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포털 뉴스와 뉴스 포털을 넘어서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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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장

포털 뉴스 폐해 사회적 공감 이어

공공 뉴스 포털 필요성까지 제기

한국 언론 최대 맹점은 포털 종속

자체 온라인 독자 눈높이 맞춰야

혁신하지 않으면 공공 포털이라도

뜨내기 독자 상대 저품질 악순환


지역 화폐 혜택이 8월부터 줄어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무덤덤했다. 정부의 예산 축소로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니 어쩌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나마 부산은 인센티브가 줄었지만 광주, 제주는 아예 중단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형 마트 영업 규제 해제를 추진한다는 뉴스가 겹치면서 착잡해졌다. 국가 예산에서 지역 화폐 지원을 줄이고 동시에 대형 마트 영업 규제를 푼다면? 지역 내 선순환 소비 구조에 균열이 생길 것은 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힘겨운 지역 소상공인들에 달갑지 않은 상황이 초래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 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대안 마련은 공론에 부쳐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온라인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검색 플랫폼(포털)에서 그런 문제 제기 보도는 극소수 지역 매체에 국한된다. 이는 양대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콘텐츠 제휴사(CP)가 서울에 본사를 둔 곳 일색인 사정과 무관치 않다. 디지털 뉴스 생태계는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이다.

수도권 여론 쏠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지역 원전에 저장하는 방침에 지역민이 반발해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메가시티 계획이 차질을 빚어도 디지털 공론장에서 반향이 일어나고 국가 정책이 바뀌는 것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수도권 중심의 여론 지형 때문이다.

여론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포털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전국 9개 권역에서 1곳씩 특별 심사를 거쳐 지역 CP 8곳이 포털에 입점했다. 부산일보 등 3곳은 특별 심사 전부터 CP여서 지역 CP는 11곳으로 늘었다. 중앙지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이긴 하나 지역 매체의 존재감은 있다.

“올해 지자체 선거에서 지역 매체 입점 효과를 확인했다. 지자체 선거 뉴스에서 지역 CP 역할이 돋보였다. 중앙지가 다룰 수 없는 지역 뉴스 영역이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최근 만난 네이버 관계자는 디지털 공론장에서 지역 목소리가 왜 필요한지 확인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부산일보가 〈산복 빨래방〉 같은 좋은 기획을 보여 주셔서 감사하다.”

네이버가 지역 매체 중 유일하게 부산일보의 〈산복 빨래방〉을 호평한 까닭이 있다. 포털에서 트래픽을 노린 변칙이 횡행하는데 일부 지역 CP가 동조하고 있어서다. 지역 목소리를 강조하는 지역 언론이 포털에 들어와서는 수도권 뉴스와 흥미 위주 뉴스를 앞세워 클릭을 얻는 것에 급급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러니 저널리즘에 충실한 〈산복 빨래방〉 같은 뉴스는 모범 사례다.

포털 알고리즘으로 인한 폐해, 흥미 본위의 뉴스 과다로 인한 저널리즘의 하향 평준화와 함께 지역 뉴스의 왜소화는 지역 CP 등장 이후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이 때문에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잇따른다.

지난달 한국지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지역 공공 뉴스 포털 구축’이 제안됐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대경 교수는 “포털에서 지역 신문의 존재감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부울경 등 광역권 별로 공공 포털을 구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앞서 한국언론진흥재단도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포럼’을 통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뉴스 포털 구축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포털 뉴스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그리고 새로운 공공적 뉴스 포털의 필요성 담론이 제기되는 것은 다행스럽다. 여전히 뉴스가 필수적인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감에 대해 언론인들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져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역 언론은 분발해야 한다.

한국 언론의 최대 맹점은 포털의 기술과 집객력에 종속된 채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데 있다. 포털 사용자 정보(user data)를 얻지 못한 채 뜨내기 독자를 상대하다 보니 저품질로 추락하고 신뢰마저 잃었다.

따라서 외부 플랫폼이 아닌 자사 뉴스 사이트에서 온라인 독자와 만날 준비를 해야만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웹3.0(블록체인·NFT)과 메타버스(AR·VR·XR) 시대에 살고 있는 뉴스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가 자문해 보면 된다.

만약 충성 독자를 상대로 한 퀄리티 뉴스 서비스 체제로 혁신하지 못 한다면? 기존 포털 뉴스에 얹히든, 새로운 공공적 뉴스 포털에 참가하든 영원히 뜨내기 독자를 상대해야 한다. 그곳에는 저품질 뉴스, 하향 평준화의 외길이 기다리고 있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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