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BTS와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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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내년 11월 BIE 회원국 투표까지
남은 1년이 부산의 미래 좌우
부산엑스포 글로벌 홍보 절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꿈
엑스포와 가덕신공항이 지름길
BTS 대체복무제에서 길 찾아야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생일을 맞아 1일 중국 팬클럽 '정국 차이나'가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불빛 터널' 서포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생일을 맞아 1일 중국 팬클럽 '정국 차이나'가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불빛 터널' 서포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天高馬肥)는 가을이다. 여름의 해운대를 벗어나 가을이 오는 동해로 길을 잡으면 갈맷길은 해변열차와 함께 달린다. 미포~청사포~송정의 그린레일웨이를 걷노라면 방탄소년단(BTS) 정국(본명 전정국) 생각이 난다. 그의 팬클럽이 생일인 9월 1일에 맞춰 지난해 블루라인파크 입구에 축하 꽃길을 만들고, 해변열차를 ‘해피 정국 데이(Happy JUNGKOOK Day)로 랩핑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까닭이다.

한국이 K팝을 이끄는 BTS를 보유하고 있다면 부산은 BTS의 지민(본명 박지민)과 정국을 보유한 글로벌 팬클럽 아미(ARMY)의 성지다. BTS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가 된 데도 부산이 고향인 지민과 정국의 부모가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해변열차에서 동해선을 갈아타면 도착하는 일광에서는 10월 15일 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열린다. 단체 활동을 중단한 지 7개월 만에 신곡 ‘옛 투 컴’ 발매와 함께 돌아온 BTS는 ‘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순간’에 부산의 꿈도 함께 녹여 냈다.


부산과 BTS가 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순간을 함께 꿈꾸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2030 부산엑스포로 가는 길도 BTS 참여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갈린다. 경쟁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오일 머니’를 무색하게 할 강력한 문화의 힘인 BTS를 대한민국의 부산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인 170개국보다 많은 197개국의 BTS 팬클럽 아미는 천군만마다.

최고의 순간은 내년 가을까지 그 성패가 결판난다. 그 1년이 부산의 10년을 좌우하며, 나아가 부산의 미래 100년을 파종한다. 시간표는 부산엑스포와 가덕신공항을 따라 흘러간다. 9월 7일 부산엑스포 유치계획서 BIE 제출, 11월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내년 3월 현지 실사, 내년 11월 5차 PT와 170개 BIE 회원국 투표로 이어진다. 때맞춰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1년간 진행된다. 가덕신공항 2029년 조기 개항도 여기서 판가름 난다.

앞으로의 1년이 부산의 장래에 있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시간이다. 엑스포와 가덕신공항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세계를 향해 부산이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때다. 총력전뿐만 아니라 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는 일도 결코 없어야 한다. 금쪽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느냐, 주저앉느냐 기로에 서 있다. 부산의 정치·경제·사회·문화계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난달 30일 벡스코에서 열린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2022’에서 부산의 위기와 기회를 공유했다. ‘혁신의 시대’ ‘엑스포 부산 유치’ ‘창업 도시로 가는 길’ 3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가덕신공항과 엑스포를 통해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는 길에 BTS라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부산 시민이라면 부산의 운명을 결정할 1년간 BTS와 영욕을 같이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와 관련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숙박비와 안전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난관을 정면에서 돌파하는 자세가 요망된다.

한편으로 희망의 뉴스도 교차한다. 31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BTS 병역 문제에 관해 빠른 결단을 촉구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하자고 지시를 내렸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주가가 전날 대비 6.76% 급등하는 등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엑스포 개최 도시 시장으로서 고심 끝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BTS 대체복무제도 적용을 건의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도 대체복무에 지지의사를 잇따라 표명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1992년생인 진(본명 김석진)은 올해, 1993년생인 슈가(본명 민윤기)는 내년까지 입대해야 하며, 이후 RM(본명 김남준), 제이홉(본명 정호석), 뷔(본명 김태형), 지민, 정국이 차례로 입대하게 된다.

“나라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게 BTS 입장이지만 부산엑스포 글로벌 홍보에 나서는 것도 분명 나라를 위한 길이다. BTS와 부산, 국가가 윈윈하는 길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때다. 주목할 건 BTS와 함께라면 부산이 훨씬 쉽게 글로벌 허브 도시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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