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이집트 농부가 발견한 파피루스 뭉치 그 속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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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함마디 문서/이규호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 마을근처에서 한 농부가 밀봉된 항아리를 발견했다. 그 속에는 12권의 파피루스 뭉치들이 들어 있었다. 영지주의 문서 52편, 헤르메스주의 문헌 문서 3편, 플라톤의 의 번역본이 포함됐다. 역사상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20세기에 일어난 위대한 발견 중 하나였다.

전문가들은 4세기께에 이뤄진 기독교의 이단 탄압을 피해 문헌들이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웠을 터. 이 파피루스들은 모두 콥트어로 쓰여 있다. 그리스어 원본을 번역한 문서로 판단된다. 현재 이 나그함마디 문서들은 모두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콥트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는 그 가운데 영지주의 경전 52편을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이다. 항아리 속 문헌을 발견한 이후 80년 만이다. 1970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이집트 문화부와 유네스코가 이 문서를 사본의 형태로 출판하기 시작했다. 미국 성서학자 제임스 로빈슨을 필두로 구성된 공동 번역팀이 처음으로 영어판 번역판을 내놨다. 그 후 세계 여러 학자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이 한글 번역본은 한 재야 신학자의 헌신과 노력 끝에 세상에 나왔다. 정통과 이단 논쟁을 떠나 인류 사상사의 한 축을 탐구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독자는 초기 기독교 흔적을 살피는 차원을 넘어 동서양 종교의 본질을 만나게 된다. 굳이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 책의 유혹은 강하다. 어떤 공백이나 단절을 채울 메움재를 만날지 모른다는 설렘이 생겨서다. 기존의 지성사는 그렇게 늘 갈증과 허기를 느끼게 하니까. 이규호 옮김/이정순 감수/동연/752쪽/4만 5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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