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늇쓰리] 코로나 시대 가장 안전한 영화관은? ○○○극장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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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늇3[늇쓰리]'는 부산·울산·경남의 이슈를 짧고 맛있게 요리한 '3분 영상뉴스'입니다.


코로나 시대, 제일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영화관에서 마음껏 팝콘을 먹으며 웃고 즐기기. 그러나 영화관에 가기로 마음먹는 것조차 불편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2시간 남짓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고역 탓에, 영화관을 더 찾지 않게 되었죠.


이런 시기에 영화관에서 안전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정답은 자동차극장입니다.

밀폐된 차 안에서는 마음껏 먹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며 영화를 볼 수 있죠. 부산에는 자동차극장이 있을까요?


2016년 이후로 부산에는 자동차극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6월 10일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자동차극장이 생겼습니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다시 떠오른 자동차 극장. 오늘 늇쓰리의 주제는 ‘자동차 전용극장의 부활’입니다.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인’ 극장은 1933년 이날 뉴저지주 캠던에 문을 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리처드 홀링스헤드. 그는 좌석이 불편해 일반 극장에서 영화 보기가 힘든 어머니를 위해 차 안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에 스크린을 걸고 영사기를 돌렸습니다. 여러 차가 동시에 볼 경우 화면 각도도 생각했죠. 어느 정도 성공을 확신한 그는 같은 해 5월에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초기 자금 3만 달러가 소요된 드라이브-인 극장의 입장료는 차 1대당 25센트였습니다.

드라이브-인 극장은 그 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그러나 TV 보급이 확대되고, 대형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자동차극장은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부산에도 해운대 씨네파크와 을숙도 부산시네마가 있었지만, 각각 2009년과 2016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관객수가 급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영화관이 포함되면서 관객 감소세는 더 커졌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2월 영화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9%나 감소했습니다.


그 반작용으로 자동차 전용극장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요. ‘집콕’에 지친 사람들이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고, 각 차량 안에 격리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선 관객들이 콘서트를 차 안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부울경 최대 규모의 자동차극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기장읍 시랑리 287번지 일대 들어선 ‘롯데시네마×드라이브 오시리아(Lotte Cinema×Drive Osiria)’인데, 부산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극장입니다.


1만 4005㎡ 드넓은 부지에, 가로 25m, 세로 13m 초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스크린보다 가로가 1m 더 길다고 하네요. 부울경 자동차극장 중 동시에 입장 가능한 차량도 약 300대로 가장 많습니다.

영화는 평일과 주말 모두 오후 8시와 11시, 두 차례 상영될 예정입니다. 영화 예매는 롯데시네마 홈페이지에서 진행할 수 있고, 현장 발권도 가능합니다. 가격은 인원과 관계없이 차량당 2만 2000원입니다.


취재진도 직접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자동차 전용극장에 가봤는데요. 일반 영화관 만큼이나 자동차 전용극장 에티켓도 중요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라이트가 완전히 꺼지지 않는 차량은 헤드라이트를 가리는 천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다른 관람객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SUV 차량은 사이드 쪽이나 뒷줄에 자리 잡게 됩니다. 또 시동을 켠 상태로 있다 보니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면 후미등이 켜지는데, 뒷차량 관람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에티켓을 지킨 후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자 거대한 스크린에서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일반 영화관보다 잘 보이지 않을거라는 우려와 달리 화면은 깨끗했고 사운드도 생생했습니다. 매점에서 산 팝콘을 먹으며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보니, 마치 일반영화관의 '커플석'에 앉은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지난해 자동차극장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확인됐습니다. 10~11월 부산항에서 임시로 운영된 ‘2020 드라이브 포트 시네마(Drive Port Cinema)’ 자동차극장에는 연일 만원 차량이 몰렸습니다. 영화를 43회 상영했는데 모두 매진됐죠. 상영 기간을 포함해 한 달 동안 선착순 예매 사이트에 10만 명이 넘게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롯데시네마×드라이브 오시리아는 기장군 다른 관광시설과도 연계될 수 있습니다. 오시리아 관광단지에는 다음 달 ‘스카이라인 루지’, 8월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문을 열어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롯데시네마×드라이브 오시리아도 새로운 관광 자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산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자동차극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함평군에 들어선 자동차극장은 개장 100일 만에 누적 관람차량이 4000대를 돌파했습니다. 통상 차량에 2명의 탑승객이 있다고 가정하면 8000여 명이 다녀간 거죠.


다시 부활하는 자동차극장. 부산에도 안전하고 즐겁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새로 생겼으니 나들이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제작=김보경·이재화 PD / 진유민 작가 / 홍성진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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