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액션·코미디도 좋다는 이영애 “윤여정처럼 ‘오스카’ 타고 파” (일문일답)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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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부산을 찾은 배우 이영애가 “액션이나 코미디 연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다 도전하고 싶다”며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스카(아카데미상)’를 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3일 오후 8시께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배우 이영애 ‘액터스 하우스’가 열렸다. 이 섹션은 BIFF를 찾은 배우가 관객에게 연기 인생과 철학을 들려주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영애는 올해 BIFF에서 한지민, 강동원, 하정우에 이어 마지막 게스트로 참석했다.

1990년 초콜릿 CF로 데뷔한 이영애는 영화 ‘봄날은 간다(2001)’, ‘친절한 금자씨(2005)’, ‘나를 찾아줘(2019)’와 드라마 ‘대장금(2003)’, ‘구경이(2021)’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꼽힌다.

다음은 진행자와 배우 이영애 일문일답.


-BIFF와 인연이 있다. 2004년 개막식에서 사회자를 맡았고, 양조위와 오픈 토크도 가졌다.

먼저 멀리까지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이다. 영화 개봉 때 인사를 드렸지만, 오로지 배우 이영애만을 위한 시간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한 시간일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많이 떨린다.


-올해 BIFF에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란 중책을 맡았다.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을 했는데 경험상 어려운 일 아닌가?

영화를 10편 이상 보면서 배우로서 많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열정적인 배우들 보면서 다시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일 결과가 발표될 텐데 여러분들도 폐막식까지 같이 자리해주면 좋겠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부산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SNS에 ‘셀카’를 올렸다. 인스타그램 말투와 스타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NS를 늦게 시작했다. 소통하고 싶었다. 서툴러서 놀림을 받아도 재미가 있더라. 오랜만에 부산에 기차를 타고 왔는데 심심했다. 그래서 뭐 할까 고민하다 SNS를 하니까 금방 도착했다. 어떤 팬은 ‘액터스 하우스’ 참석한다고 댓글을 달아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소소한 재미가 있는 거 같다. 자주는 못 하지만 그렇게 소통하고 싶다.


-오늘 이야기는 ‘구경이’로 시작하려 한다. 구경이 첫 방영 기준으로 곧 1주년이 된다. 어떤 1년이었나?

-혹시나 만약에 구경이를 보고 여기 오신 분이 있으면 난 성공한 거다. 요즘에는 달라졌다. 가족들과 식당에 가면 예전에는 대장금을 언급하며 사인을 받아 갔다. 그땐 엄마 아빠가 팬이라고 했다.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구경이 잘 봤다’고 이야기한다. 시청률을 떠나 OTT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데 큰 힘이 된다.


-1993년 드라마로 데뷔했는데 올해가 30주년에 가까워진다. 20~30년 뒤에 내 모습 상상해본 적 있나?

20대 때를 돌아보면 열심히 했다. 언젠가 결혼하면 공백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 돌아와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20대에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뿌리가 깊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뿌리가 깊으면 흔들림이 없으니까. 뿌리를 키우기 위해서 20대에는 작품을 많이 했다. 1년에 3~4개 작품도 했다. 20대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배우는 작품에 호출되지 않았을 때 연기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할 수 있다. 어떻게 꾸준히 일관되게 일과 휴식의 리듬을 잘 지켜왔나?

나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 분, 그 자리에 뿌리를 깊게 내린 분들은 마찬가지라 생각할 거다. 20대에 흔들림이 있고, 30대에도 있고, 40대에도 있을 테다. 자신을 위해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직업을 풍선 같다고 얘기한다. 풍선은 바람이 불면 계속 올라가는데 아무것도 아닌 침 하나에 크게 터질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깊게 뿌리를 박을 수 있는 심지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산책, 책, 여행 등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2005년 ‘친절한 금자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금자가 가장 지키고 싶고, 파괴하고픈 사람이 나란히 있는 장면이 있다. 이영애 배우가 클로즈업된 상태로 3분이 흘러간다. (해당 장면 감상한 후) 관객과 같이 보니 어떤가?

이런 기회가 있으니 너무 떨린다.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생각이 든다. 꿈만 같은 시간이다.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 피날레로 조명을 받았다. ‘친절한 금자씨’는 어떤 의미인가?

내가 서른다섯에 한 작품이다. 서른셋에는 대장금을 찍었다. 20대 때 1년에 2~3개 작품은 연기자로 갈고닦는 시간이었다면, 30대에 찍은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인으로 눈도장을 찍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작품에 꿋꿋이 매진해온 내게 하나의 선물 같았다. 모든 역할과 작품 자체가 소중하지만, 20대 때 열심히 해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고 조기종영한 작품도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런 작품은 아니고, 그동안 열심히 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게 큰 전환이 된 작품이다.


