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국정 심기일전, 실기해선 안 된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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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의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 그것도 배를 삼킬 듯 사납고 거세다. 화를 더 자초하는 것은 격랑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짐짓 모른 척한다는 점이다. 사달이 나도 단단히 일어날 조짐이다. 국정 동력을 잃어 가는 윤석열 정부 이야기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자중지란에다 보수언론이라는 우군마저 돌아섰고, 정가에는 레임덕을 넘어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벼랑 끝 대통령 지지율이 이를 웅변한다.

3·9대선에서 48.56% 득표로 2위인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신승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전직하다.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 이후 53%까지 올랐던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6월 셋째 주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꾸준하고도 착실한 하향세 끝에 최근에는 32%대에 이르렀다(한국갤럽 조사). 국민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 한 명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32%대 급락

30% 무너지면 국정 동력 상실

지지 기반인 PK 민심도 돌아서

 

“지지율 의미 없다” 인식 바꿔야

여야 넘나드는 정치력 복원 절실

정책 다듬고 거국내각도 고려해야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의미 없고 국민만 생각하겠다”지만 정치에 밝은 사람들은 국정 지지율 30%의 의미를 잘 안다. 통상 30%는 마지노선이다. 30%대에서는 40%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그나마 있지만 20%대로 내려앉으면 사실상 회복 불가능이라 본다. 국정 지지율 30%대면 야당이 말을 안 듣고, 20%대면 공무원 조직이 안 움직이며, 10%대면 측근마저 떨어져 나간다는 게 정가에서는 상식처럼 통한다.

지금은 이런 상식에 맞설 때가 아니라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냉철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나가는 게 이 정부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자세다.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라고 할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이달 들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52%)가 처음으로 긍정 평가(40%)를 크게 앞질렀을 정도로 민심은 악화일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사 난맥·권력 다툼·전 정권 공격 등 국정 지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일들은 차고도 넘치지만 지방 살리기, 민생고 해결, 코로나 대응 등 뭐 하나 제대로 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정권의 과오는 까발리면서 미래로 가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 내부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듯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자칫하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윤 대통령도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으니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정책을 알리라”고도 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지역 발전이 국가 발전”이라며 “지방 시대라는 모토를 가지고 새 정부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천명했을 때만 해도 지역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두 달이 지났지만 ‘지방 시대’가 뭔지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지방을 살린다면서도 쥐꼬리만 한 지역신문발전기금부터 깎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그것도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4억 5000만 원과 지역신문활용교육 예산 6억 원을 줄이겠다는 거다.

지역신문만 지방 시대라는 수사에 헛물을 켠 것은 아닌 모양이다. 위기의 지역대학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최근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대학의 반발이 거세다.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의 증원까지 허용하면 지역대학 공동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지역대학과 지방 살리기 어젠다를 제시하는 지역신문부터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방 시대인가.

더 늦기 전에 국정의 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흔들리는 국정의 중심부터 잡을 일이다. 정치력 복원이 그 지름길이다. 현재 우리 사회 위기의 근저에는 정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이해와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두고만 보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여와 야는 사사건건 대립 중이며, 국회는 21일 현재 53일째 개점휴업 중이다. 정치가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정치력 복원을 통해 통합과 협치를 국정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통합과 협치는 정부·여당의 겸손과 양보에서 싹튼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1년 만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이는 정치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검사의 문법보다 정치의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집권여당은 자기 정치의 권력 다툼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

안팎으로 경제와 안보에 비상등이 켜진 이때 국정이 키를 잃고 표류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정부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필요하다면 거국내각 구성도 고려할 때다. 성난 민심 앞에 정치권이 공멸의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변화와 쇄신으로 거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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