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항일거리에 웬 '화해거리'?…부산서도 '수요시위 방해' 비화하나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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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진실국민’ 17일 설치
일장기까지 걸었다 철거 소동
수요시위 방해 등 우려 목소리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뒤편의 철제 구조물.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지난 17일 '화해거리'라는 문구와 태극기, 일장기를 건 채 설치됐다. 지금은 일장기는 철거된 모습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뒤편의 철제 구조물.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지난 17일 '화해거리'라는 문구와 태극기, 일장기를 건 채 설치됐다. 지금은 일장기는 철거된 모습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평화의 소녀상과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 항일거리에 보수단체가 ‘화해거리’ 구조물을 설치해 논란이 인다. 동구청은 구조물 철거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뒤편에는 약 2m 높이 철제 구조물이 설치돼있었다. 구조물에는 ‘화해거리’라는 문구 아래 인형 6개가 검은색 끈에 매달려 있었다. 당초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렸지만 이날은 일장기는 철거되고 태극기만 걸려있는 모습이었다.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등에 따르면 ‘화해거리’ 구조물은 보수단체 ‘진실국민’에 의해 지난 17일 오후 설치됐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나 배·보상이 전혀 없고 새 정부가 일본과 무원칙적 관계 개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단체에서 구조물을 설치해 일본과의 '화해'를 이야기하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항일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일본영사관에서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는 정발장군 동상까지 약 150m 구간을 의미한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2019년 10월 이 구간을 항일거리로 지정한다고 선언했다.

진실국민 측은 항일거리가 사라질 때까지 '화해거리'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찰에 이달 28일까지 집회 신고도 해 둔 상태다. 앞서 2017년 진실국민은 소녀상 인근에 박정희 흉상 설치를 시도하다 구청에 의해 제지를 받기도 했다.

진실국민 최은석 대표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이나 평화의 소녀상, 항일거리를 설치해 반일감정을 공식화하는 건 국제법 위반이다”고 주장하며 “항일거리가 사라질 때까지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일장기를 분실한 것에 대해 경찰 신고 등을 고려하고 있다.

동구청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해당 단체가 구조물을 설치하겠다고 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건 아니다”며 “구조물을 강제철거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구조물 설치가 보수단체의 수요시위 방해 등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수요시위를 벌여온 정의기억연대 등은 올 3월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벌인 보수단체 회원과 유튜버 등 10여 명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집회방해)·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부산에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일본영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벌여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은 현재까지 서울에서 벌어진 수준의 집회 방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여성행동 관계자는 “부산 수요시위에서 직접적으로 (보수단체와) 마주치거나 방해받는 일은 현재까지는 없었다”며 “25일 수요집회 때 발표할 성명에 구조물 관련 내용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방면에서 바라본 '화해거리' 철제 구조물의 뒤편.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지난 17일 '화해거리'라는 문구와 태극기, 일장기를 건 채 설치됐다. 지금은 일장기는 철거된 모습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방면에서 바라본 '화해거리' 철제 구조물의 뒤편.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지난 17일 '화해거리'라는 문구와 태극기, 일장기를 건 채 설치됐다. 지금은 일장기는 철거된 모습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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