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재난지원금에 각 세운 이재명, 與 대권 경쟁 불 댕기나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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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태년 원내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 유동수 정책위수석부의장. 연합뉴스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태년 원내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 유동수 정책위수석부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당정청)가 6일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선별’ 방식 지급에 합의하면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고심 끝에 선별 지급 카드를 꺼냈지만, 여권 내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주는 ‘보편’ 지급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팽팽하다. 지난달 말 리얼미터 조사에선 보편 지원 40.5%, 선별 지급 36.1%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특히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 선두권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경쟁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대표는 물론 정부와도 ‘차별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라 2차 지원금 이슈가 여권 내 차기 대선 레이스를 조기 점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보수 제1야당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이 당정청의 선별 지급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진보 진영의 정의당이 “유감”이라고 평가한 것도 미묘하다.


“당정청 최종 결정 수긍하지만

국민 원망과 배신감 퍼질 것”

文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비판

경쟁자 이낙연 대표와 ‘차별화’


국민의힘 “환영” 정의당 “유감”


모든 국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온 이재명 지사는 이날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선별 지원 방침을 결국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했다. ‘의견이 다르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지사는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 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했다.

당 지도부와 재정 당국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대통령 실명까지 거론한 터라 이 지사가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그동안 1인당 30만 원씩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는 정부가 선별 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4일에도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고 나머지는 선별 핀셋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홍남기 부총리에게 절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지사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문재인 정부’를 거명하며 강한 비판을 가한 것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섣불리 말을 보탤 경우 대립각이 뚜렷해지면서 여권 내 분열이 심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 물밑에서는 적잖이 당혹스럽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야권의 반응도 갈렸다. 정의당은 당정청 선별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재난 수당의 사회 연대적 측면, 신속한 수당 지급의 필요성, 그리고 선별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갈등 배제를 위해서라도 전 국민 보편 지급이 바람직하다”며 “이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에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설왕설래하다 지금이라도 4차 추경편성 요청에 전향적으로 응답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고,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보다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뒤늦게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급 계획을 밝힌 점은 환영한다”고 적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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