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58. 사랑의, 맷돌 돌리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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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로 곡식을 가는 것 같은 ‘맷돌 돌리기 자세(착키 찰라사나)’는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며 골반과 복부 근육의 탄력을 키워 준다. 다리는 곧게 펴고 무릎이 완전히 펴지도록 하고 발바닥은 몸 쪽으로 당긴다. 시연 박미희. 맷돌로 곡식을 가는 것 같은 ‘맷돌 돌리기 자세(착키 찰라사나)’는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며 골반과 복부 근육의 탄력을 키워 준다. 다리는 곧게 펴고 무릎이 완전히 펴지도록 하고 발바닥은 몸 쪽으로 당긴다. 시연 박미희.

인류가 수렵 채집을 하는 유목민의 생활을 끝내고 정착하여 곡식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도구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을 가루로 갈아야만 했다. 이를 위해 결국 맷돌이라고 부르는 제분기의 초기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맷돌은 신석기 시대의 편평한 돌(갈판) 위에 적당한 돌, 또는 물건으로 문지르는 갈돌이라는 물건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차츰 변모하여 맷돌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학자들은 석기인들이 최초로 회전축을 이용한 움직이는 도구를 만들었으니 이게 바로 빗살무늬 토기인의 맷돌이라고 여긴다.

맷돌은 ‘매(磨)’와 ‘돌(石)’ 사이에 ‘시옷’이 들어간 것으로 ‘돌’로 만든 ‘매’라는 뜻이다. ‘매’는 한자 ‘마(磨)’가 바뀐 말이다. 능엄경에는 ‘매’, 해동역사에는 ‘마’, 농정촬요에는 ‘석마’로 올라 있다. 평안도와 함경도에서는 ‘망’, 황해도에서는 ‘망돌’, 전라도에서는 ‘맷독’, 제주도에서는 ‘가래’라고 부른다.

임원경제지에는 맷돌을 ‘동마(東磨)’라 하여 우리 연장임을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맷돌은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연장이다. 맷돌은 도시국가가 성립되는 중 식량의 대량 소비에 따라 생겨난 연장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기원전 1000년에서 500년 사이에 오리엔트 지방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한쪽으로는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에, 다른 쪽으로는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유럽에까지 전파되었다고들 말한다.

맷돌은 위아래 두 짝으로 구성된다. 아래짝 가운데에 중쇠를, 위짝에 암쇠를 박아 끼워서 서로 어긋나거나 벗어나는 것을 막는다. 이것은 음양의 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래짝을 수 맷돌, 위짝을 암 맷돌이라 부르는 것은 이와 관련된다. 아래쪽의 중쇠와 위짝의 암쇠를 남녀의 성기에 견준 것이다. 춘향가 중 ‘사랑가’는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을 다양하게 표현한 소리로 춘향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또 인기 있는 대목이다. 성행위를 맷돌에 비유하여 부르는 노래이기도 했다.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이르는 대목 중 “너는 죽어 독매 위짝이 되고/ 나는 죽어 밑짝이 되어/ 이팔청춘 홍안 미색들이/ 섬섬옥수 맷대를 잡고/ 슬슬 돌리면/ 천원지방(天圓地方) 격으로 휘휘 돌아가거든/ 나인줄 알려무나”라는 대목이 좋은 보기이다.

위짝 뚫린 구멍으로 낱알을 넣고 맷돌을 돌리면 두 맷돌 사이로, 들어간 곡식들이 곱게 갈아져서 사방으로 흘러나온다. 맷돌에서 간 것과 일반 믹서로 간 것과 맛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는 칼날로 갈아낸 것과 돌로 으깬 것 간의 입자 질감 차이다. 특히 단단한 재료일수록 믹서의 칼날로는 입자가 균일하게 갈리지 않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던 맷돌은 돌로 다듬어진 제분용 맷돌, 옷에 풀을 먹이기 위해 물에 불린 쌀을 갈던 돌로 만든 소형의 풀매, 곡식의 껍질을 벗기기 위한 목매(목통) 등이 있다. 연자매라고 하는 대형 맷돌은 맷돌과 모양이 좀 달라서 누운 아래짝 위에 위짝이 세워져서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구조로 만들어 주로 소나 말의 힘으로 돌렸고, 가축이 없을 때는 사람의 힘으로 돌리기도 했다. 강원도 산간에는 통나무로 만든 나무 맷돌을 쓰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네 사람이 함께 돌리는 대형 맷돌을 쓰기도 했다.

