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김·김자반·김스낵 등 제품도 다양… 생산 공정 복잡하지만 국제 경쟁력 최고
[창간기획] 당신이 모르는 수산 아지매
김 가공 작업자
김은 명실상부한 한국 1위 수산물 수출품이다. 수출시장에서 한국 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본식 명칭인 ‘노리’(NORI) 대신 최근 우리 말인 ‘김’(GIM)으로 부르는 경우도 늘었다. 김을 많이 소비하는 일본의 경우 주로 마른김을 소비하고, 가공품이라고 해도 간장에 절여 말린 김이 전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름 발라 구운 김에 소금을 뿌린 조미김, 부스러기 형태의 김자반, 김 사이에 각종 스낵을 끼워 먹는 김스낵 등 종류가 다양하다.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이유다.
그 명성만큼이나 한국 김을 생산하는 공정은 복잡하다. 특히, 김스낵은 스낵에 붙이는 각종 재료들에 따라 중량이 달라지고, 종류에 따라 굽는 김의 온도도 모두 다르다. K푸드의 대표상품으로 떠오른 김의 세계화 이전에는 김의 굽기 정도와 김스낵의 배합 등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가공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공장에서는 김이 만들어지는 제품에 맞게 굽혔는지, 김에 붙어 있는 스낵이 정량대로 올려졌는지 등을 사람이 육안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비로소 상품으로 나갈 수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세화씨푸드(주)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임혜영(53) 반장은 “김을 기계에 투입하는 공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이 확인하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며 “우리는 육안으로만 봐도 김이 많이 굽혔는지, 적게 굽혔는지 알 수 있다. 돌김이나, 재래김 등등 굽는 온도가 다르고 이를 사람이 반드시 확인하고 결과품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과 김 사이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드는 김스낵은 더 손이 많이 간다. 안의 내용물이 정량보다 많이 들어가면 너무 눅눅해지고, 너무 적게 들어가면 중량을 맞출 수 없다. 특히 세화씨푸드(주)의 제품 중 90%는 수출용인데, 수출에 있어서 중량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임 반장은 “재료도 현미, 아몬드, 깨 등등 다양하다”며 “제품에 따라 정해진 중량이 다르고 김과 김 사이에 들어가는 스낵재료 중량이 맞게 들어갔는지, 맞닿아 붙어 있는 김이 나란히 맞게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잘못된 제품이 있다면 교정하거나 아예 빼야 한다”고 말했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투입되는 공정인 것이다. 임 반장을 포함해 부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38명 작업자 모두 여성이고, 숙련된 작업자는 10년 넘게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
베테랑 작업자들은 김스낵의 모양만 봐도 중량을 알 수 있다고 자부했다. 임 반장은 “좀 눅눅해 보이는 것이나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것들은 다시 빼서 저울에 재어 본다”며 “이러한 작업을 통해 대게 10개 중 9개는 잘못된 걸 골라 낼 수 있다. 제품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어, 어묵, 명란 작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임 반장도 세탁소, 식당 등에서 주로 여성이 많이 일하는 분야에 있다가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 그가 일한 곳 중 이곳이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이다. 임 반장은 “아이들을 낳고 난 후 가정이 보탬이 돼야 했다. 기술 없는 여성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다”며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런 일들이야말로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힘들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숙련된 기술만큼이나 임 반장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는 “우리 회사의 업적이 언론에 나올 때마다 뿌듯하고 주변에 자랑하기도 한다”며 “특히나 내가 만든 김이 외국에 수출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