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男걷는女]벼락도 두렵지 않다, "나는 금정산 산지기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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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고봉 금정산 고당봉서 잠자기
34년째 매일 금정산 타는 유진철 씨
안전한 산행 책임지는 북부서 구조대
시민안전, 자연보호 위해 불철주야
'감사합니다' 한마디가 큰 힘이 돼

"거기서 왜 자노?" "여기서 잠이 올까?"

'불면의 시대'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다양한 현장, 그 속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과 접선하는 '잠'입취재.

시끄럽거나 조용하거나, 덥거나 춥거나, 열악하거나 호화롭거나. 어디든 눈을 감고 자겠습니다. 저는 '자는 남자'입니다. 잘자요~


<801.5m의 위엄> -체험기-

■ 배부른 배낭

자는 게 가장 쉬운 거 아니냐고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 어디든 머리를 대면 잠에 빠지는 남자. '본캐'는 기자. 2주에 한 번씩 '부캐' 잠만용(이하 '용')이 되기로 했다. 잠을 잔다고? 예능인지 다큐인지는 불분명하다. 자는 거다. 그냥.

제작진은 용에게 '선물'이라며 등산 세트를 건넸다. 옷은 화려했다. 용은 생각했다. '아 드디어 산으로 나를 부르는구나.' 3월을 맞아 날씨도 풀렸겠다 등산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가을 단풍철에나 어울릴 법한 화려한 주황색에 파란 등산가방. 부장은 용에게 히말라야를 등정하고 온 '등산스틱'까지 빌려줬다. 복장만 보면 최소 지리산 종주 정도는 해야 할 텐데, 목적지는 '부산의 진산'이라 불리는 해발고도 801.5m 금정산이다.

용은 제작진이 준 가방에 전날부터 차곡차곡 먹을 것을 채웠다. 컵라면,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보온병, 오이, 김밥, 에너지바, 사탕 등.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던가. 중학생 때 이후 산을 가본 적이 없는 용. 어디서 본 건 많다.


화려한 등산모자, 알록달록한 등산복, 화룡정점을 찍은 '시그니처' 침낭까지. 언뜻 보기에는 백록담, 노고단도 등반할 기세지만 속마음은 쉴 곳만 찾는다. 화려한 등산모자, 알록달록한 등산복, 화룡정점을 찍은 '시그니처' 침낭까지. 언뜻 보기에는 백록담, 노고단도 등반할 기세지만 속마음은 쉴 곳만 찾는다.

■ 열정은 개뿔

'열정, 열정, 열정.' 한 유튜브의 산악회 영상. 그들은 열정, 열정, 열정을 외치며 힘차게 등산을 시작한다. 요즘 유행을 재빠르게 파악한 용은 카메라가 돌자마자 열정 삼창을 한다. 파란 가방에는 용의 시그니처 침낭이 질끈 동여매져 있다. 산은 어느 장소보다 침낭과 잘 어울린다. 물론 가장 초보 루트인 금정산 북문 코스에서 침낭을 든 사람은 찾기 힘들다. 한 걸음, 한 걸음, 산 초입으로 진입하자마자 발목 뒤쪽 햄스트링부터 앞쪽 허벅지까지 저릿함이 올라온다. 산을 알리는 큼직큼직한 바위들이 용의 눈에 김밥, 라면 상을 차릴 수 있는 평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등산 시작 7분이 갓 지났다.

