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51. 수여하는 사람, 받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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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몇몇 말에는 방향이 있다. 이를테면 ‘치달리다’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여 달린다는 말. 해서, ‘산 아래로 치달렸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치달리다의 상대어는 ‘내리닫다’인데, ‘산 위로 내리달았다’고 하면, 역시 말이 안 된다.(‘내달리다’는 그냥 힘차게 달린다는 뜻.)

‘오늘까지 신청서를 접수받아 대상자를 확정한다.’

이 글에서 ‘접수받아’가 어색한 것도 방향성을 어겼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접수(接受): ①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음.(접수 번호./원서 접수./접수를 마감하다.) ②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음.(은행 접수 마감 시간이 다 됐다./자네만 좋다면 부의금 접수는 내가 맡아보면 어떻겠나?<홍성원, 육이오>)

이처럼, 접수는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접수하다’면 몰라도 ‘접수받다’는 어색해지고 마는 것. ‘…미 정부는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특정 업체가 자료를 냈다고 게시한다’에 나온 ‘제출받은’도 마찬가지. 표준사전을 보자.

*제출(提出): 문안(文案)이나 의견, 법안(法案) 따위를 냄.

그래서, ‘제출받은’은 ‘냄을 받은’이라는 괴상한 뜻이 돼 버린다. 이때는 ‘제출받은’이 아니라 그냥 ‘받은’이면 충분하다. ‘납부받다’도 마찬가지. 표준사전을 보자.

*납부(納付/納附): 세금이나 공과금 따위를 관계 기관에 냄.(납부 기한./등록금 납부./납부 고지서.)

이러니, ‘정부가 상속세 대신 납부받은 비상장주식 3398억 원어치를 공개 매각한다’라는 기사에서 ‘납부받은’은 ‘받은’이면 충분했다. 한자말을 쓰지 않아서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면, ‘수납한’을 쓰면 될 터. 표준사전을 보자.

*수납(收納): 돈이나 물품 따위를 받아 거두어들임.(수납 창구./경기 침체로 조세 수납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래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납부한다’고, 세금을 거두는 사람은 ‘수납한다’고 하면 되는 것. 물론 ‘주고’ ‘받고’가 가장 쉽지만….

‘한국SW저작권협회 회장이 2021년 시샘 인증서를 수여 받은 기업·기관 담당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 나온 ‘수여받은’도 어색. 표준사전을 보자.

*수여(授與): 증서, 상장, 훈장 따위를 줌.(상장 수여./졸업장 수여./박사 학위 수여./전 대원이 도열한 가운데 호명(呼名)이 있고 상훈의 수여가 있었다.<이병주, 지리산>/…훈장 수여의 선언을 했습니다.<박영준, 빨치산>)

수여에는 준다는 뜻밖에 없으니 ‘수여받은’ 역시 그냥 ‘받은’이면 충분할 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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