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뉴스레터를 읽는 그대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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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장

주변에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이가 은근히 늘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뉴닉’과 ‘어피티’의 성공은 ‘스팸의 온상’으로 비치던 전자 메일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 놓았다. 뉴스레터가 뭔가 요긴하고 재밌는 정보를 담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들도 앞다퉈 뉴스레터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뉴스레터를 앞세운 구독 모델 전략으로 성공한 것이 자극제가 됐다. NYT는 무려 8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고, 이 중 일부를 유료로 전환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뉴스레터 부상하는 까닭은

온라인 하향평준화된 뉴스 대신

정제된 진지한 뉴스 수요 존재

한국 언론은 포털 탓만 말고

단골 독자에 고품질 뉴스 제공해야

저널리즘 미래는 신뢰 회복에 달려


포털이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 언론사들은 뉴스레터를 탈포털로 가는 탈출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스 사이트에 구독 모델을 구현하는 데 필수 요소인 '충성 독자'를 뉴스레터 수신자를 통해 얻으려는 전략이다. 다루는 주제도 시사 현안에 한정되지 않고 레시피나 주식 정보 등 전방위적이다.

언론사가 뉴스레터에 ‘제품(product)’ 개념을 적용해 출시 전 기획과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낯설지 않게 됐다.

뉴스레터 서비스란 구독자가 선택한 주제와 형식의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언론사는 그날 발행한 수백 가지의 뉴스 중 간추린 것을 다시 한번 더 압축해서 메일을 띄운다.

그러다 보니 뉴스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뉴스의 다양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메일함 열어 보는 시간에 차라리 해당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에 가서 둘러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포털과 SNS에서 제공되는 뉴스 서비스에는 조회 수와 댓글, 좋아요 따위의 반응이 넘쳐 난다. 이러한 쌍방향성은 부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공론장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뉴스레터로는 실시간 댓글이 불가능하다. 발행된 이메일 형태로 배달되기 때문에 일방향인 것이다.

포털과 SNS,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는 실시간으로 여러 언론사를 옮겨 다닐 수 있지만 전자 메일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뉴스레터는 구식에다 불편한 서비스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전자 메일은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것이니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매력이 새로 나타났을 리 없다. 스마트폰과 SNS로 실시간 검색, 정보 교환이 가능한데 굳이 PC를 켜서 메일함을 여는 게 구닥다리로 여겨질 법도 하다. 그런데도 한물간 것처럼 여겨지던 뉴스레터가 새삼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뉴스레터 구독은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행위다. 해당 뉴스레터를 수신하려면 뉴스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내놓고 로그인해야 한다. 선호하는 주제를 선택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메일함을 열어 보는 수고가 동반된다. 상당히 목적의식적인 행동인 것이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만드는 이유를 뉴스에 대한 신뢰에서 찾고 싶다. 숙련된 저널리스트에 의해 선별된 뉴스는 읽어 볼 가치가 있다는 관념이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넘쳐 나는 공짜 뉴스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지한 뉴스에 대한 허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포털이나 SNS에서 뜨내기 독자가 되어 접하는 하향평준화된 뉴스 대신 저널리스트가 공들여 정제한 뉴스를 원하는 독자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언론사는 저널리즘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뉴스레터를 선택할 자세가 되어 있는 독자층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고, 이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어서다.

한국 언론은 검색 플랫폼(네이버, 다음)에 무임승차해 뉴스 트래픽을 얻었지만 독자와의 접점은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포털에서 뉴스가 소비되면 그 이용자는 포털 이용자일 뿐 뉴스를 생산한 해당 언론사의 독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포털은 언론사에 이용자 정보(user data)를 공유하지 않아서 포털 뉴스 소비자는 영원한 뜨내기 독자일 뿐이다.

뜨내기 독자가 범람하는 포털 뉴스 생태계는, 문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뉴스레터 독자의 부상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단골 독자를 찾아내고 고품질의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독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독자와의 접점을 찾는 것에 저널리즘의 미래가 있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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