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규모 다른 직장인 2416명 분석…'스펙'과 '업무성과' 관계 없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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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중소·중견·대기업 직원들 성과 분석
"학벌·학점·자격증·영어성적과 관계 없어"
교육의봄, 심포지엄 열고 연구결과 발표
'일머리와 공부머리는 다르다' 통계적 증명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학벌, 학점,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이 좋다고 해서 직장에서의 ‘업무성과’가 높은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22일 광화문1번가 소통공간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직장인들의 주요 스펙과 업무성과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다스아이티·자인원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5개 업종 11개 중소·중견·대기업 직장인 2416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다스아이티 이현주 역량검사 기회·개발 총괄은 이번 연구를 위해 ‘학벌(수능점수), 학점, 자격증, 영어성적, 인적성 검사, 면접 점수 등이 각각 실제 업무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6가지 가설이 모두 기각돼 스펙과 업무성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학벌의 경우 11개 기업 중 9개 기업에서 업무성과와 상관관계가 없었고 2개 기업은 오히려 학벌이 좋을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연령대를 통제한 경우 11개 기업 모두 학벌과 업무성과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다.

학점의 경우 연령 통제 전후 11개 기업 모두에서 업무성과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개수와 업무성과의 상관관계 분석에서는 1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기업에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성적과 업무성과 사이에도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고, 1개 기업의 경우 오히려 ‘음의 관계’를 보였다.

인적성 검사와 면접 역시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어 성과를 예측하는 채용 도구로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성 검사의 경우 조사 대상 3개 기업 모두 업무성과와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고, 면접 점수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업무성과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벌·스펙이 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소위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는 현장의 이야기가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교육의봄 측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학벌·스펙 중심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직무역량 중심 채용으로 전환한 선도적인 기업들의 결정에 강한 근거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기존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의 변화를 독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인적성 검사(372명)와 면접(367명)의 경우 표본이 적고 일부 업종에 편중돼, 좀 더 광범위한 표본을 수집해 2~3차에 걸쳐 추가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교육의봄은 지난 15일 반준석 책임연구원(LG 마그나 인사팀장)의 연구로 국내 한 제조기업 R&D 정규직 800명의 5년간 업무 성과를 분석해, 학벌·학점·토익성적과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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