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신선한 수산물 백화점… 함께할 인재 구하기는 힘들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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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로 돌아온 청년들, 나를 말하다] 정여울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

(주)웰피쉬 정여울 대표. 웰피쉬 제공 (주)웰피쉬 정여울 대표. 웰피쉬 제공

안녕하세요. 경남 통영에서 수산물 가공 사업을 시작한 정여울(30)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제게 통영은 생경한 지역이었습니다. 연고는커녕 여행 삼아 온 적도 없었죠. 그런 제가 낯선 통영에서, 그것도 수산물로 창업한 것은 지역과 아이템이 갖는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문득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망설였죠. 그러다 2016년 일본 여행에서 그 ‘무엇’에 대한 답을 찾았어요.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렀는데, 충격을 좀 받았죠. 무려 ‘문어숙회’가 있었거든요. 이것 말고도 다양한 간편식으로 나온 수산 먹거리가 정말 다양했어요. 몇 개 사서 먹어보니 비리지도 않고 진짜 맛있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한국에 오자마자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그때 알았어요. 한국이 전 세계 수산물 섭취량 1위 국가라는 사실을. 그런데 정작 간편식은 별로 없는 거예요. 대부분의 수산식품 기업들이 영세하고, 간편식을 대량으로 생산하기엔 기술력도 부족해서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래서 ‘고차가공을 통한 수산간편식’이라면 먹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홀로 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자신이 없었어요.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놓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죠.

(주)웰피쉬 정여울 대표. 웰피쉬 제공 (주)웰피쉬 정여울 대표. 웰피쉬 제공

그때 ‘수산물을 구하려면 어디로 가지’라는 의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떠오른 곳이 ‘통영’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수산물을 좋아해 부모님을 통해 산지에서 주문해 먹었는데, 출처가 바로 통영이었던 거죠.

실제로 통영은 ‘수산물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영 앞바다는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청정해역으로 인정했을 정도로 깨끗해요. 잡히거나 채취되는 수산물 하나하나가 최상급인 건 당연하구요. 종류도 많아요. 사업지를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망설임 없이 통영을 선택할 겁니다.

그렇게 하나, 둘 준비하다 보니 마침내 기회가 왔어요. 작년말 ‘하모펀드’ 투자를 받게 된 거죠. 하모펀드는 경남도가 조성한 사회적가치 투자펀드예요. 덕분에 자금 걱정 없이 기반을 다질 수 있었죠.

창업 후 꼬박 1년 동안은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어요. 같은 곳에서 같은 값을 주고 사 온 수산물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현대인을 위한 프리미엄 수산식’을 목표로 일단 멸치, 붕장어, 명태를 이용한 간편식을 만들었죠.

이중 주력 상품은 장어포예요. 붕장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민하다 발견한 게 ‘말린 장어’였어요. 붕장어는 조림, 볶음, 튀김 등 조리법은 다양했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간편함과 맛’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죠. 붕장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가장 맛있는 양념으로 조리 없이 먹을 방법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제품이 장어포인 거죠.

(주)웰피쉬에서 개발한 간편식 제품. 웰피쉬 제공 (주)웰피쉬에서 개발한 간편식 제품. 웰피쉬 제공

간편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머지않아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에 수산간편식 코너가 생길 거고, 할 일도 많아질 텐데 문제는 ‘사람’이예요. 우리의 비전에 공감하고 목표를 위해서 함께 할 인재를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단언컨대, 수도권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에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죠. 경남의 다른 청년사업가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지, 특정 지역 자체가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란 거예요. 지금 무언가 결정했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세요. 그럼 새로운 길이 보일 겁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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