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살림숲 옮겨라” 주민 서명운동 나서
‘흉물’ 논란이 일었던 공공미술 조형물 ‘초량 살림숲’을 옮기기 위해 초량천 인근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나섰다.
초량천 주민들로 구성된 ‘초량천을 가꾸는 사람들’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매주 주말 초량천에 설치된 공공미술 조형물 ‘초량 살림숲’ 인근에서 조형물 이전 또는 철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5월 5억 투입한 공공미술
“밤에 지나가면 무서울 정도” 항의
지난 19일 오후 2시께 ‘초량 살림숲’ 앞에 마련된 서명운동 현장에서는 지나가던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서명을 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 동의서 작성에 참여한 이광민(41) 씨는 “조형물을 설치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주민 숙원 사업이던 초량천 개선사업 결과물로 보자니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밤에 지나가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인 ‘초량 살림숲’은 시민이 기증한 살림살이 도구 3000여 개를 쌓아올린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초량천 예술정원’의 대표작으로, 동구청은 지난해 5월 이 작품을 비롯한 조형물과 미디어아트 13점을 예산 5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그러나 ‘초량 살림숲’은 설치 단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흉물’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구청은 지난해 말 ‘초량천 복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향후 초량 복원과 공공미술 운영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초량천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초량천을 가꾸는 사람들 소속 김준태 씨는 “서명운동에 나서보면 많은 주민들이 조형물 이전과 철거에 공감한다”며 “철거는 못하더라도 조형물이 초량천을 가리고 있으니 위치라도 옮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구청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었지만 3개월여 동안 한 차례 현장 청소 외에는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500여 명 동의서를 받았는데, 조만간 서명운동을 마무리하고 구청에 정식으로 동의서를 들고 가 건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초량 살림숲’에 대해 철거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시민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다음 달 구의회에서 시민위원회 활동 지원 근거를 담은 조례를 심의해 제정할 계획이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활동에도 제약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