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숨비] 파리에서 온 해녀, 부산에 사는 해남 #8-5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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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숨비’는 제주도 밖 육지 해녀의 대명사인 부산 해녀를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부산은 제주도 해녀들이 처음 출향 물질을 하며 정착한 곳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60대 미만 부산 해녀는 20명 남았습니다. 인터뷰와 사료 발굴로 사라져가는 부산 해녀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고, 물질에 동행해 ‘그들이 사는 세상’도 생생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해녀보다 관심이 적은 육지 해녀가 주목받는 계기로도 삼으려 합니다. 이번 기획 보도는 〈부산일보〉 지면, 온라인, 유튜브 채널 ‘부산일보’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이야기> : 해녀들과 두 번째 물질에 나선 기자와 PD들. 부산 해녀가 가장 많은 기장 바다로 불가사리 사냥을 떠났다. 해녀복을 입은 채 크레인도 조종했다. 해남이 할 일은 다양했다.

- 관련 기사 : [부산숨비] 기장 바다에서 ‘별’ 보고 왔습니다 #8-4 (https://url.kr/1v8fj7)

프랑스 유튜버들과 부산일보 취재진이 물질한 영도 동삼어촌계 앞바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프랑스 유튜버들과 부산일보 취재진이 물질한 영도 동삼어촌계 앞바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프랑스 파리에서 연락이 왔다.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이 부산 해녀에 대해 문의했다. 우리가 해남에 도전하는 ‘부산숨비’ 프로젝트 기사를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프랑스인 유튜버들이 부산 해녀 문화를 체험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산과 해녀의 매력을 알리겠단 취지가 반가웠다. 대사관과 협의해 우리도 바다에 함께 가기로 했다.

영도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기자. 조미진 해녀 제공 영도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기자. 조미진 해녀 제공

그렇게 부산 해녀들과 세 번째 물질을 떠나게 됐다. 청사포, 기장에 이어 이번엔 영도였다. 우리가 해녀복을 맞추고, 처음 물질을 시작한 바다를 품은 섬. 19세기 후반 제주 출향 해녀가 처음 정착한 영도에서 다시 도전에 나섰다.

늦여름인 올해 8월 25일 영도다리를 건넜다. 드디어 파리에서 온 ‘아기 해녀’들과 물질을 가기로 한 날. 20~40대 해녀가 자취를 감춘 영도 바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 파리에서 온 해녀들

먼저 영도구 동삼동 감지해변에서 프랑스 친구들을 만났다. 우린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소개했다. 그들은 우리가 해남 도전에 나선 ‘부산숨비’ 유튜브 영상을 봤다며 “훌륭하다(super)”는 빈말(?)을 해줬다.

해남에 도전하는 ‘부산숨비’ 영상을 말하며 엄지를 들어준 식스틴(왼쪽)과 이네스(오른쪽).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해남에 도전하는 ‘부산숨비’ 영상을 말하며 엄지를 들어준 식스틴(왼쪽)과 이네스(오른쪽).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두 동갑내기 친구는 유튜브 채널 ‘베리 프렌치 트립(Very french trip)’을 운영 중이었다. 노란 모자를 쓴 ‘식스틴 떼이욜(25·Sixtine Teillol)’은 TV 채널 France2와 C8 등에서 조연출 경력이 있었고, 검은 모자를 쓴 ‘리무히 이네스(25·Limouri Inès)’는 프랑스 매거진 ‘부아시(Voici)’ 기자였다.

이네스와 식스틴은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코리에이터’로 영도를 찾았다. ‘한국(Corée)’과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로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대사관 공공외교팀 관계자는 “프랑스 유튜버와 협업하는 공공외교 사업”이라며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사실도 자연스레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는 월드엑스포 유치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있다.

