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드 공법에 발목 잡힌 북항 오페라하우스 사업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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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는 북항 오페라하우스 사업이 외관 파사드(facade·건물 정면부) 공법 문제로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페라하우스 건립비가 최근 550억 원이나 증액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데, 공법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당초 예정했던 2023년 초 완공은 물 건너갔다.

6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북항재개발 지구 2만 9542㎡ 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 1617㎡ 규모의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예술센터인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3년 2월이다. 2012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노르웨이 스노헤타사와 일신설계가 설계를 맡았고, 2018년 한진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구조체·외장재 유리 접합 어려움 발생
시, 대안 설계 지시했다 원안대로 번복
총 4개 공법안 도출 불구 또 결정 미뤄
5개월간 건설본부장 3번 교체도 원인
시의회 “부산시 설계 단계서 체크 소홀”
당장 설계 착수해도 준공 지연 불가피

당초 사업비는 2500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토사 처리비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550억 원이 증액돼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산항만공사(BPA)의 건립비 일부 지원 약속이 기획재정부의 거부로 틀어진 상황에서, 부산시의 재정 부담이 더 커졌다.

이에 더해 당초 올 1월 착수했어야 할 건물의 핵심부인 외관 파사드 제작은 물론 설계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준공 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당장 설계에 착수하더라도 완공은 1년 정도 지연될 전망이다.

파사드 제작 공법을 두고 시의 결정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설계 업체는 당초 ‘진주를 품은 조개’를 콘셉트로 바다를 바라보는 정면 외관을 곡면 외피에 둘러싸인 ‘트위스트 박스’ 공법으로 설계했다. 그러나 트위스트 형상의 구조체와 외장재인 유리를 평면 접합해야 하는 이 공법으로는 파사드 제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파사드는 일신설계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W사가 J사에 제작을 맡겼지만, 설계상의 문제로 시제품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3월 시공사에 대안 설계를 지시했지만, 올 6월 설계사가 시공사의 대안인 ‘폴딩 박스’ 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1년 넘게 허송세월하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업 지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면서 부산시는 8월 말부터 사업 관계자들과 공법 콘테스트를 열고 기존 ‘트위스트 박스’ ‘폴딩 박스’ 외에 ‘볼노드’ ‘스마트노드’까지 총 4개 안을 도출했지만, 최종 공법 결정은 또다시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CM)에 미룬 상태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시가 추가로 확보안 대안인 볼노드는 원설계 구현이 불가능하고, 스마트노드는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문제가 있어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 지연은 최근 5개월간 건설본부장이 3번이나 바뀔 정도로 잦은 부산시의 인사이동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공법 선정을 인사이동을 이유로 후임자에게 계속 미루면서 공사가 지연돼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사드 공법 문제와 관련해 부산시건설본부는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또 최근 부산시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지적됐다.

고대영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파사드 공법은 발주처인 부산시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체크를 했어야 되는데 소홀히 했고, 그 이후로도 늑장 행정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오페라하우스는 북항재개발 사업의 핵심 건축물이자 지역 문화예술계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부산시가 지금이라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건설본부 관계자는 “파사드 공법 선정에는 복잡한 요소가 많아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최적의 공법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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