맷돌의 크기와 모양은 매우 다양해서 적은 것은 지름이 20cm에 불과하지만 절에서 사용 하는 것은 1m가 넘는 것도 있었다.

맷돌은 물맷돌과 구멍 맷돌의 두 종류로 대변하고, 한 구멍 맷돌, 두 구멍 맷돌, 네 구멍 맷돌 등이 있다. 이런 맷돌은 주로 절에서 많이 썼다. 절에서는 단백질의 공급을 두부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콩을 한꺼번에 많이 갈 수 있는 매우 큰 맷돌이 필요하였다.

물맷돌은 수로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퀴를 돌리고, 그 힘을 받은 굴대가 위짝을 회전시키는 맷돌로서 서아시아에서 발명되어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농가에서는 콩, 팥, 메밀, 녹두 등을 갈 때에 많이 이용했으며, 약초와 약초의 알갱이를 갈 때 쓰는 약맷돌도 있다. 찻잎에

함유된 비타민A, 토코페롤, 섬유질 등은 잎차로 마실 경우 40% 정도 섭취할 수 있으나, 말차로는 100% 모두 섭취가 가능하다는 말차(末茶)를 만들기 위한 기구로 갓 딴 찻잎이나 말린 찻잎을 부수어서 갈아내는 차맷돌도 있다.

강화도 선원사 차맷돌은 매우 귀중한 고려시대 유물이다. 평양의 낙랑토지에서 화강암으로 만든 맷돌이 처음 출토되었다.

우리 맷돌은 다시 일본에 전래되었으며 일본서기에는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이 불법(佛法)과 함께 이를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간세온사(관세음사)에 지금도 남아 있다.

어떤 일을 겪고 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또는 ‘어이가 없다’라는 말을 한다. ‘어처구니’란 바로 맷돌의 아래위를 연결시켜주는 손잡이를 가리킨다. 어처구니가 있어야 맷돌의 위쪽 돌과 아래쪽 돌이 서로 맞물려서 맷돌의 기능을 할 수 있으므로 어처구니는 없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는 설이 있다.

세상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성경에 역시 맷돌이 등장한다. 선지자께서 신앙적 약자를 실족하게 한 자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말할 때 연자 맷돌을 언급하였다.

맷돌은 성경시대에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주방도구였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활필수품이었던 맷돌 전부나 위짝 하나만을 저당 잡히는 것도 최소한의 생계 수단마저 빼앗는 비인도적 행위로 간주되었다. 또한 성읍에서 맷돌 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매우 익숙한 소리였으며, 이 소리가 그치는 것은 곧 도시의 파멸을 상징하였다. 곡물을 대량으로 갈기 위해 소나 나귀를 이용한 연자 맷돌도 등장하였다. 어린아이에게 죄 짓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목에 연자 맷돌을 감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게 낫다고도 했다. 전도서에는 ‘맷돌질하는 자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음식물을 씹을 수 있는 어금니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다.

