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개발로 인한 나무 철거는 비극…‘나무고아원’ 설립해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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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경기도 하남 나무고아원 벤치마킹 강조
“사상구 회화나무 화재 비극 막아야”
환경에 관심 많아 숲 해설사로도 활동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김성근 교수는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김성근 교수는 "부산에도 나무고아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탁경륜 기자

“재개발 사업을 위해 수백 년 된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입니다. ‘나무고아원’을 지으면 어린이를 위한 생태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녹지를 조성하는 예산도 아낄 수 있습니다.”

2019년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된 사상구 500살 회화나무가 사상근린공원으로 옮겨오자마자 불에 탄 사건(부산일보 3월 1일 자 9면 보도) 이후 약 2개월간 이어진 치료 끝에 회화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등 생기를 되찾고 있다. 대학 교수이자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김성근 교수는 “사상구 회화나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부산에도 나무고아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신라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도로 공사, 재개발 사업 등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나무들이 쉽게 죽어가고 있다”며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나무고아원과 같은 시설이 부산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에 있는 나무고아원은 자연재해, 건물신축 공사 등으로 방치되거나 벌목될 위기의 나무를 옮겨와 보호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됐다. 하남시는 면적 약 28만㎡ 규모의 공원에 유아숲체험원, 나무놀이터 등을 운영하고 소나무 등 39종, 5016그루의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 하남시는 1999년 꽃가루 확산 등으로 민원 대상이었던 버즘나무를 버리지 않고 옮겨 심는 것을 시작으로 나무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하남시 나무고아원 내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생태체험 공간이 있어 어린이들의 환경교육에도 매우 좋다”면서 “어린이 생태학습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도심 속 휴양지로 활용해 주민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나무고아원을 만들어 나무를 보호한 뒤 이를 옮겨심는다면 큰돈을 들여서 가로수를 구입하지 않아도 도시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경도 보호하고 예산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몇 년 전 이러한 내용을 부산시에도 전달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수로 활동하면서 2019년 숲 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연 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김 교수는 “배우자와 함께 틈틈이 산이나 숲을 방문해 새로운 식물을 관찰하곤 한다”면서 “식물을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즐거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교수와 함께 숲 해설사 자격증을 딴 김 교수의 배우자는 자연을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유아숲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환경을 강조하는 ‘ESG 경영방식’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 교수는 “수업 중간중간이나 현장 체험 때 주변 식물을 소개해주는 등 자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다행히 학생들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최근 재개발 사업과 같이 돈을 벌기 위해 나무, 동물 등 생명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우리 선조들은 나무를 신성한 존재로 대접해 왔지만 요즘 들어 각종 개발사업이 더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나무들이 더 이상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나무고아원 설립을 꼭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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