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엑스포 유치 활동, 지금 어디쯤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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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공사

부산시·부산국제교류재단이 한·중·일 엑스포 전문가를 초청해 지난달 30일 개최한 ‘2022 부산 공공외교 포럼’.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부산국제교류재단이 한·중·일 엑스포 전문가를 초청해 지난달 30일 개최한 ‘2022 부산 공공외교 포럼’. 이재찬 기자 chan@

2030 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서고 있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든가, 방탄소년단(BTS)이 홍보대사로 위촉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등 비관적 의견과 낙관적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주에 유치위원회가 개편된 상황에서 마치 이미 판세가 결정된 것인 양 부산이 유치에 성공할 가능성이 몇 퍼센트냐고 직설적으로 문의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결과는 앞으로 남은 기간에 달려 있어 현재 확률은 0%~100% 사이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궁금증에 응답하고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유치 활동 과정과 특징에 대해 몇 가지 설명하고자 한다.


부산엑스포 가능성 0~100%

국가별 다양한 맞춤식 전략 필요

유치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 중요

시민도 주인의식 갖고 앞장서야

출발 늦었지만 끝까지 최선 다해야


먼저 우리가 월드엑스포와 자주 비교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유치 교섭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즉 엑스포의 경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위원과 같은 개인이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인 170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 교섭 대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각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은 다양하며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도 다수여서 이러한 제반 변수에 우리의 의사를 투입하여 그들이 부산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다.

따라서 국가별로 다양한 맞춤식 전략이 필요한데,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각 국가의 목표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의 극대화’이므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협상 기간이 1년도 더 남아 있는데 외국 관료 몇 명이 경쟁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고 이것을 최종적으로 지지한다고 간주할 필요는 없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더라도 만일 우리나라가 지금 여러 나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라면 후보들을 비교해 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최종 결정을 내려 협상의 문을 닫아 버리겠는가.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민간유치위원회와 정부유치위원회를 통합하여 효율적인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켰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출범은 다소 늦었지만 효과적인 유치 교섭 활동을 위해서는 그동안 절실하게 필요한 조치였다. 우리는 많은 해외공관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BTS와 같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그룹이 홍보활동을 해 줄 수 있는 등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능한 전략가들로 구성된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대상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워낙 다양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집중적으로 다층적·복합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중복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 주는 통합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이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부산은 유치 준비 과정이나 유치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남은 3번의 프레젠테이션(PT)과 BIE 실사 과정에서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유치교섭은 중앙정부가 해 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국내 홍보에만 머물면 엑스포 유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PT에 포함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치 교섭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동시에 실사단에게는 엑스포 유치 시민로서의 능력과 자신감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엑스포의 주인공이 될 당사자가 강한 결기를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유치 활동의 엔진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는 경쟁 도시보다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경쟁력 있는 많은 자산이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켰으며, 열정적인 부산시민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마지막 한 나라도 포기할 수 없고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시기에 돌입했다. 변수는 많고 불확실성이 높은 험난한 과정이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를 향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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