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로나 야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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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더 챔피언/ 친구들이여! 그것이 모든 인류 앞에 놓인 도전이라고 여겨요/ 절대 지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이 세상의 승리자이기 때문이에요/ 우린 끝까지 계속 싸워나갈 거예요.” (퀸의 ‘위아더 챔피언’ 가사)

1985년, 록밴드 퀸의 아프리카 기아 돕기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열렸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보헤미안 랩소디’에 이어 ‘위아더 챔피언’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이 떼창을 하면서 모두 하나가 되었다. 1923년 박람회장으로 문을 연 이래, 9만 명이 한꺼번에 입장할 수 있는 영국을 대표하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비틀스, 마이클 잭슨, 비욘세,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섰던 꿈의 무대기도 하다.

지난해 영국에서 코로나가 대거 확산하자 구단주들은 웸블리와 윔블던, 로드, 트위크넘, 실버스톤 스타디움 등을 코로나 치료 시설로 영국 보건당국에 제공했다.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 아치에 “감사합니다. 의료진 여러분!”이라고 코로나 보건 영웅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장면이 외신에 소개돼 인류에게 코로나 극복 의지와 감동을 주기도 했다. 미국 NBA의 고향인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US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등이 ‘코로나 야전병동’으로 속속 개조됐다. 건물 층고가 높아 환기가 쉽고, 투석과 산소치료, 종합관리 병동을 1층에 설치할 수 있어 의료진 운용 효율성도 훨씬 높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도 확진자 수와 치명률이 높아지면서 병상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투석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신부전증 환자가 심정지로 사망하거나, 환자 가족이 병원 수백여 곳에 전화해 “우리 엄마 좀 받아 달라”고 애걸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20일 병원 테니스장에 모듈병상 48개를 세우기로 결정한 것도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부가 중소종합병원에 코로나 거점병동을 확충하고 있지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1000개 병실 이상의 대규모 임시병동인 ‘스타디움 야전병원’ 설립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반 병원은 일반 환자와 의사, 간호사의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어 의료진 감염이 늘어나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중의 열띤 함성이 사라진 스타디움과 테니스장 야전병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인류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고 ‘위아더 챔피언’ 승리가를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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