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33. 부산에 온 아미들은 '이곳'에 간다?! 'BTS 성지' 총정리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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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방탄소년단(BTS)이 2년 만에 부산에 돌아온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라는 '목적'을 가지고 오지만, 어쨌든 그들이 다시 한번 부산으로 온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왜냐하면, BTS가 온다는 말은 그들의 팬덤 ARMY(아미)도 부산을 방문한다는 말이다.

‘아미’의 규모가 제대로 집계된 적은 없다. 다만 2022년 10월 기준, 유튜브 ‘BANGTANTV’ 구독자는 약 7090만 명, 인스타그램 ‘bts.bighitofficial’ 팔로워 수는 약 6816만 명, 트위터 ‘@BTS_twt’ 4754만 명, 그리고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 BTS 페이지 구독자는 1741만 명이다. 이정도면 일단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지 않을까?

감천문화마을에 그려진 정국과 지민. 두 멤버는 부산 출신이다. 감천문화마을 출신은 아니다. 감천문화마을에 그려진 정국과 지민. 두 멤버는 부산 출신이다. 감천문화마을 출신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미는 한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 아미의 ‘화력’은 한국만큼 강력하다. 특히 ‘미국 아미’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라디오 방송을 집중 공략해 BTS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계기가 됐고, K-POP 이 주류 문화가 되도록 이끌었다. 전세계 56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아미 센서스'에 따르면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에 있는 아미가 한국에 있는 아미보다 많다. 즉 아미에게 부산을 알리는 것은, 전 세계를 상대로 부산을 알리는 것과 같은 말이다.

BTS와 부산은 인연이 깊다. 맴버 중 부산 출신이 정국(전정국)과 지민(박지민)이다. 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BTS 성지’가 부산 곳곳에 존재한다. 정국과 지민의 발자취를 따라 부산을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국의 추억이 담긴 동네를 돌아볼 수 있는 '정국투어'. 정국의 추억이 담긴 동네를 돌아볼 수 있는 '정국투어'.

<BTS 정국의 부산 성지>

‘정국투어’를 떠나요

부산 만덕동에는 이곳 출신 맴버 정국의 이름을 내건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만덕동 문화해설사 곽종영 씨는 2019년 정국투어를 최초로 기획했다. 그는 “당시 부산 팬 미팅 콘서트로 많은 관광객이 만덕에 왔는데, 정국이 다녔던 초등학교 정문에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며 “아름다운 만덕동을 알리고, 정국의 추억이 담긴 곳도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투어를 기획한 계기를 설명했다.

투어 코스는 정국이 어린 시절 살았던 아파트에서 출발해, 백양중학교-레고마을-만덕도서관-은행나무길-백양초등학교로 이어진다. 정국은 백양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백양중학교에서 2학년 1학기까지 다녔다. 정국이 누볐던 그 길, 그 골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정국이 다녔던 초등학교. 리모델링으로 인해 정국이 다니던 시절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정국이 다녔던 초등학교. 리모델링으로 인해 정국이 다니던 시절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한 아파트 앞에서 곽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정국이 살았던 아파트”라고 말했다. 만덕동이 눈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 곽 해설사는 “정국이 보던 풍경과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팬심을 자극했다.

백양중학교에 도착하자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곽 해설사는 “‘아육대’ 출전 당시 정국은 계주에서 활약을 펼쳤는데, 어릴 때부터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정국에 빠삭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곽 해설사의 둘째 아들과 정국은 초·중학교 친구다. 그는 “같이 축구도 하며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며 “BTS 활동으로 바빠지기 전에는 정국이 부산에 오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총 54채가 있는 레고마을. 다 똑같아 보이지만 같은 모양의 집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총 54채가 있는 레고마을. 다 똑같아 보이지만 같은 모양의 집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정국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레고마을, 은행나무길 등 관광코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곽 씨는 “투어에 참여한 청소년에겐 자원봉사 시간도 준다”고 했다. 15일 출발하는 정국투어는 ‘1365 자원봉사포털’에서 신청 가능하다. 정국투어의 소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보랏빛으로 물든 ‘곱창쌀롱’

부산진구 연지동, 정국으로 가득한 곱창집이 있다. 입구부터 모든 게 다 보랏빛이다. 문을 열자 보라색 네온으로 장식된 포토존이 있고, 가게 모든 벽면이 정국과 BTS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사진 수를 세어보다 100장을 넘어가길래 포기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인형, 컵홀더, 텀블러 등 가지각색의 굿즈로 장식되어 있다. 대부분은 팬들이 두고 간 굿즈라고 한다. 압권은 ‘정국이 앉은 자리’라며 만든 포토존이다. 옆에 정국 사진이 놓여있어,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정국이 앉은 자리는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다. 정국이 앉은 자리는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다.

