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29. 대형마트 치킨, 어디가 제일 맛있을까?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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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개요>

대형마트 치킨이 치킨 시장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당당치킨' '한통치킨' 등 이름은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비해 반값, 아니 반의반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 사실 마트 치킨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롯데마트에서는 5000원이라는 가격에 '통큰치킨'을 출시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판매를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2만 원에 육박하고, 배달비, 수수료 등 기타 비용을 더하면 3만 원 까지 올라간다. 고물가 시대에 지친 사람들, 이제는 마트치킨을 비난하기보다 치킨을 사기 위해 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즉 '치킨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대형마트 치킨. 가격은 저렴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을 위협하는 맛과 양을 자랑한다는데… 홈플러스, 롯데마트, 메가마트 3곳의 치킨을 직접 구매해 비교해봤다.


<현장검증>

당당치킨, 지금 사러 갑니다

12년 전과 달리 치킨 가격 경쟁 '어그로'는 롯데마트가 아닌 홈플러스가 먼저 끌었다. 지난 6월 30일 발매한 당당치킨은 1~2개월 물량이 1주일 만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팔려나간 치킨만 32만 마리. 계산해보면 1분에 5마리가 팔린 셈이다. 당당치킨의 가격은 6990원. 양념은 1000원 더 비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프랜차이즈 치킨값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엄청난 인기에 매장마다 줄을 선다는 말을 들었다. 또 만만하게(?) 보다 치킨이 없어 헛걸음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설마 하는 마음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홈플러스 서면점 관계자는 "아침 10시부터 판매가 시작된다"며 "11일 어제 같은 경우는 오후 1시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운이 나쁘면 치킨을 못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야 했다. 오늘 점심은 치킨이다.


점심부터 '치킨런'이라니

당당치킨이 인기라며 길게 줄을 선 사진을 신문이나 기사에서 자주 접했다. 신문을 만들지만, 연출한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전 10시 30분 홈플러스 매장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드문드문. '경쟁자는 없다…' 살짝 안도했다. 저 멀리 조리식품을 파는 코너가 보였다. 프라이드치킨 냄새가 코끝을 스친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세 사람이 장바구니를 든 채 줄을 서 있다. 저곳이구나. 얼른 뒤에 줄을 섰다. 매대는 텅 비어 있다. 대기줄이 생각보다 짧다. 출근하자마자 치킨을 사러 뛰어온 보람이 있다. 역시 조작된 사진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맹탐정 뒤로 사람이 한둘씩 서기 시작했다.

곧 10여 명 정도가 줄을 섰다. 사람이 몰리니 담당 직원이 안내를 시작했다. 그는 "조리기구 사정상 한 번에 6개씩 나온다"며 "다음 치킨은 15분 뒤에 또 나온다"고 외쳤다. 당당치킨은 '당일 제조, 당일 판매 치킨'의 줄임말이다. 30분 정도 기다리자 주방 문이 열렸고 곧 당당치킨이 나왔다. 1인 1마리 한정 상품이다. 마침내 당당치킨이 손에 들어왔다. 그사이 줄을 서 있는 사람은 더 늘었다. 하루에 판매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웃돈을 붙여 당당치킨을 판매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반응은 싸늘했다고 전해진다.


3곳의 치킨이 한자리에

당당치킨을 구매한 뒤 바로 롯데마트로 향했다. 사실 대형마트 치킨의 원조는 롯데마트다, 2010년 혜성처럼 나타나 치킨 시장을 뒤흔든 통큰치킨. 당시엔 여론에 밀려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지금은 그 양상이 다르다. 당당치킨의 독주에 '한통치킨(한통가아아득치킨이 정식 명칭이다)'을 내놓으며 통큰치킨의 부활을 알렸다. 당당치킨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매장 입구에서부터 실감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카트마다, 장바구니마다 치킨이 한 통씩 들어있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 바로 구매했다. 대기줄도 없다. 가격은 한 마리 1만 5800원이지만, 제휴카드 할인 혜택을 받아 8800원에 샀다.