촬영을 맡은 앙뚜안(Antoine Mutin·왼쪽)과 통역을 도운 박아현(부산대 불어불문과·오른쪽) 대학생.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촬영을 맡은 앙뚜안(Antoine Mutin·왼쪽)과 통역을 도운 박아현(부산대 불어불문과·오른쪽) 대학생.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영도 막내 해녀가 이번에도 도움을 줬다. 스킨스쿠버 숍도 운영하는 조미진(51) 해녀가 물질에 동행키로 했다. 두 프랑스 친구는 이틀 전 조미진 해녀에게 물질 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통역은 대학생 박아현(22·부산대 불어불문과) 씨가 맡아줬다.

나름 바다에 몇 번 가본 우린 그들에게 “계속하다 보면 금방 하실 거예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산 ‘젊은 꼰대’에게 두 예비 해녀는 마지못해 엄지를 들며 ‘따봉’을 날려줬다.


■ 문어가 나타났다

영도 해녀촌으로 이동했다. 동삼어촌계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간만에 만난 이정옥(67) 부녀회장이 해녀복을 입은 우릴 보며 웃었다. 조미진 해녀가 “(취재진이) 귀찮게 굴어서 못 살겠다”고 푸념하자 그는 “애들 물 좀 멕여라”는 농담을 던졌다.

해녀촌에서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든 이네스(왼쪽)와 식스틴(오른쪽).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해녀촌에서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든 이네스(왼쪽)와 식스틴(오른쪽).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PD가 머리에 넣는 순간 찢어진 해녀복 모자.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PD가 머리에 넣는 순간 찢어진 해녀복 모자.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프랑스 친구들과 ‘알롱지!(Allons-y·‘가자!’를 뜻하는 불어)’를 외치며 해녀촌 앞바다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갈 리 없었다. 얼굴에 살이 찐 탓인지 해녀복 모자가 찢어졌다. 평소 잘 찢어지는 고무 해녀복을 세심하게 입는 해녀들이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우린 물속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번역 앱을 켜고 연습한 불어는 비루한 발음 탓에 큰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영도 바다에 적응할 무렵 조미진 해녀가 한 ‘생명체’를 들고 물 위로 나타났다.

영도 앞바다에서 문어를 잡은 채 움직이는 기자. 조미진 해녀 제공 영도 앞바다에서 문어를 잡은 채 움직이는 기자. 조미진 해녀 제공
물속에서 문어를 들고 움직이는 이네스.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물속에서 문어를 들고 움직이는 이네스.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방심한 사이 문어에 팔을 내준 기자.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방심한 사이 문어에 팔을 내준 기자.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돌 밑에 숨어있던 문어였다. 우린 문어를 건네받아 바닷속에서 잡는 법을 연습했다. 몸통을 잡은 채 바닥과 물 위를 오갔다. 문어는 먹물을 내뿜으며 저항했고, 빨판 달린 다리가 손을 휘감기도 했다.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며 문어를 잡아 올리는 법을 익혔다.


녹초가 된 해남

우린 빨간 등대와 가까운 방파제 주변으로 움직였다. 먼바다로 나간 해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문어와 싸우며 어느 정도 몸을 풀었지만, 여느 때처럼 물질은 쉽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로 나온 이네스, 식스틴과 취재진.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바다 한가운데로 나온 이네스, 식스틴과 취재진.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먼바다에서 돌아오고 있는 영도 해녀(사진 왼쪽)에게 다가가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먼바다에서 돌아오고 있는 영도 해녀(사진 왼쪽)에게 다가가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바다 한가운데로 갈수록 속도는 느려졌다. 파도에 몸이 휘청거렸고, 다리에 힘이 쭉 빠지기 시작했다. 마음으로는 금세 닿을 듯해도 그런 거리가 아니었다.

테왁을 들고 물질을 나간 해녀들은 해녀촌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도 잠수를 반복하며 움직였다. 겨우 가까이 다가간 우린 그들을 따라 하며 잠수를 연습했다.