조윤재 사장은 “정국을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넘었다”며 “가게를 오픈했다고 하니까 지난번 콘서트 끝나고 나서 방문해줬는데, 그때 이후로 입소문이 나 아미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국은 식성이 좋아 모든 메뉴를 다 먹어봤고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곱창, 막창, 닭발, 갈비가 메인 메뉴인데, 이들을 한데 섞어 연탄불에서 볶아낸 세트 메뉴가 인기다. 연탄불에 구워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져 있어 매울 것으로 짐작했지만, 전혀 맵지 않았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아미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조 사장은 “코로나 전에는 유럽, 필리핀, 베트남 등 전 세계 아미들이 왔다”며 “이번 콘서트 덕에 예약 문의가 많아 14~16일 영업시간을 정오부터 자정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아미들이 안타까워서다.

연탄 불맛 가득한 곱창구이. 연탄 불맛 가득한 곱창구이.

< BTS 지민의 부산 성지>

APOBANGPO! 메그네이트

부산의 BTS 성지, 단 한 곳을 꼽으라고 하면 남구 대연동의 카페 ‘메그네이트’를 말할 수 있다. 이 카페가 성지가 된 이유는 뭘까? 대형 창고를 개조해 만든 것 같은 독특한 외관과 커다란 규모, 샹들리에와 원색 소파가 인상적인 화려한 인테리어 덕분일까?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은 지민의 아버지인 박현수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누가 봐도 잘 큰, 번듯한 ‘청년’을 보면 ‘부모님이 누굴까’라는 생각을 한다. 가수 박진영도 그랬고, 아미도 마찬가지다. ‘지민을 키운 사람은 누굴까?’ 처음엔 호기심에 이곳을 방문했을 것이다. 그러다 점점 입소문이 나고 ‘BTS 성지’로 굳어졌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거대한 공장같은 이곳. 카페로 쓰이기 전에는 실제로 창고 등으로 쓰였다. 거대한 공장같은 이곳. 카페로 쓰이기 전에는 실제로 창고 등으로 쓰였다.

카페 곳곳에서 지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쪽 벽면에는 지민이 활동 중에 썼던 모자로 장식되어 있다. 모자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게 필수 코스다. 카페 중앙 커다란 탁자 위에는 미국, 그리스 등 전 세계 아미가 놓고 간 선물로 가득했다. 그들이 남긴 편지에는 ‘APOBANGPO’라고 쓰여 있다. ‘아미 포에버, 방탄 포에버’의 줄임말이다. 왜 'F'가 아니라 'P'인지는 모르겠다.

지민이 활동 중 착용했던 모자. 지민이 활동 중 착용했던 모자.

지난 9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됐던 지민 초상화도 눈에 띄었다. 일러스트 작가 ‘리케이(Lee.k)’의 작품으로 지민의 아버지가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예술 작품으로 지민을 만나는 경험도 가능한 카페다.

메뉴 중 ‘퍼플레몬에이드’를 주문했다. 보라색이라 BTS를 상징하는 거냐고 종업원에게 물었지만, “특별한 관련은 없다”고 했다. 아무튼 BTS를 상징하는 보랏빛이 인상적인 레모네이드다.

지민을 그린 초상화. 지민을 그린 초상화.

지민이 맛집 맞나? ‘맛나분식’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 이름처럼 미로 같은 시장 골목을 헤매다 보면, 고소한 향기와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에 발길을 멈추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지민의 어린 시절 간식을 책임졌던 ‘맛나분식’이다. 30년이 넘은 오래된 곳으로 이곳의 주요 메뉴는 ‘계란만두’다. 잘 달궈진 철판 위에 불린 당면과 계란을 섞은 다음 밀가루 물을 묻혀 만두처럼 지져낸 음식. 부산에 15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다.

지민의 학창시절 맛집. 엄청난 가성비와 추억의 맛이 자랑인 곳이다. 지민의 학창시절 맛집. 엄청난 가성비와 추억의 맛이 자랑인 곳이다.

가게 사장 김수연 씨는 “지민이 중학생일 때 우리 집에서 많이 먹고 갔다고 하는데, 학생이 워낙 많이 와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중에 방송을 통해 지민이 먹고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맛도 맛이지만 이곳의 장점은 30년 전으로 돌아간 음식 가격이다. 떡볶이와 계란만두, 파전을 주문했는데, 다 합쳐 3500원이다. 학생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담백한 계란만두와 고소한 파전이 인기 메뉴다. 담백한 계란만두와 고소한 파전이 인기 메뉴다.

계란만두는 담백함 그 자체다. 간장에 찍어 먹거나 떡볶이 국물에 적셔서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계란 한 판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떡볶이는 많이 달지 않고 칼칼해 포장마차 떡볶이 생각이 난다. 부추와 파가 적당히 섞인 파전도 기름지지 않고 간도 적당했다.

김 사장은 “지민을 본 적은 없지만, 대신에 아미들을 정말 많이 찾아온다”며 “전 세계에서 찾아오고, 한번은 '일본아미'가 길을 못 찾아서 우리가 데리러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쉽게 찾는 방법이 있다. 서동미로시장에 있는 가게는 각각 번호가 붙어있다. 맛나분식의 번호는 ‘1-82’번이다. 이 숫자를 따라오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용문각에 있는 지민 싸인. 용문각에 있는 지민 싸인.

