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커피 가능성 확인… 세상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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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2) 페루 커피를 바꾸는 청년들

페루 하엔에 위치한 오리진 커피랩 커피 창고에서 호세 리베라 대표(왼쪽)와 마리아 그라시아스 총괄 매니저 부부가 포즈를 취했다. 페루 하엔에 위치한 오리진 커피랩 커피 창고에서 호세 리베라 대표(왼쪽)와 마리아 그라시아스 총괄 매니저 부부가 포즈를 취했다.

“페루 커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페루 커피의 명성을 올려 커피를 재배하는 생산자들과 다 같이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페루 하엔의 종합 커피 수출기업 오리진 커피랩의 호세 리베라(36)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페페’라는 별명으로 친근하게 불리는 그는 페루 커피의 가능성을 보고 미국에서 페루로 과감히 돌아왔다.


오리진 커피랩 ‘호세 리베라’ 대표

휴가 때 맛본 고향 커피 맛에 ‘매료’

생산자-소비자 연결 종합회사 세워

커피 가치 설파해 더 좋은 생산 독려

“생산자와 다 같이 잘사는 게 목표”


막 수확한 커피 열매 모습. 막 수확한 커피 열매 모습.

■스페셜티 커피에 눈 뜨다

리베라 대표는 하엔에서 태어나 약 2시간 거리의 샌 이그나시오에서 자랐다. 조부모는 증조부모가 운영하던 피우라 지역의 커피 농장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정도로 리베라 대표 가족의 커피 재배 역사는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샌 이그나시오에서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이 지역에서 커피 협동조합을 꾸려 일했다”면서 “커피농장에서 자라 주변에는 항상 커피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커피 집안에서 커피 청년으로 자란 리베라 대표는 커피 로스터와 커퍼(커피 맛을 평가하는 사람)로 수도 리마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부인인 마리아 그라시아스(29)가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떠나면서 2012년 함께 시카고로 이주했다.

시카고의 신흥 스페셜티 커피 회사인 메트릭 커피에서 커피 로스터로 일하면서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 눈을 떴다. 시카고는 전 세계에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텔리젠시아가 탄생한 곳으로, 2010년대 초반 시카고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중이었다.

리베라 대표는 “페루사람이지만 나조차 페루 커피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서 “당시만 해도 페루에는 스페셜티 커피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는데, 2017년 하엔에서 보낸 2달간의 휴가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부부가 페루로 돌아온 이유

2017년 휴가로 다시 찾은 페루 하엔에서 부부는 인생을 바꿀 결심을 한다. 당시 리베라 대표의 사촌이 샌 이그나시오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소량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사촌이 키운 부르봉 종의 커피를 마시고 “페루 커피도 이렇게 맛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현재 오리진 커피랩에서 창고 관리와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마리아 그라시아스는 원래 시카고에서 호텔리어였다. 그라시아스는 “커피 한 잔을 계기로 2달의 휴가는 6개월로 연장됐고 결국 함께 페루로 이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2018년 지인에게서 빌린 2만 달러로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시작한다. 리베라 부부와 파트너까지 3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현재 23명이 일하는 어엿한 커피 종합회사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오리진 커피랩은 페루 농부가 생산한 커피를 직거래를 통해 한국, 미국, 유럽 등지에 수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리진 커피랩 초기 부산 스페셜티 커피 회사와의 다이렉트 트레이딩을 통해 페루 스페셜티 커피를 부산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리진 커피랩의 가장 큰 역할은 자신이 키우는 커피의 가치를 모르는 농부에게 커피의 가치를 알려주고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거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오리진 커피랩과 함께 일하는 커피 생산자의 삶에는 큰 변화가 일었다. 하엔에서 자동차로 2시간 20분가량 떨어진 농장 라 팔레스티나를 운영하는 생산자 호세 알라르콘(42) 씨가 그 예다. 이전에는 커머셜 커피만 재배하던 알라르콘 씨는 2017년 오리진 커피랩을 만나 볼리비아에서 열린 커피 세미나에 참석했고, 그해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알라르콘 씨가 키운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 팔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원래 1ha(1만㎡)당 1000달러 수준의 가격을 받던 것을 1만 8000달러까지 받게 됐다. 1시간 넘게 비포장 산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라 팔레스티나 농장에는 현대식 부엌이 들어섰고 세탁기, 와이파이도 설치됐다. 커피가 알라르콘 씨와 10명의 형제·자매 가족의 삶을 변화시켰다.

리베라 대표는 라 팔레스티나 농장 위의 땅 60ha(60만 ㎡)를 매입해 앞으로 소농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에 위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일 선상에서 파트너로 일할 수 있도록 페루 스페셜티 커피의 품질을 높이고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페루 하엔/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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