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인사이트] 윤석열과 승리의 기술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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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은 신생 왕국 이스라엘의 투석병(기동포격 부대)과 지중해 크레타섬에서 이주해 온 해양 민족 블레셋의 중보병이 맞선 고대 전쟁이었다. 돌멩이 5개를 든 다윗은 30m 이상 먼 거리에서 초당 6~7회전으로 휙휙 돌린 물매로 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를 때렸다. 청동기 갑옷과 방패, 창으로 중무장해 몸이 무거운 골리앗은 날아오는 돌을 피할 틈조차 없이 맞고 쓰러졌다. 왜소한 양치기 다윗이 2m 거구의 전사 골리앗을 돌팔매질 한 번으로 이기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세상 사람들은 응원하고 환호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저서를 통해 “몸이 무겁고 시력이 좋지 않은 골리앗의 약점을 파악하고, 빠른 몸과 작은 돌로 목표물을 겨냥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다윗의 전략이 승리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윗, 약자의 기술로 골리앗 쓰러뜨려

남과 다른 자신의 장점 극대화 전략

윤 대통령, 공정·정의로 정권 교체

집권 후 성공 방식 잃고 지지율 추락

“모든 동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상식·균형발전으로 민심 회복해야

성서적 관점을 빼고 보면, 윤석열의 정치 입문 전략은 약자인 다윗의 승리 기술과 비슷했다. 몸집(세력)도 작고, 경험(정치)도 없고, 후원자(소속 정당)도 없는 약자였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으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임명권자에 맞선 강단, 속도와 기동력, 민심에 대한 자신감, 기존 정치권과 다른 신선함이 골리앗과 같은 진보 기득권을 무너뜨렸다. ‘공정, 정의, 상식, 민생, 지방균형발전’이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위해 던진 다섯 개의 돌이었다. 이 돌팔매질이 거대 여당 갑옷을 입은 민주당 후보의 부패 의혹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약점을 정확히 겨냥하면서 승리했다. 정치 입문 1년 만의 기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정권 교체라는 최고의 순간 이후 몰락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흑역사를 반복할 조짐마저 보인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국정 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마저 붕괴된 상황이다. 70대 이상에서 긍정 평가가 과반수 나올 뿐, 보수 텃밭 영남권에서도 절반 이상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20~40대의 지지율을 잃은 상황에서 70대 이상, 극우파의 결집을 유도하는 극약 처방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5개월을 윤핵관의 권력 싸움으로 허송세월했다. 학벌 좋고 유능한 ‘검찰 동생’들과 학교 선후배를 중용한 인사,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온갖 잡음은 애써 그를 지지하려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 근원적으로는 강자를 이긴 약자의 기술을 잃었기 때문이다. ‘공정, 정의, 상식, 민생, 지방균형발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존 정치권과 다른 특유의 강단과 속도도 거품처럼 꺼져 버렸다. 정치적 부채가 없어서 탕평 인사와 명료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사라졌다.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보수의 역량은 약에 쓰려도 찾기 힘든 지경이다.

왜 정권 교체를 했는지 아랑곳 하지 않는 권력 핵심의 오만과 망각, 이를 방치한 무능함 탓이다. 그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을 비롯한, 성남FC 광고 수주,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해소는 고사하고, 오히려 민주당으로부터 ‘김건희·이재명 특검’이란 쌍특검 맞불에 이어 김건희 여사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되는 등 ‘야당 탄압’ ‘정치 전쟁’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

괴물 태풍 힌남노가 6일 새벽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은 이런 초특급 정치 태풍을 앞으로도 여러 번 겪어야 한다. 태풍에 맞서 국정을 이끌고 개혁을 주도할 힘은 자신을 대통령 자리로 밀어 올린 ‘공정, 정의, 상식, 민생, 지방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초심이다. 말뿐인 희망 고문과 내로남불로 일관했던 과거 정권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길이다. 애초의 약속과 자신만의 승리 기술로 돌아가면 된다. 문제가 된다면 김건희 여사의 주변도 YS와 DJ 재임 기간에 자기 아들들을 사법처리하듯 상식과 원칙에 따라 정리하면 될 일이다. 그게 바로 민심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이스라엘 2대 왕에 오른 다윗도 절대 권력자가 되면서 점점 나태해졌다. 가장 가까운 장군의 아내를 임신시키고, 그 장군을 죽음에 내모는 등 숱한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을 왕으로 세운 절대자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도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이제 추석이다. 코로나 3년 차로 모처럼 모여 앉은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해답은 “모든 동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8월 8일 도어스테핑)는 윤 대통령 말에 있다.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지지와 성원이 언제든지 비판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는 선언(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되새기면 된다. 상식과 정의의 원칙으로 돌아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보고 싶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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