소금이 나오는 요술 맷돌을 훔쳐 배에 싣고 가던 중 소금을 나오게 한 뒤, 욕심에 맷돌을 멈추지 못해 배는 소금의 무게 때문에 결국 가라앉게 되었고, 지금도 소금 나오는 그 맷돌은 바닷속에서 계속 돌고 있기 때문에 바닷물이 짜다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는 인간의 과욕에 대해 경계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딱 해당되는 말이 도덕경 제44장에 나온다.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 가이장구(可以長久)”라는 말이 그것이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래오래 갈 수 있다.” 새겨들을 경구이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남겼다. 3세 때 보모가 맷돌에 보리를 가는 것을 보고 “비는 아니 오는데 천둥소리 어디서 나는가 누른 구름 조각 조각 사방으로 흩어지네”라는 시를 읊었다 하며, 5세 때 이 소식을 들은 세종에게 불려가 총애를 받았다. 당시 비단 50필을 상으로 주면서, 혼자서 가져가라는 명령을 내렸는 바 즉석에서 비단을 묶어서 그것을 끌면서 나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오세, 오세 신동이, 오세암 등이 전해온다.

경제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는 그의 역작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를 빌려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에 비유했다.

데릴라는 이스라엘 나지르인의 초인적인 힘을 지닌 삼손에게 접근한다. 그리고는 삼손을 유혹하여 연인관계로 된 후, 삼손이 머리카락을 잘리게 되면 그 초인적인 힘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결국 삼손은 블레셋 병사들에게 머리카락을 잘리게 되고, 두 눈도 칼로 도려내어져서 초인적인 힘도 잃게 되고 장님이 되어 쇠사슬에 묶인 채, 연자 맷돌을 돌리는 노예로 비참하게 떨어진다. 그런 삼손의 모습을 ‘삼손과 데릴라’ 영화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데릴라의 배신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삼손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나지르인들의 특별한 선민사상과 더불어 미색을 경계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8권)에서는 홍이 어머니가 홍이에게 “네 놈은 내 가심에 맷돌을 얹었다”며 하소연하는 구절이 나온다. 즉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는 말이다.

오팔(opal)은 맷돌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귀중한 돌’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보석의 여왕’이라고 칭송했던 보석이라서 더 유명세를 탄다. ‘사랑스러운 아이’라고도 불린다. 흔히들 우유에 은하수를 타 놓은 것 같이 생겼다고 표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팔은 ‘예술 장르로는 마치 뮤지컬 같다’고 비유한다. 결정 하나에 모든 중요한 보석의 색을 다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예지력을 선사하는 보석이라고도 하니 수행자들은 한 번쯤 욕심을 내어 볼 만 직하다. 굳이 아유르베다의 ‘보석 요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도 인더스 문화유적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남근 석상인 링가(linga)와 여근 석상인 요니(yoni)들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맷돌과 유사하다. 이는 당시의 민속 종교와 연관된 것으로 후대 힌두교에 전승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수년 전 ‘삼시세끼 산촌 편’ 프로에서 염정아, 박소담 등이 정우성과 함께 출연해서 직접 볶아 맷돌로 간 원두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방영되어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요즘은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맷돌로 갈면 콩도 마찬가지겠으나 커피의 입자가 기계에 의해 다소 거칠게 나오는데 그걸로 프렌치 프레스나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면 섬유질 파괴가 적어서인지 또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맷돌 그라인딩으로 돌리는 맛은 핸드 밀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는 운치까지 따른다.

전술했듯이 이러한 맷돌을 사용하여 주로 콩·팥·메밀·녹두 등을 갈았는데 주로 두부를 제조하는 데 쓰였다. 두부(豆腐)는 글자의 뜻을 보면 ‘썩은 콩’이라는 뜻이다. 두부가 탄생한 계기는 몇 가지 학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전한 때 회남왕 유안이 연단술을 익히던 도중에 우연히 탄생되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두부가 만들어진 것은 일반적으로 10세기 근처 즈음일 것으로 추정된다.

두부는 콩으로 만든 식품의 하나로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짜낸 콩물을 끓인 다음 간수 등을 넣어 엉기게 하여 만든다. 일반적으로 대두(백태)가 원료로 쓰인다. 보통 뽀얗거나 아주 약간 상아색이 감도는 흰색에, 기본적으로는 맹숭맹숭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검은콩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그러면 회색이 된다. 사실 넣는 재료에 따라 색은 얼마든지 다르게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두부 제작 시 콩물이 어느 정도 식어 70°C쯤 되면 응고제를 넣는다. 전에는 응고제로 간수를 썼으나 근년에는 황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루 응고제를 사용한다.