해녀들 옆에서 물질을 연습하는 PD. 조미진 해녀 제공 해녀들 옆에서 물질을 연습하는 PD. 조미진 해녀 제공
테왁에 의지해 이동하는 해녀 밑으로 전갱이 떼가 지나고 있다. 조미진 해녀 제공 테왁에 의지해 이동하는 해녀 밑으로 전갱이 떼가 지나고 있다. 조미진 해녀 제공

영도 바다도 속이 더 아름다웠다. 다양한 해조류가 있었고, 물고기 떼가 우리 옆을 지나쳤다. 전갱이가 지나는 풍경을 보느라 정작 바닥에 뭐가 있는지 눈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우린 물질 연습을 반복하며 바닷속을 살피기 시작했다. 영도 막내 해녀가 내려가는 바닥 주변을 따라갔다. 숨이 차올라 오래 버티진 못했지만, 바닥 지형도 익히려 노력했다.

테트라포드 위에 쉬고 있는 취재진과 물질하는 이네스와 식스틴.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테트라포드 위에 쉬고 있는 취재진과 물질하는 이네스와 식스틴.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비루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기자.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비루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기자.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먼바다에서 진이 빠진 우린 테트라포드 위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해녀촌으로 돌아가는 길은 말없이 움직이기만 했다. 뜨거운 햇빛에 갑갑함이 더해져 물속에서 모자를 벗기도 했다. 평소 먼바다를 오가는 해녀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뭍으로 돌아온 우린 거의 녹초가 됐다. 이네스와 식스틴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우린 두꺼운 해녀복 탓에 많이 더워서 그런 거 같다고 초라하게 변명했다.


■ 돌멍게로 건배

물질을 마친 프랑스 친구들과 해녀촌 구경에 나섰다. 영도 해녀들은 뿔소라, 돌멍게, 전복, 해삼 등 각종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네스와 식스틴은 수십 년간 물질하고 해산물을 손질한 그들의 인생을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우린 해산물을 담은 접시를 테이블에 놓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들은 소라, 전복, 멍게, 해삼 등 거의 모든 해산물을 낯설어했다. 하나하나 어떤 해산물인지 알려준 뒤 시식을 권했다.

이네스와 식스틴이 해산물을 손질하는 영도 해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이네스와 식스틴이 해산물을 손질하는 영도 해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기자가 돌멍게 껍질에 소주 대신 물을 부어 마시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기자가 돌멍게 껍질에 소주 대신 물을 부어 마시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그들은 과일 향이 난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멍게가 오렌지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소주 대신 물을 부어 아쉬웠지만, 돌멍게 껍질은 술잔으로 활용된다는 중요한 사실도 가르쳐줬다. 이네스와 식스틴은 “해녀 문화를 경험하게 돼서 좋았다”며 “부산은 다양한 매력이 있는 도시”라고 했다.

그렇게 우린 부산 해녀 체험을 마무리했다. 프랑스 친구들에게 해녀 문화를 알려준 시간이었지만, 해남이 되려면 노력을 더 해야한단 걸 다시금 깨달았다. 물질은 여전히 만만하지 않았다.

기자가 영도 바다에서 잠수를 마친 뒤 수면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조미진 해녀 제공 기자가 영도 바다에서 잠수를 마친 뒤 수면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조미진 해녀 제공
유튜브 채널 ‘베리 프렌치 트립’과 부산일보 취재진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유튜브 채널 ‘베리 프렌치 트립’과 부산일보 취재진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부산숨비 프로젝트 이후 부산 해녀 문화를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듯하다.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취소됐지만, 올해 8월 말 기장군 연화리에서 ‘해녀체험학교’가 다시 열릴 예정이었다. 부산에서 2017년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5년 만이었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해외까지 부산 해녀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부산 해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기회가 있으면 선뜻 물질을 하려 한다. 부산 해남들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부산일보>는 올해 초부터 부산 해녀를 기록하고, 해남에 도전하는 ‘부산숨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부산숨비 기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 생생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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