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역동적인 부산항, 가덕신공항으로 비상해야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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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초고령화 도시로 쇠락하는 부산
해양에서 새로운 희망 모색 필요
활력 있는 항만·물류산업이 대안
부두 신규 개장·국제 행사 고무적
육해공 복합물류는 세계적 추세
신항·신공항 시너지 극대화해야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터미널 내 3개 선석으로 이뤄진 6부두(운영사 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의 공식 개장 기념행사가 오는 9월 2일 부두에서 열린다. BCT 제공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터미널 내 3개 선석으로 이뤄진 6부두(운영사 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의 공식 개장 기념행사가 오는 9월 2일 부두에서 열린다. BCT 제공

‘노인과 바다의 도시’. 초고령화 도시로 쇠락해 가는 부산의 실상을 헤밍웨이가 쓴 명작 소설 ‘노인과 바다’의 제목에 빗댄 자조적인 문구다. 이 표현은 부산경제의 오랜 침체로 지역 청년들이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타지로 떠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세간에 회자한 지 오래다. 부산은 인구 유출과 감소로 제2 도시 위상마저 위태롭다.

부산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해서 체념한 채 가만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으로 더 악화하기 전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과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면, 바다에서라도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마땅하다. 그 방법으로는 부산에 발달한 수산업의 활성화나 해양관광, 해양레포츠, 해양과학기술, 해양바이오 등 해양 관련 신산업 육성이 있을 테다. 무엇보다 올해로 개항 146주년을 맞은 부산항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고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항구에 기반한 해운·항만·물류산업에서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선진국으로 잘 먹고 잘살듯이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항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 언제든지 항만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노력을 집중할 경우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돼서다. 지난해 1년간 부산항에서 처리된 물동량은 2020년에 비해 4% 늘어난 2270만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물류대란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극복하며 이뤄 낸 성과라 의미가 크다. 게다가 부산항은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중계) 화물 처리량이 싱가포르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동북아 물류 허브’ 항만이다. 이는 지역 해운·항만·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제 역할에 매진한 결과다.

올 들어선 부산항의 경쟁력을 키우는 경사가 잇따라 고무적이다. 다음 달 2일 부산신항 남컨테이너부두 내 6부두 개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념식이 열린다. 인근 5부두 개장 후 신항 추가 개장은 10년 만이다. 연간 220만TEU 처리 능력을 가진 6부두의 3개 선석이 가동됨으로써 국내 선사와 수출입 업체들이 수년째 시달리는 만성적인 물류 적체 현상의 완화가 기대된다. 이 부두는 국내 항만 최초로 원격 조정으로 움직이는 무인 안벽 크레인과 자동화 야드크레인을 갖춘 게 특징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화물 처리 속도를 높이는 등 효율성 제고와 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해 부산항의 신규 물동량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앞서 24일에는 신항 배후부지(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4만 5608㎡의 대우로직스틱스 컨테이너 공영 장치장이 문을 연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하루 3580TEU를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이로써 장치장 포화가 잦은 신항 일대 물류난 해소에 숨통이 트이지 싶다. 특히 다음 달 11~16일 부산항이 다양한 글로벌 물류기업을 파트너로 확보하고 국제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 세계의 허브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이 기간에 해운대에서 세계 물류인의 대축제인 ‘국제물류협회(FIATA) 세계총회’가 열리는 것. 이 행사를 찾는 145개국 4만여 개 회원 기업을 상대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부산항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려 엄청난 물동량 증대로 이어지면 금상첨화일 게다.

부산항 관리·운영 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의 활황세를 감안해 올 물동량 계획치를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2350만TEU로 잡았다. 환적 물량은 5% 늘어난 1290만TEU다. 부산항의 특장점을 잘 살려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좋겠다. BPA는 각각 내년과 2026년 최첨단 스마트 항만으로 개장 예정인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 2-6단계 선석 개발도 차질없이 진행해 부산항 경쟁력을 강화할 일이다. 때마침 정부는 최근 BPA를 공기업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키로 했다. BPA는 독립성 보장에는 미흡하지만, 앞으로 기획재정부 간섭이 줄고 인사와 경영 등에서 자율성이 생기는 만큼 부산항 육성과 연관 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 경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역동적인 부산항은 신항 근처에 들어설 가덕신공항으로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다. 육해공이 결합된 복합물류는 세계적인 추세다.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겨냥한 신공항 조기 건설이 추진돼 2029년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이 개항한다면 항만, 공항, 고속도로·철도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트라이포트 체계가 구축된다. 글로벌 복합물류와 교통·관광 중심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에 따른 시너지와 경제적 파급효과는 추산하기 힘들 정도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부산항이 하루빨리 가덕신공항의 날개를 달아 세계 초일류의 물류 허브로 비상하기를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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