때로는 염화마그네슘을 쓰기도 한다. 황산칼슘을 쓰면 두부를 굳히기 쉽고 식감이 부드러운 대신 맛이 연해진다. 염화마그네슘을 사용하면 두부가 단단해지고 맛이 달며 진하다.

중국·일본에서도 두부를 많이 먹지만, 우리 민족만큼 다양한 콩 음식을 먹는 민족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간장·된장·고추장 같은 장(醬) 음식이나 두부·콩나물·비지·콩국 등도 모두 콩을 활용해 만든 음식이다.

동아시아에서 콩이 재배되기 시작한 건 대략 4000여 년 전으로 추측된다. 콩 재배에 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오는데 지금부터 약 1900년 전인 백제 기루왕 23년(서기 99년)과 신라 일성왕 6년(서기139년)에 콩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같은 양의 콩을 썼을 때 황산칼슘 쪽이 3~4배 많은 두부를 만들 수 있고 유통기간도 길기 때문에 지금은 효율적인 대량 생산과 이윤 추구를 위한 황산칼슘을 주로 쓴다. 바닷물을 응고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부가 강릉시의 초당두부로,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만드는 방법을 약간 달리한 것으로 연두부와 순두부가 있다. 연두부는 물을 완전히 빼지 않고 어느 정도 남긴 채 플라스틱 주머니에 넣어 굳힌 것으로, 매우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순두부는 콩물이 조금 덩어리가 진 상태로 응고되었을 때 그대로 윗물과 함께 떠서 먹는 것으로 요즘은 주로 폴리에틸렌(반투명 비닐) 주머니에 넣어 시판하고 있다.

예전에는 종을 울려서 그 종소리를 들은 주부들이 리어카나 트럭 등으로 두부를 사러 가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두부 사아려~ 두부 두부 한 모에 천 원”으로 골목골목을 종소리와 함께 두부 장사들이 누볐으나 시대가 바뀐 지금은 추억 속의 풍경이 되었다.

재래시장이나 이동식 두부 장사, 두부 전문 식당에 판매하는 재래식 두부는 시판형 포장 두부보다 입자가 더 큼직해서 식감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며 훨씬 고소하다. 거기다 갓 만든 뜨끈뜨끈한 두부를 썰어서 걸쭉한 동동주 곁들여 간장에 찍어 먹으면, 게다가 갓 담근 김치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행복한 식감을 맛볼 수 있으리라. 이 맛의 차이는 시판형 두부는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으로 두부를 만드는 데 비해 재래식 두부는 온전한 콩을 쓰기 때문에 훨씬 고소한 맛이 날 수밖에 없다.

최근 서구에서는 ‘살찌지 않는 치즈’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좋은 두부는 고단백 저칼로리로, 비만 예방에 최적인 식품이다. 또한 두부는 콩단백질인 글리시닌과 알부민을 응고시켜 만든 것이므로 콩의 영양가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적당한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중 권율 장군이 있던 경남 합천으로 향했던 날 난중일기에는“(합천)초계 군수가 연포탕를 마련하여 찾아와서 전했다. 얼굴에 오만한 기색이 완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연포는 연두부다. 초계군수 입장에서는 벼슬이 끊어져 백의종군 신세지만 전직 삼도수군통제사다. 대접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귀한 연포탕을 준비했지만 얼굴빛은 떨떠름했으리라.

조선시대 무렵에는 중국에 소문이 날 정도로 두부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었다. 특히 세종 때 명나라 황제가 보낸 친서에는 조선에서 보낸 공녀들이 두부를 절묘하게 만드니 앞으로도 두부를 잘 만드는 여인들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있다. 근간에 우리나라 기업인 풀무원이 두부 종주국 중국에서 세계 최대 두부 공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두부 다음으로 많이 먹는 ‘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식품이다. 전분을 추출하여 물을 붓고 끓여 되직하게 풀을 쑤어 굳힌 것이다.