메가마트의 '메가킹치킨'은 취재 전날 저녁 메가마트에서 미리 구했다. 3곳의 치킨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비교를 위해 먹지 않고 참아냈다. 원래 메가킹치킨의 가격은 한 마리 1만 900원이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바캉스 시즌행사로 6900원에 판매했다. 할인행사 기간을 놓쳤지만 마감할인을 받아 7900원에 구매했다. 드디어 3곳의 치킨을 모두 모았다. 맛과 양 등 조목조목 비교해보기로 했다.


마트 치킨 no.1은?

각 마트 치킨의 양과 무게를 측정해봤다. 먼저 당당치킨은 10조각이 들어있다. 무게는 806g. 국내산 8호 냉장 계육을 쓰는데, 다른 곳과 차이는 치킨 조각이 상대적으로 크고 맛감자 토핑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닭 다리를 집어 먹어봤다. 만든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튀김 옷이 바삭바삭했다. 염지를 약하게 해 짜지 않고 육즙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염지를 강하게 한 치킨은 삼투압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 당장 먹을 때는 짭조름한 맛이 확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빨리 날아가 퍽퍽해진다. 다만 맛감자는 빼도 될 것 같다.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롯데마트의 한통치킨은 양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무게는 955g이고 치킨 조각은 무려 22조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통치킨은 9~11호 크기의 냉장 계육을 쓴다. 통상 치킨의 '한 마리 반' 분량이라는 소리다. 맛은… 한입 베어 물자마자 기름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비교를 하기 쉽게 닭 다리를 또 뜯었는데 당당치킨에 비해 상대적으로 퍽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풍부한 양이 단점을 커버하는 것 같다. 패키지도 셋 중에 가장 눈에 잘 들어오고 이쁘다.

메가킹치킨은 743g으로 가장 가벼웠다. 모두 15조각이 나왔다. 앞서 두 치킨과 가장 다른 점은 반죽의 형태다. 당당치킨과 한통치킨이 물반죽을 입힌 후에 크리스피 파우더를 묻혀 튀겨내 바삭함을 살린 것에 비해, 메가킹치킨은 단순하게 물 반죽만으로 튀겨냈다. 덕분에 옛날 통닭 느낌도 난다. 맛은 살짝 매콤하다. 반죽이 조금 두꺼운 편이라 후추 간을 강하게 한것으로 추정된다. 구매한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전혀 퍽퍽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다.


독보적인 꼴찌

맹탐정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기면, 당당치킨이 1위, 이어 메가킹치킨, 한통치킨 순이다. 당당치킨을 식기 전에 먹어봤다면,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맛도 궁금해졌다. 동료기자와 PD에게 시식을 부탁했다. 평소 퍽퍽한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A씨는 "비슷한 반죽을 쓴 당당치킨과 한통치킨이 너무 비교된다"며 "한통치킨은 절대 사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메가킹치킨이 딱 짭짤한 프라이드치킨의 정석 같은 맛"이라며 "색깔은 노르스름한 게 한통치킨이 맛있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질기고 냄새도 난다"며 혹평했다. C와 D도 비슷한 의견이다. 당당치킨과 메가킹치킨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있을 뿐 "맛있는 치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통치킨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맛이 없다"고 평했다.


<사건결말>

대형마트 치킨 3곳의 맛을 비교했지만, 프랜차이즈 치킨과 그 맛을 비교해 생각해봐도 크게 다른 점은 못 느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전문적인 레시피를 사용해 맛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치킨은 치킨. 혹자는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고 했다. 가격이 3배 차이난다고 프랜차이즈 치킨이 3배 더 맛있지는 않았다.

맛이 비슷하다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과연 합당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냉장 닭고기 가격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2012년 8월 7-8호 냉장 닭고기의 가격은 kg당 4402원인데, 2022년 8월은 4244원으로 조사됐다.

닭고기 가격은 떨어지는데 왜 치킨은 그렇게 비쌀까?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는 배달료와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그리고 밀가루, 기름 등 재료값의 상승도 무시 못 하지만 일부에서는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지적도 많다. bhc그룹은 작년 매출 6164억 원, 영업이익은 1680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약 29%, 영업이익은 21%가 증가했고, 제너시스BBQ 역시 매출은 12% 이상 늘어난 3662억 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653억 원을 달성했다.

저렴한 치킨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마트에 줄을 서고, 프랜차이즈 가맹주는 비명을 지르고, 업계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

이 '치킨게임'에서 진짜로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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