좁은 산행로 탓에 하산하는 '프로등산러'들과 마주친다. 이들은 물 한 병 들고 매우 가벼운 표정으로 발을 옮긴다. 등산인들은 침낭까지 들쳐 멘 용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고당봉까지 얼마 남았어요?' 마주치는 사람마다 용은 묻는다. 답은 같다. "얼마 안 남았심더." "쪼매만 가면 됩니더." "다 왔심더." 다 왔다는데 저 멀리 봉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등산 시작 25분. 용은 크나큰 바위 사이를 뚫고 데크 구간에 진입했다. 데크 계단을 오르자 '비상식량'이 든 가방이 더 앞으로 쏠린다. 그래도 뒷걸음질, 옆걸음질 쳐가며 용를 촬영하는 제작진도 있는데. 용은 애써 밝은 척 웃는다. 땀은 비 오듯 흐른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이 데크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어떻게 옮겼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찰나. 사람들이 몰려 있는 봉우리(고당봉)가 눈에 들어온다. 고당봉 앞 '할매산' 금정산의 기도당도 보인다. 기도하는 집이 보이면 바로 코앞이라며 용에게 조언을 하던 회사 선배들이 떠올랐다. '다 왔구나.'

용은 무릎을 짚고 40걸음을 옮겨 고당봉에 오른다. 태어나서 오른 산 중에 가장 높은 산. 고당봉 표석이 해발 801.5m임을 알린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증샷을 찍고 누울 자리를 찾는다. 고당봉 옆 전망대 인근 한 바위틈. 겉으로는 불편해 보이지만 몸을 뉘자 바로 노곤해진다. 자리를 잡고 가방에 든 음식들을 꺼낸다. 라면, 김밥. 오이. '금강산도 식후경.' 이 말은 틀리다. 산을 오르고 난 뒤에 먹어야 맛있다. 정상에서 먹는 김밥, 라면은 아래에서 먹는 것과 맛이 다르다.


제작진과 컵라면을 나눠먹고 있는 잠만용. 미지근해진 물로 데운 컵라면도 정상에서 먹으니 '미슐랭' 부럽지 않다. 제작진과 컵라면을 나눠먹고 있는 잠만용. 미지근해진 물로 데운 컵라면도 정상에서 먹으니 '미슐랭' 부럽지 않다.

눈을 감자 아무 기억이 없다. 용의 수면을 목격한 제작진은 5화 만에 드디어 코골이를 들었다. 40분이 흐른 뒤 비로소 용은 기지개를 켠다. 이후 다시 침낭 속으로 몸을 웅크린다. 용은 일어나기가 싫었다. 온몸이 개운하면서도 나른했다. 돌 평상은 돌침대 부럽지 않았다. 눈을 뜨고 몸을 반쯤 일으키자 눈앞에 화려하면서도 평온한 산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게 자연이구나.' '이게 힐링이구나.' 문득 얼마 전 만난 금정산을 매일 타는 한 선생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금정산은 부산을 품어주는 산입니다. 잠을 자거나 잠시 쉬어도 몸 상태가 다를 겁니다.' 맞았다. 용은 금정산의 품에 안겨 잘 잤다. 오늘 하루도. 아니, 오늘 하루는 평소보다 더 잘 잤다.


경사진 돌 틈은 보기에는 위험해보이지만 매우 편안하다. 용은 부산의 '진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경사진 돌 틈은 보기에는 위험해보이지만 매우 편안하다. 용은 부산의 '진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금정산지기들> -취재기-

■ 벼락 맞은 산

아침부터 쏟아지던 빗줄기는 저녁이 되자 더 굵어졌다. 천둥 번개는 연신 땅을 때렸다. 창밖의 어둠을 배경으로 20~30분에 한 번씩 번개가 내리쳤다. 비는 매서웠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오후 10시. 집 안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유진철 씨(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는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천둥 소리가 잠자리를 괴롭혔다. 그날 오후 금정산성 동문에서부터 봤던 천둥은 기묘하다 못해 이상했다. 모두가 무더운 여름 '비 한번 시원하게 내린다'며 서둘러 산을 내려갔지만 유독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루루쿵쿵.' 2016년 8월의 첫날이었다.

다음 날 유 국장은 여느 날처럼 파란 등산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등산화가 진흙에 푹푹 파여 빨리 걸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은 조급했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반쯤 뛰다시피 웅덩이를 지났다. 눈은 바삐 산 전체를 훑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 틈 옆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 있다. 습관처럼 전날 내리친 벼락에 혹여나 나무가 쓰러지지는 않았을까 유심히 살폈다. 번개가 치면 이따금 나무는 벼락을 맞곤 했다. 등산로를 가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다행히 나무는 멀쩡했다.

