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이기주의 더는 못 참아”… 인수위, 산은에 공개 회초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KDB산업은행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는 양상이다. 산은이 국책 금융기관으로서 본분을 잊고, 기관 이기주의에 매몰돼 국가 정책을 반대하는 등 억지를 부린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인수위는 31일 오전 예정에 없던 현안 브리핑을 열고 ‘공식 입장’이라며 “은행권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는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현 정부 임기 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 차례나 내려보냈지만, 산업은행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LCC 본사·본점 이전 반발 이어
금융위 ‘인사 중단’ 지침까지 무시
대우조선 사장 선임 무리수 강행
“비상식적… 합법 가장한 사익”
인수위,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
이는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신임 경영진 인선 유보를 요청했지만 산은이 박 사장을 선임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인수위는 “금융위로부터 인사 중단 방침을 전달받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침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사유도 불분명하다”며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때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산업은행 초대 회장으로 4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이런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가 특정 기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공개 경고로 보인다. 인수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선임에 최대 주주인 산은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는 만큼, 인수위가 강도 높게 ‘질타’한 것으로 비친다.
이날 성명은 특히 대우조선해양 박 사장 선출 ‘배후’로 사실상 산은 이동걸 회장을 겨냥했다.
이 회장은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현 정권이 시작된 2017년 9월 산은 회장으로 취임한 뒤 4년 6개월째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저서 출간 축하연에서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인수위가 이날 이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것은 산은의 ‘기관 이기주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앞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LCC(저비용 항공사) 통합 본사 부산 설치를 두고도 ‘말 바꾸기’로 인수위의 경고성 메시지(부산일보 3월 30일 자 3면 등 보도)를 받은 바 있다. 산은 측은 인수위에 LCC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언론에는 다른 뉘앙스를 전달했다가 “해당 발언의 경위를 파악하고 바로잡아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거기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고, 인수위가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발표했음에도 산은 측은 ‘불만’ 기류를 감추지 않으면서 인수위 내부에 산은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커지는 양상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산은 경영진과 노조가 모두 (부산 이전을)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지역 발전 전략으로)국익,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인데 (산은 측이)억지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산은 부산 이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의 지역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분과 업무 보고에 산은 이전 관련 내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산은 이전에 대해선 부산 지역발전을 효과적, 혁신적으로 이끌기 위한 여론을 수렴해서 나왔던 공약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여론을 수렴한 공약인 만큼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입장 발표와 산은의 부산 이전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