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정상에서 멈춰 선 BTS… K팝의 미래는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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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생산 강요 열악한 창작 환경 여전
K팝 아이돌은 기획상품 아닌 아티스트
재충전 통해 더 성장한 BTS의 활동 기대

BTS가 지난 14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서 ‘찐 방탄회식’ 영상을 통해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BTS가 지난 14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서 ‘찐 방탄회식’ 영상을 통해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세계적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으로 K팝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BTS가 정상에서 활동을 멈추면서 세계 대중문화계에 충격을 안긴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K팝의 미래에도 상당한 영항을 미칠 전망이다. BTS가 던진 음악과 메시지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열광했으며 K팝은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들의 번아웃 선언으로 K팝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TS는 단체 활동 중단 선언이 그룹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 이들의 향후 행보를 세계 대중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 쉼 없이 달렸지만 방향성 잃었다

BTS는 14일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 ‘찐 방탄회식’ 영상을 올려 지난 9년간 쉼 없이 달려온 소회를 전하며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룹 해체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리더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고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고 말했다. 쉼 없이 활동만 이어 갔는데 이제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고 정체성을 잃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슈가 역시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항상 괴롭게 곡 작업을 해 왔지만 과거에는 스킬이 부족해서 쥐어 짜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담아낼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찐 방탄회식’은 BTS가 바이든 미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지난 31일 이전에 녹화됐다. 돌출 행동이 아니라 고민을 통해 사전에 합의되고 준비된 발표라는 것이다.


3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3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 공장식 K팝 시스템 한계

계속해서 뭔가를 찍어 내야 하고 성장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 K팝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는 BTS도 비켜 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의 일상이 멈췄을 때도 BTS는 쉼 없이 달려야 했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다이너마이트’ 등 7개의 신작을 발표했다. 2013년 데뷔 후 9년간 싱글을 포함해 모두 24개의 앨범을 쏟아 냈다. K팝 시장이 세계적 조명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열악한 창작 환경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K팝 시스템이 연습생을 단기간에 실력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내면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보여 줬다.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K팝이다. 아이돌을 ‘기획 상품’이 아닌 ‘아티스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청년들에게 연대를 통해 함께 성장해 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던 BTS의 일곱 청년들이 K팝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성장을 멈추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공장식 시스템을 극복하지 않고 K팝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대중 문화계 병역 면제 논란

BTS의 단체 활동 중단의 배경에는 병역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BTS가 세계 정상의 기록을 갈아치울 때마다 병역 면제 논의가 뜨거웠지만 진전되지 않았다. 이미 30세인 맏형 진은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한다. BTS의 단체 활동 중단이 병역 상황에 따라 향후 5년가량 불가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현행 병역법은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순수 예술인과 체육인들만 특례 대상으로 인정한다. 대중 예술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윤석열 당선인 시절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BTS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해 병역 논란이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2590억 원의 경제 유발효과가 나오는데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1조 7000억 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분석 자료로 병역 특례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 요청과 국회의 병역특례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으로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 초청받은 BTS의 RM(가운데)이 5월 31일(현지시간) 브리핑룸에서 발언하는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를 초청했다. AP연합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 초청받은 BTS의 RM(가운데)이 5월 31일(현지시간) 브리핑룸에서 발언하는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를 초청했다. AP연합

∎ BTS는 세계 대중음악계에 새 역사

BTS는 2013년 데뷔한 후 2014년 미국 할리우드 한복판 길거리에서 직접 만든 전단지를 나눠 주며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금수저 아이돌이 아니라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해 맨손으로 세계적 팬덤을 일군 것이다. 유튜브와 SNS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열정적이고 응집력 높은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며 세계적 팬덤(아미)을 형성해 정상에 올랐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K팝 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차지했다. 2018년 5월에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하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BTS 천하가 됐다. 그해 9월 빌보드 메인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K팝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이후 ‘핫 100’에서 정상을 열 여섯 번이나 차지했다. 비틀즈 이후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이들의 행보는 대중음악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18년과 2020년, 2021년 세 차례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으며 최근에는 미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2019년 6월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15일과 16일 부산에서 팬 미팅 행사를 갖는 BTS와 팬클럽 ‘아미’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경관 조명과 환영 문구가 빅루프를 밝히고 있다. 부산일보DB 2019년 6월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15일과 16일 부산에서 팬 미팅 행사를 갖는 BTS와 팬클럽 ‘아미’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경관 조명과 환영 문구가 빅루프를 밝히고 있다. 부산일보DB

∎ 앞으로 활동 어떻게 되나

BTS 활동 중단 충격이 확산되자 멤버들이 진화에 나섰다. 부산 출신의 정국은 “자고 일어나니 BTS가 활동 중단하고 해체한다고 난리가 났다”며 “앞으로 개인 활동을 한다는 말이지 BTS를 안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소속사 하이브 박지원 대표가 직접 나서 BTS 해체설을 단호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조화롭게 진행할 예정이어서 활동 범위는 오히려 더 다채롭게 확장돼 나갈 것이고 아티스트로서 한 번 더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챕터 2’는 따로가 우선인 ‘따로 또 같이’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제이홉을 필두로 멤버들이 차례로 정식 솔로 앨범을 내고 슈가는 가요 프로듀서로 활동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오랜 합숙 생활은 끝낸다고 했다. BTS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으로 ‘챕터 1’의 마지막 앨범이 될 ‘프루프’는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돌아보는 앤솔러지 앨범이다. 타이틀 곡 ‘옛 투 컴’에는 ‘최고란 말은 아직까지 낯간지러워/ 난 난 말야 걍 음악이 좋은 것/ 여전히 그때와 다른 게 별로 없는 걸/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나의 인생 채울 게 많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BTS가 새로운 충전을 통해 더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강윤경 논설위원 강윤경 논설위원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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