"고당봉(표석)이 넘어진 것 같은데요." 한 6부 능선쯤 지났을까. 새벽 산행을 끝내고 하사하던 등산객은 신기한 광경을 봤다는 표정으로 고당봉의 안부를 전했다. 유 국장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떻게 넘어졌는지, 지금 상태는 어떤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가로 60㎝ 세로 40㎝ 높이 1.2m. 1994년 12월 세워진 부산 '진산' 표석은 그날 벼락을 맞았다. 원래 있던 위치에서 밑으로 1m가량 굴러떨어진 상태로 놓인 표석. 뒷면에 쓰인 문구의 3분의 1은 완전히 깨졌다. 유 국장은 금정산순찰반에 곧장 고당봉의 비보를 알렸다. 이후 출입 통제선이 세워졌다. 그로부터 2개월. 시민들은 1억 3000만 원을 모아 고당봉 표석을 다시 세웠다. 성금을 모은 시민들의 이름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함께 새겨졌다.


벼락 맞은 부산 금정산 고당봉 표지석. 전국 어느 산에서도 표지석이 벼락을 맞은 사례는 없다. 벼락 맞은 부산 금정산 고당봉 표지석. 전국 어느 산에서도 표지석이 벼락을 맞은 사례는 없다.

■ 국장, 위원장, 단장

"여기 골프장을 세운다고요? 아무리 사유지라도 그렇지 그건 안 됩니다"

"우리 모임이라도 만들어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어디 동네 뒷산도 아니고 부산의 모(母)산 아닙니까?"

34년 전, 금정산 중턱 50만 평 부지에 한 기업이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목소리를 낸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줄곧 유 국장은 금정산을 탔다. 금정산으로 가는 28개의 코스. 양산, 범어사, 북구를 번갈아 가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산을 탄다. 정상 정복이 모든 산악인의 목표라지만 유 국장은 고당봉에 오르는 것을 산행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 비가 올 때는 배수로가 괜찮은지 눈이 올 때는 제설 작업이 제대로 됐는지 살핀다.

사람들은 유 국장을 다양하게 부른다. 국장으로 부르는 사람도, 위원장으로 부르는 사람도, 단장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가 금정산을 40여 년간 타며 가진 직함만 13개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범시민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환경감시 단장, 금정산보존회 사무국장. 유 국장은 어떤 호칭이든 개의치 않는다. 용은 보존회 사무국장 자격으로 그를 과거 본 적이 있기에 국장이라고 부른다.

유 국장은 산을 타면서 가끔씩 어린 시절 고향을 떠올린다. 밀양의 마을이 수력발전소를 짓는다고 매몰된 뒤 유 국장은 실향민이 됐다. 자연을 그대로 두라고 더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그는 금정산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작은 수고비라도 받아본 적이 없다. 고당봉을 다시 세울 때 자문료를 준다길래 "돈 받을려고 이거 합니까, 시민들이 낸 성금을 저 말고 다른데 쓰라"고 역정을 냈다. 억척스러워 보여도 그게 맞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금정산 고당봉 새 역사 세운 그대 이름 영원히 간직하리.' 유 국장은 여태껏 받은 많은 감사패, 표창장 중 고당봉 표석 재건립 후 받은 감사패를 가장 아낀다. '금정산 고당봉 새 역사 세운 그대 이름 영원히 간직하리.' 유 국장은 여태껏 받은 많은 감사패, 표창장 중 고당봉 표석 재건립 후 받은 감사패를 가장 아낀다.

