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뉴스] 코로나19로 까묵은 운동회, 내년 가을에는 꼭 오이소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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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이어달리기지예. 2001년 9월 21일에 열린 한 초등학교 운동회 이어달리기 모습입니데이. 부산일보DB 가을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이어달리기지예. 2001년 9월 21일에 열린 한 초등학교 운동회 이어달리기 모습입니데이. 부산일보DB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유독 코로나19 때매 몬하는 게 유달시리 많습니더. 그중에 가을운동회도 있네예. 옛날에는 가을운동회 하면 얼라들도 다리몽디이 뿔라질 정도로 뛰놀고예, 어른들도 함께하는 동네 잔치 아니었겠습니꺼. 말그대로 '굿이 한 다래끼'였지예. 그런데 세상도 변하면서 재밌는 게 몽창시리 나오니까네, 가을운동회 열기도 고마 시들시들해지뿐기라예. 그라고 또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쳐뿌가 가을운동회 하는 학교도 드물지예. 그런데 과거에도 가을운동회를 못했던 해가 있었던 거 아십니꺼? 이번에는 추억 속의 가을운동회를 함 들시보입시더.


■아폴로 눈병, 태풍 등으로 중단되기도


가을운동회하면 '포크댄스' '꼭두각시' 같은 매스게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습니데이. 1995년 9월에 촬영된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입니더. 부산일보DB 가을운동회하면 '포크댄스' '꼭두각시' 같은 매스게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습니데이. 1995년 9월에 촬영된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입니더. 부산일보DB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파란 가을하늘, 나부대는 만국기 아래서 운동장에 얼라들이 응원한다꼬 쌔리 고함지르는 가을운동회. 기억나시지예? 특히 옛날에 초등학교(이전 국민학교)에서 운동회 열렸다카면 학생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학교도 안 드간 얼라들까지 무작빼이로 운동장에 몰리가 놀았다 아입니꺼. 당시 운동회 때도 주종목은 달리기, 줄다리기, 공굴리기로 요즘하고 비슷하고예, 차전놀이, 매스게임 등등 볼거리도 많았지예.

근데 1975년에 정부가 운동회를 전면 금지한 사례가 있었어예. "얼라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잘 노는데 만다꼬 못하게 하는교?"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낍니더. 이유는예, 가을운동회 비용인 '학교잡부금' 징수가 금지됐기 때문이랍니더.


가을운동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공굴리기지예. 1997년 9월 19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운동회 모습입니더. 부산일보DB 가을운동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공굴리기지예. 1997년 9월 19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운동회 모습입니더. 부산일보DB

사실 가을운동회 비용을 학부모들한테 거둬서 학교가 욕을 테베기로 얻어묵기도 했지예. <부산일보> 1956년 10월 27일 자 사설 '교육이 형식에 치우쳐선 안된다'를 보면은 "운동회의 상품을 마련하기 위하여 학부형 가정을 방문하여 금품의 기부를 청한다"면서 "그러한 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갖지 못한 학부형들의 심정은 어떠할까"라고 따끔하게 비판하지예. 심지어 경비 부담을 한 학부형에게는 운동회 당일 좌석도 마련해주고 음식도 대접해줘서 돈을 못 낸 가정 얼라들 동심에도 상처를 줬다안캅니꺼.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가을운동회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산일보> 1976년 9월 4일 자 지면입니데이. 부산일보DB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가을운동회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산일보> 1976년 9월 4일 자 지면입니데이. 부산일보DB

정부가 1975년 학교잡부금 징수를 금지하면서 가을운동회를 못해 얼라들도 뿔따구 났겠지만, 다행히도 이듬해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운동회가 다시 부활했습니데이. 당시 문교부는 운동회 개최 때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운영비를 30% 인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예.

