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 재개발 다툼 ‘4전 4패’ 행정력 낭비·불신 부른 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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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고현항 재개발사업 현장. 주황색 일반상업지 3·4 블록이 사업자의 청구를 인용한 행정심판 결정이 나온 곳이고, 2블록은 심판이 진행 중인 곳이다. 아래 작은 사진은 고현항 재개발 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속보=경남 거제시가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행정처분을 놓고 민간사업자와 벌인 법적 다툼에서 또 졌다. 앞선 3번의 행정소송을 포함해 4전 전패다. 이번엔 주택 공급량 조절을 이유로 일반상업용지 내 주상복합건물 허가를 거부(부산일보 8월 18일 자 11면 보도 등)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석연찮은 행정 행위가 행정력 낭비와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상남도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는 최근 블루아일랜드인거제PFV(주)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청구한 ‘건축 불허가처분 취소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인용’ 재결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기존 불허 처분을 철회하고 관련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한다.

블루아일랜드인거제 불허 심판
경남행정심판위서 사업자 승리
시 처분 재량권 남용·형평 위배
주상복합건물 허가 내줘야 할 판
석연찮은 시 행정이 자초한 결과

블루아일랜드인거제는 앞서 고현항 항만재개발구역 내 일반상업용지 3·4블록에 각각 260세대, 228세대 규모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거제시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재개발구역 내 주거기능을 위한 공동주택용지 14만 9213㎡가 별도로 마련돼 있고 △공동주택 수요량 대비 공급량이 과다해 2017년 2월 이후 장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에 상업용지에까지 공동주택을 허가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불가 처분했다. 주택법이 수익적 처분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재량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당시 거제시의 주장이었다.

반면 사업자는 재량권 행사 범위를 넘어선 과잉 규제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 집행 시 갖춰야 할 형평성·공정성·적법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용지는 애초에 주거·상가시설을 짓도록 계획, 조성된 땅이다. 거제시도 작년 7월 도시관리계획 고시에서 해당 용지는 기숙사를 제외한 공동주택을 건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게다가 시는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이후에도 법령상 하자가 없는 공동주택 신축·재건축을 승인해 왔다. 행심위도 재결서에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이후 7개 단지 5927세대 공동주택 사업을 승인한 점을 들어 ‘488세대를 불허 처분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로 형평의 원칙을 위반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거제시는 ‘고무줄 과세’ 논란을 자초한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소송, 사업자가 공익시설로 기부채납한 배수펌프장·해경 파출소 ‘이행강제금 부과’ 소송, 그리고 이번 행정심판까지 등 고현항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4번의 송사에서 모두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현재 같은 사업자가 제기한 일반상업지역 2블럭 아파트 500세대, 오피스텔 24실, 판매시설 불허 취소 소송 역시, 패소 가능성 높다는 지적이다. 행심위가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한 3·4블록과 같은 용지에 세대 수만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이번 허가 건이 고현항 매립지 내 초등학교 신설 여부와도 직결된다는 점도 거제시로선 부담이다. 현재 주거용지 2블록에는 초등학교 부지가 획정돼 있다. 교육청의 학교 신설 검토는 3800세대 이상일 때 가능하다. 하지만 주거용지 내 아파트를 합쳐도 2900세대에 불과하다. 2블록 허가가 불발되면 학교도 물 건너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존 아파트 수분양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고현항 매립지 아파트 입주를 앞둔 한 주민은 “별도 부지까지 만들어 놓고 거제시 딴죽에 학교가 못 들어온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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