■ 매의 눈

최근 들어 정부가 금정산 국립공원을 추진하면서 유 국장의 '매의 눈'은 더 민감해졌다. 관리가 잘 돼 있어야 국립공원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유지가 80%가 넘는 산인 만큼 이렇다 할 개발이 어려워지는 국립공원 지정에 토지 소유주들 반대도 만만찮다. 하지만 국립공원이 되면 금정산이 더 나아질 거라는 걸 알기에 유 국장은 더 강하게 주민들을 설득하고 언성도 높인다. "뒤통수 조심해라", "왜 남의 일에 참견이냐" 같은 말을 쏟아내는 사람과 매번 부딪힌다.

2015년 산 중턱에 갑자기 생겨난 시멘트 도로. 그린벨트 지역이었는데 허가 없이 누군가가 도로를 내고 있었다. 한 암자에서 절로 가는 길을 닦은 것이다. 시멘트로 '떡칠'된 산길의 길이를 줄자로 직접 측정했더니 1.2km가 넘었다. '산허리'를 도려낸 길. 유 국장의 헌신으로 지금은 시멘트 대신 구청이 심은 작은 묘목들이 길을 대신하게 됐다.


금정구청이 그린벨트 보호를 위해 심은 묘목. 유 국장은 나무를 보며 당시 '투쟁'하던 추억에 잠겼다. 금정구청이 그린벨트 보호를 위해 심은 묘목. 유 국장은 나무를 보며 당시 '투쟁'하던 추억에 잠겼다.

■ 4족산행

"딩동딩동, 드르르." 지난해 11월 11일 저녁 6시 대원들이 숟가락을 들려던 찰나. 북부소방서 구급대에 출동이 걸렸다. 당직 대원들은 모두 2층 식당에서 1층으로 내달렸다. 흔히 아는 소방차와 유사하게 생긴 구조공작차에 3명의 대원이 올라타려는 순간 출동지역이 다시 공지됐다. "구조 상황. 금정산 조난." 차로 7km. 2011년 구조대원이 된 조주태 반장은 누구보다 빨리 상황을 직감했다. '하산 도중에 길을 잃었구나.' 옆자리에 있던 성열호 반장은 카카오톡으로 조난을 당한 시민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카카오톡 지도로 위치를 보내주세요.'

산에서 길을 찾는 건 구조대원이나 시민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산에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 숫자들이 있지만 범위가 넓어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위치를 공유한다. 구조를 요청한 사람은 4명. 카카오맵을 통해 확인한 이들의 위치에는 등산로가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가게 됐을까.' 조 반장은 로프와 함께 혹시나 필요할지 모를 방한용품 등을 챙겼다. 다행히 부상은 없다는 신고 내용. 대원들은 고마웠다. 고마움은 로프를 들지 않아도, 간이 들것을 들지 않아도 돼서가 아니다. 부상이 없다는 건 무사하다는 의미다.

.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금정산 북문 초입에 도착했다.

"길이 없네, 질러야겠다."

"그라죠. 일단 제가 앞장서서 길을 보겠습니다."

산책길이 아닌 곳. 구조대원들은 길이 없는 수풀을 헤치고 가기로 했다. 산을 가로지른다는 건 급하고 위험하다는 의미다. 산을 가로지르는 데는 두 발 아닌 네 발이 필요하다. 바위와 진흙으로 이뤄진 산. 헬기도 뜨기 어려운 시간대. 90% 이상의 구조는 구조대원들이 짊어진 간이 들것, 20~30kg 무게의 로프로 이뤄진다. 가시나무마저도 좁은 길을 오르는 대원들을 찌르며 방해한다. 무엇보다 천천히 가서는 안 되고 돌아오는 길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 산을 가로질러서 올라갔으면 내려올 때도 가로질러서 내려와야 한다. 숨이 가빠온다. 경사도 가파르다. 두 발에다 두 손도 함께 쓰인다. 반쯤 기듯이 '4족보행'이어야 겨우 올라갈 수 있다. 다리 힘만으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기 벅차다.

"여깁니다, 여깁니다."

"힘들어서 말 못합니다."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힘듭니다. 말 시키지 마세요."

