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고향 같은 곳… 한국의 아름다움 일본에 전하고 싶어”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
“한국에 온 이유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으러 왔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토록 한국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 지금도 조선시대 공예품을 보면 숨 막히도록 감동이 밀려와요. 그 매력이 뭔지를 알고 싶었어요. 제 눈앞의 한국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었어요.”
4월부터 1년간 교환기자로 부산에 온 히라바루 나오코 기자는 한국말을 참 잘한다. 중학생 시절, 언니가 해외펜팔로 한국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때부터 우표에 쓰여 있던 아름다운 글자, 한글에 빠졌다. “정말 아름다운 글자였어요. 이후로 한일사전을 찾아다녔는데, 도서관에 가서도 한일사전 달라고 하면 한자사전을 주던 때였어요. 그래도 기회만 있으면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죠.”
4월부터 부산일보 교환기자로 활동
한국역사학 전공, 교환학생 경험도
“돈코쓰라멘 닮은 돼지국밥 좋아해”
한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히라바루 기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한국역사학과가 있는 규슈대에 진학했다. 원래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 교사가 되고 싶었던 그였다.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 역사를 알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왜 이 귀한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했을까,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의문이 들었어요.” 히라바루 기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의문을 풀어야겠다는 ‘책무감’ 또한 그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1998년 김종필 전 총리가 일본 규슈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청년 육성이 필요하다”는 강연을 한 뒤 1999년 규슈대에 한국연구센터가 만들어졌다. 히라바루 기자는 당시 센터의 1기, 2기 유학생으로 뽑혀 두 차례 이화여대로 여름방학 연수를 왔다. 이것만으로 부족해 그는 2002년에는 서강대에 교환학생으로 1년간 머물렀다. “당시 한국에 대한 기억은 정말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일반 가정에서 하숙하며 정말 재미있게 보냈어요. 정말 제 인생의 봄이었어요.”
그때 서강대 강의에서 만난 구로다 가쓰히로 교수가 산케이신문 출신이었는데 구로다 교수에게 “저 신문기자 시험 보고 싶어요” 하니, “규슈 출신이니, 서울에 있는 서일본신문 지국에 한번 가봐라”고 했단다. 당시 서울지국에서 만났던 기자가 지금도 서일본신문에서 ‘멘토’처럼 여기는, 존경하는 선배 기자다.
“20년 동안 한국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일본은 늘 전통을 추구하고 옛것을 그대로 지키는 걸 중요시하는데, 한국은 늘 역동적으로 변화해요. 얼마 전 만난,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이 해줬던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 전통예술은 현대화를 담는 ‘그릇’과도 같다고요.”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말 그대로 지대하다고 했다. “겨울연가가 유행하던 2004년만 해도 한류는 열정 팬 일부에만 해당되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울러요. 마트에 가면 한국음식이 가장 앞줄에 있고요.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서일본신문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에 교환기자나 특파원으로 오고 싶어 하는 기자들이 줄을 서 있어요. 이번에 올 때도 경쟁이 치열했어요.”
서면 국밥거리에서 돈코쓰라멘을 닮은 ‘돼지국밥’을 가장 즐겨 먹는 히라바루 기자는 부산은 뭔가 ‘고향’ 같은 느낌이 있다고 했다. “나라도, 지역도 아닌 음식에서 고향을 느낄 줄은 몰랐어요.” 요즘 히라바루 기자에게 ‘부산’을 통과한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히라바루 기자는 두 달 만에 본인도 놀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내가 부산을 사랑하게 됐구나. 사랑하면 알고 싶고, 알면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 말 자체예요 지금이.”
올해로 부산일보와 서일본신문의 교류가 2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한·일관계가 어려움을 겪어 온 데는 기자들이 정치, 경제 쪽에서 발표되는 내용을 보도하는 데 매몰돼 있었던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봐요. 저 같은 기자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한국의 숨결을 일본에 전하고 보편적인 인간성을 잘 전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저희 서일본신문은 부산일보라는 귀한 파트너를 갖고 있잖아요. 욕심이고 희망이 아니라,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