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티라미수의 마음
달콤하면서도 풍미 짙은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크림이 사르르 녹으며 입안에 살짝 침이 고인다. 크림이 머금은 단맛은 혀를 지나서 온몸으로 느껴진다. 티라미수(Tiramisu)가 주는 맛이다.
달걀, 설탕, 치즈(마스카르포네), 생크림, 비스킷(사보이아르디), 에스프레소, 코코아 파우더. 티라미수를 만드는 주재료다. 재료가 간단하면서 만들기도 쉬운 편이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커피와 코코아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맛.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랄까.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에선 가장 흔한 디저트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가운데 하나다. 커피와 크림치즈가 버무려진 티라미수는 끌어올린다는 뜻의 ‘티라레(tirare)’와 나를 의미하는 ‘미(mi)’, 위쪽을 가리키는 ‘수(su)’가 합쳐진 단어로 ‘나를 기분 좋게 하다’라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티라미수는 사람의 기분을 붕 뜨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때는 체질이 허약하고 기력이 쇠한 임산부나 어린아이, 노인, 환자의 원기 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도 유명했다. ‘티라미수의 아버지’로 불렸던 이탈리아 요식업자 아도 캄페올(Ado Campeol)이 93세를 일기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캄페올은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의 유명 레스토랑(알레 베케리에)의 주인이었는데, 그의 아내와 식당 셰프가 개발한 티라미수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디저트로 키워 낸 인물이다.
커피를 머금은 비스킷과 마스카르포네 치즈로 만든 이 디저트는 1972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캄페올 부부는 지난 50여 년간 티라미수 제조와 관련해 저작권을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으로 인정받다가 지금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맛볼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티라미수의 유명세만큼이나 그 시작에 대해서는 ‘캄페올 가문이 만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개발했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캄페올의 레스토랑에서 만든 레시피가 정통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레시피를 공유한 캄페올. 그의 ‘마음 씀’에 우리는 티라미수를 먹을 때마다 ‘티라미수’(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되는지 모른다. 코코아 파우더를 입은 티라미수는 가을이 더 제격이다. ‘나(mi)를 끌어당겨(tirare) 다시 위(su)를 향하게’하는 티라미수. ‘위드 코로나’ 시대와도 썩 잘 어울린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