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해수부, 해양도시 부산에 있으면 안 되나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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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국내 최초의 초광역권 통합·협력 모델로 추진되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부울경 특별연합)’. 얼마 전 부산시는 메가시티의 상징이 될 청사 소재지를 울산시와 경남도에 양보했다. 과연 부울경의 맏형다운 통 큰 배려다. 서로 자기 이익을 앞세워 청사 위치를 두고 다투다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메가시티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 희생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람들이 가진 정체성의 하나인, 바다처럼 마음이 넓고 진취적인 해양성 기질에서 나온 용단이 아닐 수 없다.

개방적인 해양도시 부산 시민들이 세종시에 소재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20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부산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후보들에게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공약할 것을 촉구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시민과 지역 해양수산 업계의 숙원이어서다. 부산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폐지된 해수부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할 때부터 수시로 부산 설치를 주장해 왔으나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되고 묵살됐다.


내륙의 해수부 바다 접근성 떨어져

해양수산업과 원활한 소통 힘들어

바다 근처로 이전해 효율성 높여야

해양 클러스터 갖춘 부산이 최적지

해양수도 지향 부산으로 옮길 필요

해양력 강화·지역균형발전 기대돼


메가시티 청사를 유치하는 곳은 새로운 지방행정 중심지로 성장하고 대규모 상권을 형성해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도 부산이 좋은 기회를 선뜻 포기하고 해수부 이전을 바라는 이유는 뭘까? 올 상반기에 탄생할 메가시티가 비대한 수도권과 경쟁이 가능한 경제·생활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해양력을 키우면서 메가시티 발전의 원동력과 거점으로 삼는 데 해수부 이전이 절실한 것이다. 이처럼 해수부 이전은 맹목적이지 않고 명분이 있는 요구다.

부산에 해수부가 있어야 할 당위성도 충분하다. 부산이 해양산업과 수산업의 최고·최대 도시인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등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연구·교육시설도 즐비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 세계 5~6위 컨테이너항만을 자랑한다. 부산같이 해양수산의 수많은 기능이 집적화한 도시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다. 해수부 청사의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다.

해수부가 해양수산 업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고 관련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업계의 불만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바다와 동떨어진 내륙 깊숙한 지역에 위치해 탁상행정에 빠지기 쉬운 까닭이다. 이제는 해수부가 산업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 청사를 바다 근처로 옮긴다면 해양수산업의 실상과 고충을 제때 인식하며, 관련 기업·기관들과 머리를 맞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기에 수월할 테다. 해수부가 부산 이전을 통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민간과 공공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경우 정부가 계획한 ‘해양 초강국 실현’이 앞당겨지지 싶다.

각 정부부처는 다양한 부문과 기능별로 세분화된 행정기구다. 이와 달리 해수부는 유일하게 바다라는 공간이 활동 영역인 분야가 모인 부처다. 그리고 부산은 역대 정부에서 힘없는 미니 부처인 해수부가 존폐 기로에 놓일 때마다 살려 냈던 도시다. 해수부는 조직의 특수성과 애정이 남다른 부산을 기반으로 활용해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시행된다면 지역균형발전에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노무현 정부 때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단행된 이후 현재까지 장기간 추가적인 성과가 없는 원인은 2차 이전 대상 기관을 비롯한 수도권의 강한 저항에 있다. 이는 뭐든지 절반이 넘는 인구가 살고 제반 환경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수도권 중심 논리가 팽배한 탓이다. 이 같은 생각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만 심화하는 고정관념이어서 변화가 시급하다. 정부부처가 서울과 세종시에 몰려 있어야 한다는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적어도 해수부에 한해서는 “지방은 안 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해양수산 인프라 수준만큼은 부산이 압도적이지 않은가.

해수부를 부산에 두기를 제안한다. 해양수산 정책의 효율성 제고와 지역균형발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분명해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부산을 아시아 최고,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적극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대선 공약 이행을 시작할 것을 주문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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