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 달변가 vs 손짓몸짓 행동파… 빅2 ‘극과 극’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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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날 경기도 성남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3·9 대선일이 임박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후 수백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유세 스타일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 남은 19일 대선 레이스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본 없이 수십 분간 연설
문답법 활용 청중 주목도 끌어내
윤석열, 어퍼컷 등 비언어적 표현
지지자에 거침 없는 스킨십 눈길
즉흥 발언·돌발 행동 우려 감지도

이 후보는 달변가로 알려진 대로 대본 없이 유세차에 올라 집결한 인원들 사이에서 수십 분간 연설을 이어나간다. 공식 선거운동 3일 차에 접어들면서 목이 쉬었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코로나19를 비롯, 지역별 공약과 국가 운영 비전을 조목조목 밝힌다. 특히 이 후보는 문답법을 자주 활용해 청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게 특징이다. 이와 관련, 송영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내공이 쌓인 소리꾼의 판소리 완창을 듣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유세복 대신 정장 차림에 어두운 계열의 외투를 주로 입는다. 대신 파란색 목도리나 신발 등을 통해 포인트를 준 모습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민주당스러움’을 줄여 중도 표심을 노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윤 후보는 손짓과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적극 활용한다. 주먹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히딩크 어퍼컷’과 검지와 중지를 펴고 유권자들을 향해 찌르듯 뻗어내는 ‘브이(V) 세리머니’가 대표적인 윤 후보의 행동이다.

유세 첫날인 지난 15일 출정식때만 해도 윤 후보는 ‘정치 신인’ 티를 벗지 못하고 “연설 때 마스크를 벗어도 되느냐”고 묻는 등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으나 같은 날 오후 부산 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국민의힘 선대본 내부 이야기다. 선대본 관계자는 “부산 유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후 화법이나 행동이 달라졌다”며 “일각에선 이 후보보다 윤 후보가 유세를 더 즐기는 것 같아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동적 유세를 펼치고 있는 윤 후보는 유세차 위에서의 스킨십도 거침이 없다. 지난 15일 대구에서는 오른 홍준표 의원을 와락 끌어안기도 했으며 유세차 주변에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양쪽 모두 선거가 다가올수록 즉흥 발언이나 돌발 행동 등의 가능성이 있어 당내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사망사고도 많고 사업자와 노동자 간 갈등도 격화돼 분쟁이 많았는데 그때 이게(택시) ‘도시의 탄광’이라 생각했다”며 “일자리가 없어 마지막으로 가는 게 택시인데 이게 요즘은 그 길도 막히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택시기사를 비하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간담회에서 이 후보가 한 ‘도시의 탄광’ 발언은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한 발언을 이 후보가 받아 택시 종사자를 위한 정책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택시업계가 처한 상황을 공감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불안감이 감지된다. 선대본 관계자는 “정치 초년생이다 보니 현장의 열기에 취해 흥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현장 수행 인원이나 유세에 함께 참여한 의원들이 윤 후보의 발언이나 행동을 주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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