지민세트로 주세요 ‘용문각’

분식으로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금정구 회동동의 중국집, 용문각으로 가자. 이곳 또한 지민의 맛집으로, 어렸을 때부터 지민과 그의 가족이 함께 찾는 맛집이다. 한 자리에서만 30년 이상 장사를 했다고 하니, 지민의 맛집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유명한 동네 맛집. 가게 내부는 평범하지만 역시 한쪽 벽면은 지민을 중심으로 BTS 사진이 빼곡히 붙어있다. 지민의 싸인도 있는데, ‘추억을 지켜줘 감사하다’고 적혀있다.

지민이 앉은 자리에서, 지민세트를 주문했다. 유니짜장 2그릇과 탕수육, 군만두가 함께 나오는 구성이다. 야채와 고기를 잘게 다져 넣은 유니짜장은 간이 세지 않다. 과하게 달지 않아 물리지 않는다. 살짝 매콤한 맛도 들어있어 중화요리 특유의 느끼함이 없다. 면을 다 먹은 후 남은 소스에 밥까지 비벼 먹고 싶다. 탕수육도 간이 적당하다. 달콤한 소스가 ‘부먹’ 스타일로 나오는데,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바삭한 튀김옷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많이 달지않은 유니짜장.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많이 달지않은 유니짜장.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메뉴 이름 앞에 ‘전복’이 붙은 메뉴를 주문하면 완도가 고향인 사장님이 배송받은 국내산 전복이 들어간다. 용문각 어순익 사장은 “지민이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봤는데, 이 동네 살면서 우리 집 짜장면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평일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미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게로 끊임없이 들어왔다. 어 사장은 “일본에서 온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가 아미인 손님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이번 콘서트를 전후해 또 손님이 많겠다고 말하자, 그는 “콘서트 다음날 관광버스 1대가 예약되어 있다”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전시 중인 '이우환 공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전시 중인 '이우환 공간'.

+ RM, 뷔도 부산을 사랑해

부산 출신 멤버 정국, 지민 외에도 BTS에게 부산이라는 도시는 사랑받고 있다. 부산 곳곳 BTS 멤버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RM(김남준)은 미술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가 컬렉팅하는 작품과 작가는 높은 관심을 받는다. 윤형근·권진규 등 한국 미술계 거장에서부터 김우진 등 신진작가까지. 그의 예술에 대한 사랑은 폭넓고 다양하다. RM 발자취를 따라 아미들은 미술관을 투어하고, 전국의 아트페어에서는 MZ세대의 컬렉팅 열풍이 불었다.

부산에도 RM의 흔적이 담긴 곳이 있다.

RM이 써놓고 간 방명록. RM이 써놓고 간 방명록.

바로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마련된 ‘이우환 공간’이다. 이우환 공간 1층에서 RM이 2019년에 남긴 방명록을 볼 수 있다. 그는 ‘바람을 가장 좋아한다’고 적었다. 바람이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더 관심이 갔다. 2층에 전시된 바람 앞에 섰다. 점도 선도 면도 아닌 ‘붓질’이 이리저리 엉켜있다. RM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같은 작품을 보며 아티스트와 팬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RM은 2020년에는 한 번, 올해에는 두 번이나 부산시립미술관을 방문했다.

부산시민공원 뷔의 사진촬영 장소. 남문 근처 큰 정자 근처에 있다. 부산시민공원 뷔의 사진촬영 장소. 남문 근처 큰 정자 근처에 있다.

부산시민공원에도 BTS의 흔적이 남아있다. 2019년 공연 부산 콘서트 전후 멤버 뷔(김태형)가 방문해 인증샷을 남긴 게 화제가 됐다. 이후 그가 사진을 찍었던 장소가 포토존으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많은 팬이 그곳에서 서서 뷔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는다.

위치는 시민공원 남문에서 ‘시민마루’라는 큰 정자를 찾아 가면 된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이는 큰 정자다. 정자 주위 산책로 바닥에 포토존이 표시되어 있고 뷔가 섰던 자리에는 발자국 프린트가 찍혀있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사건결말>

부산은 '아미효과'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공연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구멍 뚫린 아시아드경기장, 공연날 바가지 씌우는 숙박업소 등 안그래도 '열정페이' 논란이 있는 콘서트에 아미들의 불만이 크다.

이번에 부산을 방문하는 아미는 약 10만 명이라고 한다. 아미들에게 부산을 '잘' 알리는 것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다.

BTS가 간 곳은 성지가 되고, 그들이 먹은 곳은 맛집이 된다. 부산 콘서트를 전후해 아미들이 즐길 수 있는 '부산의 BTS 성지'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제작=남형욱 기자, 이지민 에디터, 정윤혁 PD, 한승규·한재경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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