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가덕신공항은 종속변수? 독립변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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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한층 체계화하면서 더불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당위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한층 체계화하면서 더불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당위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한층 체계화하면서 더불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당위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뉴스가 쏟아질 만큼 지역을 넘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모두 부산에 현장을 두고 있지만, 그 파급 효과는 나라 전체에 미치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한 두 현안은 그 성공 여부가 서로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따로 떼어 놓아도 충분히 별개의 대형 사안이지만, 엑스포 이슈가 급해지면서 한 묶음으로 취급되는 양상이다. 최근엔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전제로 신공항 현안이 활용되는 기류도 보인다.


리야드와 엑스포 경쟁 치열 불구

신공항 개항 시기, 여전히 불투명

조기 개항 확정으로 변수 없애야

허약한 신공항 위상 강화도 필요

건설 과정 불확실성 대두에 대비

흔들림 없는 ‘상수’로 위치 굳혀야


개최지의 항공 접근성은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간 양강 경쟁으로 흐르는 엑스포 유치 활동에 벌써 그 위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0차 파리 총회 이후 판세 분석 결과, 리야드의 강세는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존재가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가덕신공항은 아쉽게도 아직 엑스포 부산 유치에 ‘든든한 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인 가덕도신공항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됐고, 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통해 공항 건설의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됐다. 그럼에도 신공항 개항 시기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2030년 엑스포를 위해선 2029년까지 신공항 완공은 기본 중 기본인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부산 여론과는 다른 잣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지역의 2029년 개항 열망과 달리 정부의 계획은 2030년대 중반 개항이다. 지난 4월 발표된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에서 제시된 개항 시기는 월드엑스포 이후인 2035년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달 말 공개된 정부의 엑스포 최종 유치계획서에도 ‘2030년 이전 가덕신공항 완공’ 내용은 빠져 지역 여론이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 국토부와 부산시가 이 문제를 놓고 계속 협의 중이라고 하는데, 명쾌하고 확실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유치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지역으로선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 문제는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내년 말 이전에 꼭 결론을 내야 한다. 신공항 조기 개항이 이처럼 계속 변수로 남는다면 엑스포는 기대할 수 없다. 국토부가 정말 다른 생각이 없다면 당장 엑스포 유치에 맞춰 신공항 조기 개항 방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 BIE 회원국을 설득하는 데도 힘이 실린다.

이쯤에서 신공항에 관한 또 하나의 단상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가덕신공항은 월드엑스포 유치의 종속 변수일까. 종속 변수라면 엑스포 유치 여부에 따라 신공항의 운명도 결정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꿈에서라도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까지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여건에서 대놓고 얘기할 것까지는 없더라도 그렇다고 아예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기에는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지금부터 여러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려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되고, 특별법 제정과 예타 면제라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부울경 지역민의 좌절과 노력은 형언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도 진보·보수 정권을 거치는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덕신공항의 위상은 허약한 게 사실이다. 아직 이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수도권주의자와 국토부 마피아의 견제와 어깃장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엑스포 유치에 핵심 선결 요건으로 등장한 신공항의 조기 개항에 여전히 딴지를 거는 듯한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섬뜩한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아마 신공항에 대해 언제라도 꼬투리를 잡을 만한 일이 생기면 좋은 먹잇감을 만난 듯 덤벼들지 모를 일이다. 6·1 지방선거 이후 속도전에 나선 듯한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엑스포 유치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인 것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여기에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은 반드시 함께 진행돼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다. 지금 단계에선 두 프로젝트는 한 몸과 같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한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의의 가능성 또한 별도의 영역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어느 한 사안만을 목표로 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적인 영향력은 부울경 100년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은 무슨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자체로 ‘상수’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2030엑스포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이후를 위해서도 그렇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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