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안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기관사…부산서 첫 산재인정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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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노포차량기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금정구 노포차량기지 전경. 부산일보DB

재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교통공사 소속 기관사가 4년 만에 산재로 인정 받았다. 부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기관사가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최근 법원이 고(故) 곽 모 기관사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4년 부산교통공사에 입사해 22년간 기관사 업무를 해온 곽 기관사는 2016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노조와 유족들은 “징계를 남발하는 부산교통공사의 가혹한 현장 통제가 곽 기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6년 1월 고인이 운전하던 열차에 신호 오취급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징계에 대한 심한 불안감과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당시는 부산교통공사가 현장에 대한 징계를 남발해 기관사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역대 최고조에 달해있었을 때다. 당시 기관사의 징계위원회 회부 비율은 일반 직원의 13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면서 “고인은 동료 기관사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것들을 보며 극도의 불안함을 호소하다 사고 발생 7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곽 기관사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곽 기관사의 죽음이 개인사에 따른 것이라 본 것이다. 유족들은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재조사 역시 불승인 처분이 나자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달 19일 부산지법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의 우울증 발병과 그 악화로 인한 자살에는 업무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은 부당하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기관사 정신건강프로그램’ 등 기관사를 위한 여러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같은 해 발생한 기관사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데 반해, 부산도시철도의 경우 정신건강프로그램 없이 오로지 기관사들 스스로가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법원의 공정한 판결에 환영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근로복지공단이 형평성 있고, 객관적인 재해 조사와 행정처리를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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