-‘친절한 금자씨’ 후반부에 총을 쏜 뒤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박찬욱 감독이 가장 추하고 예쁘지 않은 얼굴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하더라. 처음 도전하는 순간도 많았을 텐데?

감독님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너무 일그러진 거 아닌가. 오히려 반대로 상상할 걸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작품이라 그렇게 오랜 시간 테이크가 간지도 모르고 오로지 작품에 집중했다. 혼자 이끌어야 할 작품이니 제게 집중하느라 주변을 볼 여유나 에피소드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였다. 대장금 끝나고 다른 색깔 역할을 해서 그것에 대한 위험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책임감이 컸나 보다.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보면 박찬욱 감독은 이영애를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듯하다. 또다시 작업해보고 싶지 않은가?

어떤 배우든 당연히 다 하고 싶을 거다. 내가 모르는 디테일한 감정과 내 모습을 더 많이 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면서 놀라운 순간들도 많았다. 작품에 들어가면 데모 OST 테이프를 줬다. 클래식을 전달하며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음악으로 다가가는 게 새로웠다. 새로운 음악, 그림, 책이나 이런 걸 통해 ‘금자’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도록 시도하는 방식이 제게 참 재밌었다. 그런 시도들을 한 이후에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가죽 코트를 입은 ‘친절한 금자씨’가 ‘구경이’에서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돌아왔다. 금자가 혼자였다면 구경이는 여성 동료들이 있다. 김해숙, 곽선영, 김혜준 등 여성 배우들과 호흡이 남긴 건?

구경이 작품을 통해 내가 참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해가 될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출이나 구성 방식도 독특하고 이건 영화로 만들어야 할 거 같았다. TV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게 즐겁고 재밌었다.

여성 위주의 드라마가 나와서 많은 여성 분이 환호한 거 같다. 많이 화제가 됐다. 저도 대본집을 샀다.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친절한 금자씨 때는 붉은 눈화장, 구경이 때는 트레이닝복 위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머리가 떡진 모습이 화제였다. 특출난 외모를 가진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무너뜨릴 때 해방감과 쾌감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배우가 가진 장점은 그런 거 같다. 누구나 자기 안에 한 가지 색깔만 있진 않다. 보시는 분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고, 이미지가 뒤틀리는 캐릭터를 더 좋아해 주시는 거 같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카메라 앞에서는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지나고 보면 대장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친절한 금자씨’를 다음 작품으로 선택했다. 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를 하고, ‘구경이’를 했다. 배우로서 스스로 만족도도 중요한 거 같았다. 결혼하고 출산하고 배우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다. 관객분들이 아직도 절 찾아준 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봄날은 간다’는 아이코닉했던 작품이다. (엔딩 장면 감상한 후) ‘은수(이영애)’가 걸어가는 모습을 망원렌즈로 상당히 오랜 시간 보여줬는데 ‘상우(유지태)’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걸어갈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이건 비하인드가 기억이 난다. 원래 여자 주인공 은수가 앞모습, 상우가 뒷모습이 나오는 거였다. 그게 반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복잡한 ‘은수’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보다 뒷모습이 더 여운을 줄 거 같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은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회자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제안을 하니 바뀌었다. 그때 걸어가면서 뒷모습이지만 끝까지 은수의 입장과 감정에서 갔던 기억이 난다.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말을 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굳이 불러서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장면 등이 있다. 이 모든 디테일이 시나리오에 있던 건가?

허진호 감독님 스타일 자체가 현장 감각과 분위기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은 현장에서 많이 나왔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악수할 때 손을 수직으로 안 내밀고 묘하게 비스듬히 내는 건 이유가 있나?

그건 ‘상우’와 헤어지기 싫은 ‘은수’의 마음이었다. 그때는 ‘상우가 은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던 게 기억이 난다.


-‘봄날은 간다’ 이후 대중문화 현상처럼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회자가 됐다. 정확하게는 ‘자고 갈래요?’와 ‘라면 먹을래?’ 두 대사가 있었는데 합쳐져서 알려진 듯하다. 뜻밖에 회자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작품이지만 서서히 잊히는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예능 등에서 많이 인용하고 회자도 됐다. 사람은 가도 작품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소중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명대사로 남을지 생각을 못 했다. 현장에서 여러 뉘앙스가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남을 줄은 몰랐다.


-이영애 배우의 목소리도 한국 영화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느껴진다. 목소리와 말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대에는 잘 몰랐다. 그냥 열심히 매진해야겠다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내 목소리가 그런 건지 잘 못 느꼈다. 그 이후에 저를 보니 제가 목소리 톤이 이렇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목소리 톤도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고, 천천히 발음 연습도 했다. 전공이 연기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원 가서 공부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변화의 시기를 거쳤다. 지금은 목소리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고, 역할에 맞게 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찾아줘’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한 영화다. 배우는 연기하지 않을 때 내, 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결혼과 출산을 했다. 배우로서 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2006년에 심사위원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심사위원장이 ‘샬롯 램플링(Charlotte Rampling)’이었다. 제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분도 결혼 후에 슬럼프가 왔다고 했다. 배우, 엄마, 아내로서 간극에 대해 똑같은 고민을 했더라. 그 외국 배우도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걸 보고 롤모델로 삼기로 했다.