구조자를 만났으니 하산을 해야 한다. 조난자와의 동반 하산은 '4족산행'의 진수다. 산책로가 아닌 길로 하산하기에 대원들의 맡은 임무는 다르다. 먼저 2명의 대원은 선발대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 길을 개척하지 않는 한 명의 대원은 조난자와 밀접하게 붙어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길이 가파르고 디디기 힘든 바위틈 사이에서는 구조대원의 손 위에 조난자들이 발을 디딘다. 중간중간 '얼마 안 남았다'고 기운을 불어넣는 것도 구조대원의 일이다. 4명의 조난자는 그렇게 4시간이 걸려 금정산에서 하산했다.


들 것 메고, 로프 들고, 길 없는 산으로 출동하는 구조대원들. 기다리는 사람의 1분 1초는 초조하고 길다는 것을 알기에 향상 조금 더 서두른다. 들 것 메고, 로프 들고, 길 없는 산으로 출동하는 구조대원들. 기다리는 사람의 1분 1초는 초조하고 길다는 것을 알기에 향상 조금 더 서두른다.

■ 고맙습니다

금정산을 오를 때마다 조 반장은 구조자에게 '말 시키지 말라', '너무 힘들다'는 말을 건넨다. 특전사 출신의 강체력인데도 힘들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구조를 기다린 사람들 입가에는 웃음이 흐른다. 긴장과 두려움이 조금 해소됐다는 안심의 미소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하는 구조자도 있다. 구조대원들은 안다. 구조대를 기다리는 이의 1초는 보통의 1초보다는 더 느리고 더 초조하다는 걸.

부산에는 산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전담하는 구조대가 없다. 금정산에서 발생하는 조난자 등의 구조는 금정산이 뻗어 있는 동래, 금정, 양산소방서에서 나눠 맡는다. 심각한 부상을 입는 구조자가 생기면 특수구조단에서 헬기를 띄운다. 지난해 88건의 구조·조난 신고가 있었는데 90%가량을 3개 소방서에서 출동했다. 그중에서도 북부소방서 구조대는 북구 산성마을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만큼 출동도 잦다. 8명이 한 조로 이뤄진 구조대는 3교대 근무를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금정산을 오르는 게 북부소방서 구조대의 일이다.

용은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소방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화재 현장. 불길을 막 잡고 나온 소방관이 검게 그을린 얼굴로 길 한 켠에서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던 모습.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뭔가 안 됐다'는 생각도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이날 만난 구조대는 컵라면 먹는 소방관 사진 이야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사회의 동정 어린 시선에 건장한 소방관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들은 3교대로 일하고, 쉬는 날에도 체력 유지를 위해 운동을 한다.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니고 불쌍한 일이 아니다. "국민을 구조하는 게 구조대의 일이고 저희는 프로 아입니까"라고 말하는 이들. "오히려 많이 안 다치고 저희를 기다려주시면 저희가 감사한 일이다"고 말하는 대원들. 출동 알람 소리에 온몸이 반응하는 사람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산으로 향해도 유머를 잃지 않는 소방관들.

어떤 조건없이 매일 금정산으로, 화재 현장으로 향하는 이들에게 동정어린 시선 대신 '고맙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고생 많으십니다.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들것에 신고자를 눕히고 내려올 때는 온몸에 땀이 억수같이 쏟아진다. 용은 그게 가능하냐고 계속 묻자 '백문이불여일견'이라며 구조대원들은 용을 들것에 눕혔다. 들것에 신고자를 눕히고 내려올 때는 온몸에 땀이 억수같이 쏟아진다. 용은 그게 가능하냐고 계속 묻자 '백문이불여일견'이라며 구조대원들은 용을 들것에 눕혔다.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는 반장님들. 그들의 힘찬 포즈. 덕분에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금정산에 오를 수 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는 반장님들. 그들의 힘찬 포즈. 덕분에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금정산에 오를 수 있다.

P.S 금정산을 지키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등반하고 두 발 뻗고 잤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촬영·편집=이재화·김보경 PD, 진유민 작가, 김서연 대학생인턴

그래픽=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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