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길고양이와 함께 살 수는 없을까요?
길고양이와 공존 위한 '급식소'와 'TNR' 사업들
부산시 매년 약 20개 길고양이 급식소 추가 제작
부산 TNR 비율은 10% 수준…서울 한참 밑돌아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한 중학교 옆 조그맣게 조성된 쌈지공원. 이 공원 수풀 사이엔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가 놓여있습니다. 지난 13일 이곳을 찾아가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쉼터 위에 앉아 기자를 반깁니다. 2kg쯤 돼 보이는 녀석은 몸을 웅크린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경계태세를 갖추더니 안전한 사람이란 걸 느낀 건지 이내 다시 휴식 자세를 취합니다. 사람들이 마련해 준 쉼터 덕분에 잠시나마 경계를 풀고 고단한 하루를 달래봅니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2~3년 남짓. 길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각종 질병에 노출돼있고, 도심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굶주림에 허덕입니다. 길 위의 영역 다툼으로 입은 상처가 곪기도 하고, 도로 위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하지 못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특히 칼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겨울엔 더욱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잠깐이라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사막 위 오아시스’ 같을 겁니다.
부산시는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매년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20개를 만들고, 올해도 24개를 추가했습니다. 캣맘‧캣대디들이 각 구·군청에 신청하면 시가 적절한 장소에 급식소를 설치합니다. 민원 발생 가능성이 적은 공유지나 길고양이가 많아 급식소 효과가 큰 곳에 우선 만듭니다. 또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이 잦은 곳은 피한다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 공공기관 근처나 공원 등에 급식소가 있습니다. 급식소가 설치되면 캣맘‧캣대디들이 사료와 물을 채우고, 주변 청소도 맡습니다.
시가 제작한 급식소는 사설 급식소보다 이웃과의 실랑이가 덜한 편입니다. 설치할 때부터 민원 발생 소지가 적은 곳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길고양이 보호단체는 지자체가 제작한 것도 한몫한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시가 공원이나 관공서 위주에만 급식소를 둘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갈등이 치닫는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에 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박혜경 대표는 “아직도 길고양이 밥 주는 걸 범법행위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자체가 설치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공존을 위한 홍보 효과도 있다”면서 “부산은 ‘지자체 급식소’가 관공서 위주로만 설치돼 있는데, 수도권에서는 개체 수 조절에 적극 참여하거나 청소 등 관리가 잘되는 곳은 아파트나 주택이어도 급식소를 설치한다. 부산도 좀 더 다양한 곳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공존법, TNR
길고양이 수명이 짧다지만, 번식력은 매우 강한데요. 고양이는 1년에 두 번 임신이 가능하며, 한 번에 3~5마리 새끼를 낳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성장해 또 번식한다면, 그 개체 수가 어마어마하겠죠. 도심에서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 필수적입니다.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TNR'사업을 시행 중인데요. TNR사업이란,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re)을 한 다음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Returtn) 방식입니다. 길고양이의 생식기능을 억제해 개체 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5000~9000마리에 대해 중성화 사업을 해왔습니다. 서울시는 중성화사업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길고양이 서식 현황 모니터링'도 해왔는데요.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3년 25만 마리이던 길고양이 추정치가 2015년엔 13만 9000마리로, 2019년엔 11만 6000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시·구비를 들여 TNR사업을 실시했는데요. 2018년부터는 국비 지원을 받으면서, TNR 대상 수가 훌쩍 늘었습니다. 다만 2019년부터는 마리당 수술 단가가 비싸지면서 실적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시는 올해 TNR 목표 마리 수를 5763마리로 잡았는데요. 단가 인상으로 인해 실적은 5000마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시 길고양이 수는 19만 5000여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치로 볼 때 부산시의 중성화율은 10% 정도 수준에 그칩니다. 서울시가 22%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현재로서는 개체 수 조절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서울시처럼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부산 동구청이 지난해 부산 최초로 '길고양이 서식환경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벌였습니다.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부산 동구의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범사업은 올해도 지속할 예정인데요. 아직 사업 초기지만, 동구청은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 동물복지단 관계자는 “시 자체의 모니터링을 고려했으나 위탁 사업을 도맡아 진행할 업체를 찾기가 어려웠고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았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기존 사업을 이어가면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도 계속 찾아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함께 공존해나가야 할 존재이지만, 그 방법을 놓고 수많은 갈등이 일고 있는데요. 서울시가 마련한 길고양이 돌봄 기준을 덧붙입니다.
참,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는 6주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7일 편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루가 없는 동안 편집국 공간과 집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우주는 부루가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공간을 분리해 다시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부루의 퇴원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