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코남] #32. 고양이 사료가 주식?! 달맞이 공원의 여우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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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개요>

부산 달맞이 공원에 여우가 나타났다. 길고양이가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달맞이 공원에 여우라니, 사정을 알고 보니 시민들 눈에 포착된 이 여우는 국립공원연구원이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 영주 소백산에 방사한 수컷 '붉은여우'. 약 400km의 긴 거리를 이동해 마침내 달맞이 공원에 나타난 것. 국립공원연구원 측은 달맞이 공원이 여우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서둘러 포획해야 한다고 하는데. 포획 틀과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시민들 눈에 발견된 지 두 달이 넘었다. 하지만 여우를 포획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달맞이 공원은 여우가 살기에 부적합한 곳인지, 달맞이 공원에 정말 여우가 있는지 직접 만나러 가봤다.


<현장검증>

달맞이 공원의 붉은여우

달맞이길에 여우가 최초로 나타난 것은 지난 6월로 추정된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 눈에 먼저 들어왔는데, 주차장 인근 언덕 쪽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아먹으며, 장난치는 듯한 모습이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덕분에 '여우를 보러 많은 사람이 달맞이에 몰린다'라는 건 과장된 말이지만, 그래도 주민들은 '달맞이에 여우가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졌다. 한 주민은 여우가 자주 앉아 쉬는 지정 바위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 A 씨는 "'산스장(산속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옆에 여우가 엎드려 있었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공원 곳곳 안내 현수막도 걸려있다. '여우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소리 지르지 마시오'. 여우도 마찬가지로 달맞이 공원에 익숙해진 것 같다. 9월 말이 될 때 까지 아직 달맞이 공원을 벗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 여우는 공원연구원에서 방사한 개체로 목에는 GPS 추적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위치를 특정하기 쉬운데, 국립공원연구원 측에 따르면 아직 달맞이 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지난 2일, 무모하지만 달맞이 공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우를 찾아보기로 했다. 여우를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서둘러 포획해야 한다고 하니 여우가 있는 장소를 제보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언덕 아래 산책길부터, 해월정, 달맞이 어울마당을 왔다갔다 거리며 3~4시간을 샅샅이 훑어봤지만, 여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달맞이 공원의 여우는 지난해 12월 방사된 후 강원도 동해시로 이동했고, 6월 초 해운대구 달맞이고개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한다. 이동 거리만 370km가 넘는다. 왕성한 활동량 때문일까? 여우 찾기가 쉽지는 않다. 설상가상으로 여우는 야행성 동물이라고 한다. 낮에는 땅굴이나 수풀 속에서 잠을 자다 해가 지면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9 to 6'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맹탐정과는 인연이 없는 동물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수 없이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제작진은 '달맞이 공원에 여우가 나타났다'고 최초로 언론사에 제보한 '캣맘'을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 밥을 먹는 여우

그는 자신을 달맞이 공원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캣맘'이라며 소개했다. 그는 "내가 여우를 발견해 신고했는데, 처음에는 고양이를 착각한 것 아니냐며 사람들이 믿지 않아 사진도 같이 보내줬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봤다. 한눈에 봐도 고양이나 개와는 다른 생김새다. 꼬리가 몸만큼 길며, 다리는 몸통에 비해 짧은 편이었다. 몸을 덮은 붉은 털은 윤기가 돌고 있었다. 기다란 주둥이 밑으로 목에 걸린 GPS 장치까지, 공연연구원에서 방사한 붉은 여우가 틀림없다. 그는 여우가 자주 나타나는 포인트를 알려주면서 맹탐정 일행을 안내했다.

공중화장실 옆 수풀, 보행 데크 아래 공간 등 그야말로 야생 동물들이 찾을 법한 장소만 알려줬다. 그리고 그 장소 대부분에는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다. 그는 "요즘 들어 고양이 밥그릇이 항상 깨끗하게 비어 있다"며 "고양이는 절대로 그릇을 다 비우는 경우가 없는데, 여우가 와서 먹고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우가 하루빨리 포획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양이 때문에 밥을 안 줄 수도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밥이 없으면, 배고픈 여우가 고양이를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일주일 뒤 다시 도전

이대로 포기하긴 이르다. 캣맘의 조언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여우를 만나러 나왔다. 날씨 운이 따르지 않는 것일까? 달맞이 공원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캣맘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추측건대, 여우는 몸이 젖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며 "항상 맑은 날에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돌아다니지 않고 달맞이 어울마당 인근에서 계속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느덧 해가 어둑어둑 사라졌고, 오후 8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캣맘이 알려준, 여우가 자주 출몰하는 바로 그 시간대다. 하지만 고양이만 지나다닐 뿐 여우를 만날 수는 없었다. 여우가 달맞이 공원에 없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때마침 공원연구원 관계자들을 달맞이 공원에서 만나게 됐다. 안테나 같은 모양의 막대기를 들고 달맞이 공원을 탐색하고 있었다.

공원연구원 관계자는 "GPS를 추적해보니 아직 달맞이 공원에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그들은 고양이 밥그릇 주변에 방수포를 설치해, 사람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관계자는 "포획 틀을 설치했지만, 고양이 사료 등 다른 곳에서 여우가 먹이를 먹는다"며 "일단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해두고 언제 여우가 나오는지 확실히 지켜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들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건결말>

결국 여우는 만나지 못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맹탐정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여우를 찾으러 돌아다니는데, 눈치 빠른 여우가 나올 턱이 없었다. 많은 전문가는 이 여우가 달맞이 공원에서 야생성을 잃을까 우려한다. 붉은여우의 주식인 들쥐 같은 동물이 충분하지 않은 반면, 곳곳에 길고양이 사료 등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냥 대신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지게 되는 셈이다. 또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달맞이 공원은 여우가 로드킬을 당할 위험도 크다. 국립공원연구원은 포획 틀로 여우를 잡는 데 실패하자, 캣맘들이 놓고 가는 사료 일대에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는 등 붉은여우의 행동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민에게도 여우를 만나면, 먹이를 주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달맞이 공원은 여우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붉은여우가 이곳을 떠나, 하루빨리 건강하게 살기 적합한 서식지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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