡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는 축대가 무너져 약 20t의 토사가 아파트 방면으로 흘러내렸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앞서 23일 오후 9시 45분께는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 한 이면도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구조됐다. 해운대구 반여동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9시 26분께는 수영구 광안동에서 옹벽이 무너져 주택 3채를 덮쳤다. 주택에 있던 2명은 무사히 구조됐고, 인근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용당동 미륭레미콘 앞 도로가 맞은편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막혀 통제됐고, 중구 배수지 체육공원의 담벼락이 넘어져 주차된 차량 4대가 파손됐다. 24일 오전 5시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총 20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만조시간 겹쳐 더 커진 피해
이번 비는 단시간에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시간(오후 10시 32분)까지 겹쳐 침수 피해가 더 컸다. 오후 9시 28분께는 동구 범일동 자성대아파트가 침수돼 주민 30여 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이곳은 지난 10일에도 하천이 범람해 피해를 본 곳이나, 이날 다시 범람해 차량과 주변 일대가 침수됐다. 수정천도 범람해 주변 상가와 주택이 침수 피해를 봤다. 부산시는 동천과 수정천 인근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부산시는 이번 폭우로 동구 43명, 수영구 8명, 남구 6명, 기장군·중구 각 1명 등 이재민 59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3일 밤부터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지하상가와 역사는 인근 도로에서 쏟아진 물에 잠겨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동해남부선 선로도 침수돼 부전∼남창 구간 무궁화호 열차, 신해운대∼일광 구간에서 전철 운행이 중지됐다. 24일 오전부터는 모두 복구돼 정상 운행 중이다.
연산동 홈플러스 인근 교차로, 센텀시티 등 도심 도로 대부분에서 허벅지나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해운대 중동 지하차도도 침수돼 차량 1대가 고립돼 운전자가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도로가 침수된 탓에 시내버스 안까지 물이 들어차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부산 곳곳에서 침수된 차량은 141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초량 1·2지하차도, 부산진시장 지하차도, 남구 우암로, 사상구청 교차로, 광무교~서면교차로 등이 침수되는 등 부산 전역 총 45개소의 도로가 부분 또는 전면 통제됐다.
23일 오후 8시를 기해 부산에 내려진 호우경보는 24일 오전 0시 30분 해제됐다. 기상청은 25일까지 2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