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일어나 다시 달리면 2등이다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끝났다. 중국 정부와 일부 중국 국민들의 지나친 애국주의에 부실한 대회운영이 겹쳐 여러 나라의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의아한 판정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선수들도 고생했지만 중계방송을 보면서 우리 방송 관계자들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참 성숙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1980년대에 국제대회에 나가면 선수들이 꼭 빠지지 않고 하는 멘트가 있었다. “북한 괴뢰에게는 꼭 이겨야겠다는 각오로…” 방송에서도 꼭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있었다. “우리 선수들 정신력으로 이겨야 합니다.”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가,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미안하지만 정신력으로는 실력을 못 이긴다. 물론 우리 방송과 국민들이 달라졌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솔직히 올림픽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올림픽에 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거늘, 과거에는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못 따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메달을 따더라도 금메달이 아니면 선수들은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메달을 못 따도 금메달이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외국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부실 운영 베이징 겨울 올림픽
한국 국민들 의식 수준 성숙
메달 없어도 금메달 아니더라도
최선 다한 선수에게 격려와 박수
곧 3월 새 출발선에 선 젊은이들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나 달리길
물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만큼의 성적을 못 얻었을 때는 아쉬움도 큰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메달을 못 땄다는 사실보다 선수들의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듯해서 안타까운 것이다. 겨울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종목은 쇼트트랙이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은 과거에 비해 전력이 약해서 큰 기대를 못한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열리고 보니 역시 우리나라 쇼트트랙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인 최민정 선수가 딴 금메달은 참 반가웠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에 참가하기 전에 최 선수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하고 들은 이야기여서 간접화법으로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씨가 최 선수에게 1등으로 달리다 넘어지면 무슨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더니 최 선수는, “지금 다시 일어서 달리면 은메달은 따겠구나”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다. 실제로 언젠가 최 선수는 1등으로 달리다 넘어졌다가 다시 달리다 또 넘어졌으나 또 일어나 다시 달려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고 한다. 최민정 선수가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일 테지만, 기량을 떠나 보통 사람이면 그 순간에 다시 일어나 달릴 생각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제 3월이 오기까지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흔히 3월은 새로운 출발의 시기라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과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새 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을 터고,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들도 있을 터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격려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담아 말해 주고 싶다. 넘어졌다고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서 달리면 은메달은 딸 수 있다고. 한 번 더 넘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더 다시 일어서 달리면 동메달은 딸 수 있다. 메달을 못 따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결승점까지 완주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발점에 선 모든 젊은이들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