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 더 이상 불치의 병 아냐”
[베스트 닥터 & 베스트 클리닉]
③ 좋은강안병원 주영돈 부원장의 혈액질환 클리닉
혈액 속 혈색소 수치로 빈혈 진단
30분이면 간단히 골반뼈 골수검사
중·고령층 다발성 골수종 특히 위험
젊은 악성 림프종 환자는 이식 치료
표적치료제 개발로 백혈병 완치 가능
주영돈 좋은강안병원 혈액종양내과 부원장이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주영돈 좋은강안병원 혈액종양내과 부원장은 대한혈액학회 부울경 지회장과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연구회장을 역임했다. 해리슨내과학 및 혈액학 교과서 공동저자로 참여했고,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주제로 한 논문이 대한내과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어떤 질환들을 주로 다루나.
“혈액질환과 종양질환을 담당하는 과목이다. 혈액질환에는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 같은 양성질환도 있고 혈액에서 유래되는 악성 종양인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 같은 것들도 있다. 또 종양성 질환인 폐암,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 종양은 약물로 치료한다.”
-배우 안성기 씨가 혈액암에 걸려서 투병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종류의 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나.
“얼굴이 붓고 1년 이상 항암치료를 했고 가발을 쓰고 있다는 언론보도로 미뤄볼 때 혈액암이 확실한 것 같다. 개인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림프종, 골수종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고 백혈병일 가능성도 있다. 하루 빨리 완치되어서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혈액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빈혈인데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진단은 굉장히 간단하다. 외래에서 혈액을 2~3cc 뽑아 혈색소를 체크해 보면 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혈색소가 남성은 13g/dL, 여성은 12g/dL 이하로 감소되어 있을 때 빈혈로 진단한다.”
-철결핍성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등 종류가 다양한데 각각 어떻게 치료하나.
“철분 결핍성 빈혈이 가장 많다. 대개 여성의 경우 생리를 통해 혈액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빈혈이 많이 오고, 출혈성 위장관 질환은 종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영양 결핍성 빈혈은 비타민 B12나 엽산 결핍이 있는데 이런 경우 흡수 장애가 생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세포가 면역세포에 의해 파괴됨으로써 피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 골수이식을 해야 하고 고령자는 면역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생 불량성 빈혈인 경우 골수검사를 하게 되는데 환자들이 무서워 검사를 회피하곤 하는데.
“거의 다 회피하는데 검사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 환자들 중에 골수를 척추나 머리에서 뽑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골수검사는 척추뼈나 두개골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골반뼈에서 뽑아서 하기 때문에 고통없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시간도 20~30분 정도면 가능하다.”
-다발성 골수종은 피가 뼈를 공격해서 뼈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가끔 나이 드신 분들이 골프를 치다가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와서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에서 엉뚱한 치료를 하곤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별로 없고 움직이면 통증이 발생한다. 빈혈이 동반되다 보니 피로감이 잘 온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 병을 앓았는데 고령층에서 빈발하나.
“그렇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세이다. 젊은층 환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평균이 70세니까 중년층 내지는 고령층에서 대부분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치료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많을 것인데.
“뼈가 약해져 골절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항암치료 중에 항암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을 함부로 복용해선 안된다.”
-악성림프종의 주요 증상은.
“목이나 겨드랑이 서혜부에 종괴 같은 덩어리가 만져진다. 특징은 무통인데 통증이 있을 때는 다른 염증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양쪽에서 만져지고 열이 나거나 체중이 갑자기 줄어는 증상이 나타나면 악성림프종을 의심할 수 있다.”
-젊은층에서도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 치료법이 다르나.
“환자의 평균 연령이 60세 정도이지만 젊은 환자도 상당히 많다. 젊은 환자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고령층은 체력부담으로 이식을 하지 않고 유지요법을 선택한다. 약한 치료를 하면서 림프종과 친구가 되어 잘 지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구충제가 악성림프종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나.
“한 때 구충제가 바닥이 나서 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치료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났기에 복용을 자제해 주길 당부드린다.”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카티(CAR-T) 세포치료 주사제가 5억을 호가한다는데.
“면역세포 치료의 일종이다. 혈액에서 T림프구를 채취해서 암세포와 2주간 배양하면서 암세포를 충분히 인지시킨 후에 우리 몸에 다시 넣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전혀 치료가 되지 않았던 암에서 30~40% 효과를 발휘하는 획기적 치료제다. 일부 환자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백혈병은 흔히 어린이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노령층에서 빈발하지 않나.
“어린이는 위암이나 대장암 등이 없고 유일한 암이 백혈병이다. 평균 발병연령은 65~70세로 생존기간이 길어질수록 염색체 이상에 의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표적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아주 좋아졌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백혈병은 이전에는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생각했지만 글리벡이라는 기적의 표적치료제가 나와 만성골수성백혈병은 97% 완치가 된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도 나오고 있어 전체 치료성적은 60~70%에 이른다. 불치의 병이 아니고 완치로 가고 있는 병이다.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