메밀·도토리·옥수수·녹두묵 등이 있다. 추운 겨울밤 궁금할 때 즐겨먹던 음식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도 찹쌀떡과 함께 메밀묵 행상이 있었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도토리도 신석기시대부터 먹어온 식품으로 우리 조상들도 일찍부터 먹어 왔으리라 추정된다. 도토리 하니까 “도토리묵을 따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냐”의 ‘울고 넘는 박달재’ 곡이 자동적으로 흥얼거려짐을 어이하랴. 세대 차이라고 해두자.

두부는 장염이나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품들 중 하나다.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주기 때문에 동맥경화를 포함한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원래 두부 자체가 부드럽고 식물성 음식이기 때문에,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장질환 환자들에게 영양가가 많은 식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게다가 많이 먹어도 비교적 다른 음식들에 비해 비교적 탈이 안 난다니 말이다.

예전에는 특별한 먹을거리가 없는 열악한 상태에서 장시간 생활을 해야 했던 심마니나 포수들의 영양식으로도 널리 이용되었다.

옛날에는 관재수(官災數)가 있으면 그 액땜으로 두부를 먹었다고 하는데,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두부를 먹는 풍습은 여기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지금은 흰색이라 희고 깨끗하게 살라는 의미로도 이해되고 있으나, 아마도 실상은 오랜 감옥생활 직후에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도 하고,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듯하다. 미국에서 핫도그를 먹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고, 두부를 제조하는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만든다 할지라도 직전에 만들었던 두부와 비교했을 때, 두부 속 숨구멍 등이 완벽하게 똑같은 두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즉 출소 후 먹는 두부는 출소자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같은 것을 먹을 기회 자체가 없는, 다시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뜻 또한 담겨 있는 것이다.

‘맷돌 돌리기 자세’, ‘착키 찰라사나(chakki chalasana)’ 실행 시 바닥에 앉아 양쪽 다리를 적당한 너비로 벌린다. 다리를 곧게 펴고 무릎 부분이 완전히 펴지도록 발바닥은 몸 쪽으로 당긴다. 허리는 가능한 한 곧게 편다. 가슴 앞으로 양팔을 뻗어 손바닥이 얼굴을 향하도록 양손을 깍지 낀다. 이때 엉덩이는 가능한 한 바닥에 고정시킨다. 오래된 맷돌을 이용해서 곡식을 가는 것처럼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시계방향으로 돌렸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반복한다. 머리와 목은 깍지 낀 손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몸통은 부드럽게 따라 움직인다.

자세를 반복하는 동안 팔꿈치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한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하다가, 차츰 조금씩 더 벌리면서 실행한다. 많이 벌릴수록 힘들어진다.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며 골반과 복부 근육의 탄력을 키워준다. 임신 초기 및 출산 후 회복에도 유용한 자세이다.

이번 주말에는 근교에 있는 맷돌로 간 원두커피 카페 검색해서 그 향과 맛 한번 즐겨볼까? 해운대나 광안리·송정·영도·다대포 바닷가 근처에 있다면 더 좋을 듯.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사공의 노래’도 한가락 흥얼거려 보며 푸르른 봄바다 눈으로 들여오고 입으로는 원두커피 마시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아니면 초당두부 한 접시 하러 강릉 가는 동해 남부선 열차에 오를까? 아님 먼지 쌓인 그간 세워 놓은 애마를 몰아 볼까. 아니면 도토리묵에 얼큰한 동동주 한 잔 곁들이며 박달재 아래 금봉 처녀와 과거 보러 가던 영남 박달도령의 애달픈 사연이라도 들으러, 울고 넘는 박달재 고개나 한번 넘어 볼까나.

갑자기 온몸이 들썩거려진다. 창밖을 보아라. 벚꽃·복사꽃·살구꽃의 만개가 눈부시다, 참으로 곱다. 만화방창(萬化方暢) 아름다운 봄날이다. 꽃비가 내린다. 아름다운 건 금세 사라진다. 서둘러 떠날 것을 알기에 더 눈에 담아두고 싶어진다. 찰나와 같은 이 시간을 오늘은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다.

