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웹3.0과 뉴스의 미래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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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장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TV 채널이 CNN에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현대사의 주요 현장에 CNN 카메라가 있다는 오랜 관념이 작동한 까닭이다. 아비규환의 현장을 가감 없이 24시간 생중계한다! 그간 CNN이 내세운 강점이다. 걸프전 때도 그랬고, 9·11 뉴욕 테러와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

그런 고정관념이 낡았고, 케이블방송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CNN이 지난달 29일 출시한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플러스의 맥락을 곱씹으면서다. 디지털 전환의 물결에 떠밀려 내놓은 고육책이리라. 뉴스 미디어로서의 동병상련까지 느꼈다.


케이블 퇴조 CNN까지 OTT

미디어 패러다임 격변 중

AI·메타버스 뉴스 시대 성큼

전 세계 언론사 도전적 실험

뉴스의 미래는 신뢰와 기술

한국 언론 이중고 풀어야


케이블 뉴스의 대명사 CNN.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의 머리글자를 딴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태생이 유선 방송이다. 공중파 뉴스 독점을 깨고 케이블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이다. 그런데, 요즘 시청자들은 유선(케이블)을 떠나 무선(모바일)의 세계로 옮겨갔으니!

한국에서도 시작된 현상인데, 미국에서는 유선 방송을 끊고 모바일 기기나 스마트TV만을 이용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코드 커터(Cord Cutter·탈케이블)족이 급증했다. 2021년 CNN 시청자 중위 연령이 64세라는 통계에서 이탈 현상이 읽힌다. 경쟁자인 폭스뉴스와 MSNBC가 68세인 것에 비해 “아직 네 살 젊다”고 안도할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CNN플러스는 과감하게 선을 넘었다. 케이블 밖으로 나간 젊은 시청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신문·방송과 같은 전통 매체)를 위협했던 케이블TV마저 디지털 전환의 급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다. SNS와 유튜브, 틱톡뿐만 아니라 수많은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디즈니까지 TV와 영화관을 패싱한 채 시청자에 직접 애니메이션을 전송하는 디즈니플러스를 내놓은 참이다. 미디어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플랫폼까지 혼종되는, 그야말로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중이다.

구독 경제·모바일 온리· OTT…. CNN플러스, 혹은 디즈니플러스의 OTT 진출에 디지털 전환 시대 미디어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뉴스 미디어의 곤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웹3.0(블록체인·NFT)과 메타버스(AR·VR·XR)라는 험산이 버티고 있어서다.

구글과 애플이 구축한 중앙 제국(웹2.0)에 종속되지 않고 분산·암호화에 의해 사용자들이 해방된다는 웹3.0의 이상은 거룩하다. 하나, 웹3.0을 장밋빛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분산의 명분으로 시작했어도 권력은 종국에 중앙 집중으로 흐르기 십상이어서다. 핵심은 이들 기술이 이미 우리 생활과 경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미국 텍사스대에서 열린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2022 ISOJ)에 화상으로 참가했다. “웹3.0과 메타버스가 언제, 어떤 영향을 저널리즘에 미칠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에 눈길이 갔다.

이날 핀란드 뉴스 매체 〈일(Yle)〉이 소개한 자신들의 인공지능(AI) 뉴스 추천 앱 보이토(Voitto)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조깅에 나서려는데 잠금 화면 상태였던 휴대폰 스피커가 스스로 켜진다. “흥미로운 뉴스가 있어요. 신경과학자들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답니다!” “고마워. 재밌겠네. 뛰면서 들을게.” 신발 끈을 묶고 헤드폰을 끼자마자 보이토는 음성으로 뉴스를 읽는다.

보이토 앱은 개인 관심 뉴스를 자동 추천하는 것에서 나아가 뛰는 상태를 인지하고 영상이나 긴 뉴스는 빼고 짧은 뉴스만 음성으로 들려주는 고도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머신러닝과 저널리즘이 통합된 조직이 뉴스 서비스를 기획한 결과다.

USA투데이는 인터랙티브, 몰입형, 3D 콘텐츠가 뉴스의 미래라는 전제하에 뉴스 콘텐츠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있다.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코로나 뉴스는 마치 게임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살렸다. 1961년 흑인 민권 운동을 재조명하는 기사는 반응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되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래지향적인 뉴스 실험을 접하면서, 한국의 현실이 겹쳐 떠올랐다. 한국 뉴스 매체는 웹3.0과 메타버스의 파고를 뚫어 낼 수 있을까? 그에 앞서 포털 종속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일〉 뉴스랩의 자르노 코포넨 국장 발표의 결론부에서 인용하면 이렇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저널리즘이다.” 첨단 기술은 대응하면 되나 저널리즘의 신뢰는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뢰와 기술. 이중고에 처한 한국 언론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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