긴 시간이었지만, 배우에겐 죽은 시간이 아니고 자양분이 된 시간이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대하는 감정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깊어졌다. 다양한 결의 감정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만난 작품이 ‘나를 찾아줘’였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거기서 만났던 스태프, 미술감독, 의상감독, 분장감독 등이 ‘친절한 금자씨’를 같이 했던 분들이었다. 저를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어렵게 시간 내주셔서 같이 한 작품이라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나를 찾아줘’는 입봉하는 감독이었고, ‘구경이’도 작가의 데뷔작이다. 사람 그 자체를 동료로서 중시하고 눈여겨본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동료를 만나고 싶나?

이번에 BIFF 심사위원으로 많은 작품을 봤다. 배우 분들을 보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성실한 배우들이 많았다. 배우를 떠나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모든 사람과 어우러질 수 있는, 인간애가 모든 것에 밑바탕이 돼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

나랑 친하든, 그렇지 않든 오랫동안 배우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기쁘고 오래 같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 질문) : ‘구경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앞으로 배우로서 개인으로서 어떤 도전을 할지 궁금하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하고 싶은 게 많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요즘에는 OTT가 생겨서 지금 계약하면 내후년에 나온다고 하더라. 일단 빨리 계약하면 1년에 여러분을 한두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구경이를 해보니 액션도 재밌었다. 액션을 좀 하고 싶고, 코미디 연기도 증폭해서 하고 싶다. 하여튼 여러분께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스카’를 타고 싶기도 하다. 앞일은 모르지 않느냐. 그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로서 균형감을 찾는 게 참 중요하다. 가끔 기도할 때 아내, 엄마, 배우로서 3박자를 놓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게 목표다.


-(관객 질문) :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 캐릭터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접근하시나?

최근 작품 ‘구경이’를 예로 들면 제일 처음에 시나리오가 왔을 때는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제작자 분에게 날 선택한 이유를 들었다.

그런 다음 의상, 헤어 이런 걸 통해 계속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켰다. 감독님과 구경이 작품을 두고 1대 1로 대화하면서 이렇게 할지 저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구경이는 어떤 색깔일까 대입도 해봤다. 색깔로도 접근해봤고, 음악이나 미술로도 구경이를 생각했다. 어떻게 앉아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며 촉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그런 작업 과정을 거쳤다. 새롭고 재밌었던 거 같다.


-꼼꼼히 준비하는 배우인 것 같다. 준비 단계에서 소통하는 게 마냥 쉽진 않다. 사전 만남도 많아야 하고 품도 많이 든다. 결과만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과정 자체도 재밌다고 생각하는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직업이다. 자기만족이지 않은가. 자기가 만족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뭘 좋아할까 맞추면 본인은 힘들고 지친다. 관객은 단아한 이미지를 원할 거라고 생각해서 거기 맞추다 보면 배우로서 후퇴하는 게 아닐까. 모든 걸 다 맞출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좋아서 하는 과정이라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만족감은 배가 되는 거 같다.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참석한 배우 이영애. 안지현 인턴기자

-(관객 질문) : 작품 중에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와 혼연일체가 되거나 그 이상의 것을 화면에서 발현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

배우 입장에서 100% 만족하는 연기는 없다. 최근에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찾는 엄마를 그리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복수하는 새로운 면을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본 분들은 알 수 있겠지만, 나중에 복수하기 위해 형사를 찾아가면서 머리를 묶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저런 눈빛이었나 그런 생각을 했다. 각본대로 가는 게 아니라 감정에 솔직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표정이 나와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배우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이런 연기를 할 줄 몰랐는데 나중에 디테일한 모습이 보인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 저만 볼 수 있는 감정과 눈빛이 있다. 결혼 이후에 감정이나 눈빛에서 미세하게 떨림이 달라진 걸 알겠더라. 그래서 배우는 정말 오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날 불러주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작품을 기다리더라도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


- 2022년 BIFF에 왔으니까 연기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연기란 사랑하기 위해 다가가는 작업인 것 같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한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보는 그런 작업이면 좋겠다. 소통하는 작업이고 혼자만의 작업은 아닌 거 같다.

오래도록 나오지 않더라도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절대 게으른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는 배우로 나타날 수 있게끔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솔직히 좀 떨렸다. 자리가 비어있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한분 한분 눈맞춤을 하고 싶다. 터키에서도 와주시고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께 어떤 의미일진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여러분 곁에 남을 수 있는 따뜻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가끔 나오더라도 반가워해 주시라.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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