까르페 디엠(carpe diem),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오늘을 즐기고 싶다, 현재를 잡고 싶다.

그간 꾹꾹 눌러 앉혔던 여행 본능이, 방랑자(배가본드) 본능이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 이 일을 어쩌나. 모두가 다 ‘맷돌 돌리기 자세(착키 찰라사나)’가 일깨워 준 것임을.

낭만 사부·낭만 요기(yogi)·낭만 칼럼니스트·낭만 시인·낭만 가객(歌客)·낭만 아마추어 연주가의 낭만 근성의 촉발은 또 어떠하고.

햇수로는 근 3년을 우리네 옆에서 비비적거리며, 떨어지래도 떨어지래도, 그렇게 나가라고 나가라고 손사래쳐도 거머리처럼 붙어 다니는, 지긋지긋하면서도 악랄하게 분탕질 스토킹을 계속하고 있는 저 역질들이 깜짝 놀라 단방에 달아나 버리게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한 곡조 왁왁 목청껏 뽑아 볼까.

아니면 테너 색소폰이라도 천등산 떠나가게 불러 젖힐까? 그것도 모자라면 태평소 나팔이라도 한번 귀청 떨어지게 내질러 볼까나.

지긋지긋한 역질의 무리들이여! 이제 제발 숨 좀 쉬자꾸나.

오늘같이 화창한 봄날, 피어오르는 봄기운 한번 맘껏 들이켤 수 있게 해 다오. 멋지고 잘 생긴 선남선녀들, 맨 얼굴로 전국·전 세계 어디든지 휘휘 활보 좀 할 수 있게 말이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맷돌 돌아가는 소리, 경제 성장의 맷돌 돌아가는 소리, 태평세월 무사 안녕 맷돌 돌아가는 소리, 너도나도 얼굴 맞대고 하하호호 웃음꽃 피는 맷돌 돌아가는 소리, 온 가정에 사랑의 맷돌 돌아가는 소리, 행복의 맷돌 돌아가는 소리가 삼천리금수강산에 울려 퍼지는 봄날이 되게 좀 해 다오.

이놈들, 경고하노니 묵직한 맷돌에 갈리기 전에 아니 그보다 더 큰 연자 맷돌에 갈리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그냥은 안 되겠다고? 맨입으로는 안 되겠다고? 오냐 그러면 내 인심 한번 크게 쓰마. 막 뽑은 뜨끈뜨끈한 초당 두부 한 접시 내어 놓으마, 아님 맷돌로 간 도토리묵에 걸쭉한 농주 한 사발 대접하마, 거기에 맷돌로 간 최고급 원두커피까지 후식으로 갖다 바칠 테니 이것 먹고 썩 떨어져라 이놈들아 제발, 플리즈!

“봄이다. 이제 좀 살아보자꾸나!”


[ 맷돌 / 최진태 ]

상호간 호흡놀이 잘해야 잘 돈단다/ 정신줄 무념무상 집중해야 잘 갈린다/ 님들의 사랑 놀이도 이처럼만 할거나

밀 보리 빵이 되고 벼이삭 밥이 되게/ 부수고 갈아 빻아 생명의 혼 밝혀주니/ 그대는 마술상자요 마법의 성 이로다

두부며 도토리 묵 맛난 커피까지도/ 뼈와 살 깎는 노고 온 몸 던져 바친 헌신/ 힘든 자 다 내게로 오라 창조의 신 고운 손길

터지고 갈라지고 고태마져 정겨웁다/ 묵직한 돌확사이 잔주름만 자글자글/먼 조상 손길 닿았던 체취 마냥 그리워

앉은 채 온 몸 돌려 맷돌을 돌리듯이/ 좌우로 앞뒤로도 흔들흔들 리듬타며/ 요근력 복부 근육도 모두 함께 키워보세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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