전염병 때매 가을운동회를 못했던 때도 있었던 거 아십니꺼? 코로나19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예, 2002년에는 경남 지역 학교에 '아폴로 눈병'이 싹 돌아뿟다 아입니꺼. 거기다가 태풍 피해도 억수로 컸고예. 특히 아폴로 눈병으로 경남도내 261개교가 임시휴교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데이. 2003년 9월에는 태풍 '매미'가 부울경 지역을 초토화시키뿌면서 이때 가을운동회도 고마 물건너갔습니더. 얼라들 참말로 서분했을낍니데이.


1990년 9월 20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에서 '사다리통과달리기'를 하고 있는 얼라들 모습이라예. 부산일보DB 1990년 9월 20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에서 '사다리통과달리기'를 하고 있는 얼라들 모습이라예. 부산일보DB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을운동회

머 세상 만사 다 마찬가지겠지만, 가을운동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뀝니더. 어른들 기억 속 가을운동회 최고의 먹거리가 삶은 계란, 밤 등이었다카네예. 먹을 것도 항그 생기면서 운동회 음식도 점점 다양해졌습니데이. <부산일보> 2003년 10월 9일 자 기사 '밤·달걀에서 치킨·족발로'는 2000년대 초반 당시 운동회 음식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네예. 기사를 함 볼까예.


가을운동회 먹거리 변천사를 보여주는 <부산일보> 2003년 10월 9일 자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가을운동회 먹거리 변천사를 보여주는 <부산일보> 2003년 10월 9일 자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밤과 달걀은 이미 운동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 반면 김밥은 요즘에도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밤과 달걀의 자리는 통닭과 족발, 그리고 햄버거 등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 푸드가 차지했다. 여기다 갖가지 과일 야채를 버무린 샐러드까지 운동장에 등장했다."

어디 변하는 게 먹거리뿐이겠습니꺼. 온종일 하던 운동회가 퍼뜩 끝나버리기도 하고예, 프로그램도 다양해졌지예. <부산일보> 2007년 10월 11일 자 보도 '바뀌어가는 가을운동회'에는 달라진 운동회 풍경이 잘 드러나 있네예. 기사를 보니 운동장에 돗자리 깔고 궁디 좀 붙이고 있으니까네 운동회가 오전 중에 끝났뿟고,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더.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운동회도 이리 바뀠다카니 우짤 수 없지예.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변해버린 가을운동회 풍경을 전하는 <부산일보> 기사지예. 부산일보DB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변해버린 가을운동회 풍경을 전하는 <부산일보> 기사지예. 부산일보DB

변해버린 운동회의 '끝판왕'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가을부터입니더. 그래도 운동회 한다카면 학부모들이 선생님 고생하신다고 도시락도 준비해 드리고 했는데, 고마 물도 못주는 시대가 되뿐거지예. <부산일보> 2016년 10월 17일 자 기사 '물 한 병도 안돼요, 달라진 가을운동회'에는 "각종 간식과 물따위를 보내오는 학부모들의 손길이 '뚝' 끊겼고, 학교들 역시 관련 단체 문자메시지와 가정 통신문을 잇달아 보내며 몸을 낮추고 있다"고 바뀐 상황을 전하고 있슴더.


가을운동회를 언급한 언론 보도가 2011년(196건)을 정점으로 쭉쭉 떨어지고 있네예.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가을운동회를 언급한 언론 보도가 2011년(196건)을 정점으로 쭉쭉 떨어지고 있네예.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을운동회의 사회적 관심도 떨어진 게 사실입니더. 가을운동회 관련 언론 보도 횟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만 보면 알 수 있지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해 199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0월 23일까지 54개 언론사에서 가을운동회를 언급한 뉴스 통계를 함 뽑아봤지예.

2011년 196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그담부터 보도 횟수가 사부작이 줄더만 올해는 꼴랑 16건만 언급됐네예. 세상이 변하면서 가을운동회를 대체할만한 것들이 그만큼 많아진 거겠지예. 그래도 그때 그시절 가을운동회가 억수로 그립습니더. 내년에는 우리 아들 딸이 시원한 가을바람 맞으며 운동장을 냅다 뛸 수 있을까예?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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