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법사위원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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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하나다. 줄여서 법사위원회라고 한다. 이 상임위는 법무부·법제처·감사원 소관 사항과 헌법재판소 사무, 법원·군사법원의 사법 행정, 탄핵 소추, 의원 징계와 자격 심사, 법률안이나 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字句) 심사에 관한 일을 다룬다. 업무 내용을 보면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법사위가 전통적으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비인기 상임위로 꼽힌다. 업무량이 다른 상임위에 비해 많아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여서다. 법사위가 국회의원의 표밭 관리와 지역구 발전에 필요한 각종 유치활동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법사위의 힘이 약했던 시절에는 의원 누구나 법사위원을 꺼려 정당마다 추후 좋은 자리를 약속하며 어르고 달래 겨우 배정했다고 한다. 지난 20대 국회의 인기 상임위 1~6위는 국토교통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무위, 농림축산식품해수위, 기획재정위였다. 이들 상임위는 지역구에 국비 등 무엇이라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점에서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법사위원과 달리 법사위 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치열하다. 의원 개인을 넘어 여야 간 전쟁 수준이다.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의 막강한 권한으로 법안을 주무르며 단원제인 국회에서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시간 끌기로 여당을 난처한 상황에 빠트린 경우가 잦았던 만큼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양보 없이 대립하기 일쑤다.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갖고 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45일간 국회 공백 사태를 빚었다.

최근 21대 국회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느라 원 구성이 요원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여당이던 지난해 7월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되자 정권 견제의 필요성을 내세워 법사위원장 사수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법사위원장까지 욕심을 낸다”며 합의 파기를 맹비난한다. 이 바람에 후반기 국회의 출범이 지연되고,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도 못 잡고 있다. 국회 정상화와 여야의 협치가 절실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양당의 밥그릇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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