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폭리 막아 달라”… 치솟는 금리에 靑 청원까지 등장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은행들이 지나치게 가산금리를 늘리고 우대금리를 깎고 있다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가계대출 총량이 줄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오전까지 8700여 명이 이 글에 동의했다.
금융권, 규제 후 가산금리 인상
주담대 혼합금리 두 달 새 1%P↑
변동금리도 같은 기간 0.6%P↑
5대 시중은행 ‘역대 최대 순이익’
대출 소비자, 갈수록 반감 확산
실제 최근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이달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P), 0.624%P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2∼4.42%에서 3.97∼5.377%로 올랐다. 두 달 새 최저 금리가 1.05%P, 최고 금리가 0.957%P 등 약 1%P 뛰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5∼4.6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8월 말(3.02∼4.17%)보다 하단이 0.33%P, 상단이 0.51%P 높아졌다.
심지어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지난달 31일 3.47∼4.47%에서 이달 1일 3.68∼4.68%로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P 오를 만큼 상승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
은행 대출금리 급등 요인을 나눠보면,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신규 코픽스도 현재 1.16%로, 8월 말 적용된 신규 코픽스(7월 기준 0.95%)보다 0.21%P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폭이 모두 지표금리 상승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2개월 새 지표 금리의 상승 폭은 아무리 커봐야 약 0.7%P 정도인데, 같은 기간 실제 대출금리는 1%P나 올랐기 때문이다.
나머지 상승분 0.3%P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인 탓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들의 우대금리를 0.3%P씩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NH직장인대출V’의 우대금리가 최대 0.5%에서 0.2%로, ‘올원직장인대출’·‘올원마이너스 대출’의 우대금리가 0.4%에서 0.2%로 줄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 폭을 0.5%에서 0.3%로 0.2%P 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3%)는 아예 없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9월 3∼16일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를 0.3%P나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대출 급증으로 금융그룹과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사실도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역대급 실적의 가장 큰 요인은 여신(대출) 확대와 이에 따른 이자 이익 급증이다.
각 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은 △KB 8조 2554억 원 △하나 4조 9941억 원 △우리 5조 890억 원 △NH농협 6조 3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15.3%, 14.9%, 5.9%씩 불어난 규모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