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야권 “문화 균형 발전 기회 걷어찼다”… '이건희 기증관' 거세지는 반발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건희 기증관, 정치권도 시끌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일방적인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발표에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데, 여야의 기류가 사뭇 다르다. 앞서 부산·울산·경남(PK) 여야 의원 전원(39명)은 지난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유치’ 발언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지역균형발전과 문화 분권 차원에서 이건희 미술관의 지역 건립을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발표 이후 야권은 강력 반발하는데 반해 부산지역 여권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돌연 태도를 바꿔 지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최형두·전봉민 의원 “강경 대응”

부산시의회 국힘 의원들도 성명

여권은 정부 결정에 이틀째 침묵

문제 제기 실효 없다 판단한 듯

“유치 필요” 때와 달라진 태도

시민 분노에 기름 붓는 꼴 ‘지적’


지역 야권은 전날에 이어 8일에도 정부의 이번 발표를 “수도권 중심주의 발상에 따른 폭거”로 규정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은 8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의 수많은 지역과 시민들이 이건희 미술관의 지방 건립을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어떻게 정부가 최소한의 공론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있느냐”면서 “국회 문체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전봉민(부산 수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절실히 외쳐온 의원으로서 이번 결정은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끝까지 서울 건립을 밀어붙인다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더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 일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황희 장관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공모제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로 지방 발전보다 더 큰 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반 지역균형발전적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질타하면서 특히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11명 위원 중 지역인사는 1명에 불과해 지역 목소리가 반영됐을 리 만무하다”고 부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은 전날 문체부 발표가 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이건희 컬렉션’을 디딤돌로 ‘제2의 빌바오’로 도약하려던 부울경을 비롯한 대한민국 지역 시도민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들은 성명에서 “문체부 발표는 전국 여러 지역이 재정부담을 불사하며 유치 의사를 밝혔는데도, 기어이 국비 1500억 원을 서울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70년 동안 우리 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문화균형발전의 절호의 기회를 문체부가 걷어차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 지역문화분권은 아랑곳없는, 오로지 ‘수도권 중심주의’ 발상”이라며 “안 그래도 코로나 대확산으로 서울 등 수도권이 초비상인데, 문화는 또다시 ‘서울 집중’인가”라고 꼬집었다.

지역 야권의 이 같은 반발과 달리 PK 더불어민주당은 이틀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PK 여권 내부적으로는 정부 방침이 확정된 이후 더 이상의 문제 제기는 실효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재호 의원은 이날 “오늘 황희 문체부 장관과 통화했는데, 이번 결정에는 이 회장 유족들의 뜻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전해왔다”면서 “아무리 정부 권한이라고 해도 기증자와 유족들의 뜻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계속 언급하면 지역민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PK 의원 6명 전원은 지난달 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황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유치 검토’ 발언에 대해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 국무위원의 믿기 힘든 수도권 일극주의적인 발언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제라도 수도권에 집중된 국립 문화예술기관(미술관, 문학관, 극단, 국악원 등)을 지방에 고르게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 사회에서는 “지역 여권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느라 시민 숙원에 대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일각에서는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을 싸잡아 비판하는 기류도 있다. 지역균형발전, 문화분권이라는 지역 설치의 당위만 강조했을 뿐 입지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족들이나 입지 선정 위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설득 작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