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전후방 ‘충돌 방지 센서’ 부착, 법으로 강제해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어린이 통학버스 불안하다] ③ 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24일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 제한속도 30km를 알리는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24일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 제한속도 30km를 알리는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최근 부산지역에서 통학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어린이가 속출하면서 통학버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운전사나 인솔자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적절히 대응하며 인명 사고를 막기에는 현행 통학버스 안전 관련 제도와 법령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령의 허점을 지적하며, 통학버스에 충돌 방지 센서 등 비교적 간단한 안전장치만 부착하더라도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설비와 관련해 다양한 요건을 열거해 놓고 있다. 차량 색상, 표시등, 승강구, 보호표지, 좌석안전띠, 후방보행자 안전장치, 최고속도 제한장치, 창유리 등의 규격을 정해 놓았다. 얼핏 보면 요구사항이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량 운행과 관련한 기술적 안전설비는 후방보행자 안전장치와 최고속도 제한장치 고작 두 가지다.


일반 차량보다 ‘사각지대’ 많아

충돌 안전장치 의무화 꼭 필요

엄격한 안전 기준 적용, 사고 막아야

지속적 단속·맞춤형 교육도 강화를


관련 법률은 후진할 때 운전자가 뒤를 볼 수 있는 후방영상장치, 보행자에게 후진 중임을 알리는 후진경고음 발생장치, 최고속도가 시속 110km를 넘지 않도록 하는 제한장치를 어린이 통학버스에 반드시 달도록 규정한다.

법률은 운전자가 후진할 때 충돌 센서로 보행자의 접근 상황을 알리는 접근경고음 발생장치도 언급하긴 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운전자들이 가장 손쉽게 차량 주변의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충돌 센서를 후방에만 달 수 있도록 그저 ‘권고’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후방뿐만 아니라 전방과 측면에 충돌 방지 센서를 반드시 달아야 하도록 ‘의무화’하자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이환진 차장은 “어린이 교통사고와 관련한 여러 입법이 있었지만 통학버스 승하차 과정에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적 안전장치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나아가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멈춰 주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어린이 통학버스에 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이 교통사고와 관련한 입법은 적지 않았다. 그동안 어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아이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사고가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통학버스 승하차 때 성인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세림이법’, 통학버스 안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음이법’, 어린이가 위급할 때 즉시 의료기관에 신고·이송할 것을 의무화한 ‘해인이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들은 주로 보호자의 안전 인식 개선에 중점을 뒀지, 충돌 사고 등을 막을 통학버스 차량에 대한 안전장치 도입·부착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천대 허억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운전자가 인간인 이상 사각지대를 보지 못하고 운행하는 등의 실수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운전자가 통학차량의 맨 뒤 좌석 버튼을 직접 눌러야 통학버스의 시동을 끌 수 있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처럼 사고를 근절할 수 있는 차량 장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어린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이동 수단인 만큼 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어린이 통학버스는 크기와 구조상 일반 승용차보다 사각지대가 배 이상 넓다”며 “아이들은 보호자가 있더라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일반 차량보다 촘촘한 안전 옵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장치 의무 강화를 기점으로 관련 단속과 교육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어린이 통학버스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도입하면서 법을 무력화시키는 이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잘못하면 무조건 단속이 되고, 법규를 위반하면 처벌이 크다는 인식이 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야 한다”며 “어린이의 행동과 신체적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운전자와 보호자가 허리를 낮춰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춰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통학버스 관련 입법이 계속 나왔는데도 관련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대부분의 입법 목적이 이슈에 따라 나온 단기적 해법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설과 단속, 교육 측면에서 통학버스 관리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하는 장기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