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코남] #34. 광안리 모래를 파면 나오는 이것은?!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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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조개를 잡으러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조개를 잡으러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사건개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새로운 즐길 거리가 생겼다. 준비물은 작은 삽 하나와 체력. 그리고 약간의 끈기만 있으면 되는 이것. 바로 조개잡이다. 광안리해수욕장의 모래를 파다 보면 조개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흔히 조개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나 남해 등 갯벌에서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광안리에서 조개를 잡는다는 게 뭔가 미심쩍은데. 만약 있다면 광안리에 있는 조개는 어떤 조개일까? 하다못해 그나마 서쪽에 있는 다대포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의문이 남지만 일단 직접 광안리해수욕장으로 나가봤다.


호기롭게 조개 잡이에 도전했지만… 호기롭게 조개 잡이에 도전했지만…

<현장검증>

오늘 저녁은 조개구이다

광안리 바다에 들어가 본 적은 있어도, 모래사장 위에 누워 태닝을 한 적은 있어도, 땅을 파헤쳐본 적은 없다. 작은 모종삽 하나를 손에 들고 광안리로 향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아니 조개 찾기가 시작됐다. 조개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중심부를 살펴봤다. 바싹 메마른 조개껍데기만 찾을 수 있을 뿐, 어디에도 조개는 없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기도 하고, 파도가 강하기 때문에 모래와 흙, 바닷물 등 퇴적물이 뒤섞인 갯벌이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이다. 이곳에는 조개가 살 수 없다.

조개는 광안대교를 기준으로 해수욕장 좌우 끝, 삼익비치 아파트 쪽과 민락동 횟집 거리가 가까운 모래사장에서 나온다. 이곳은 중앙부와 달리 어느 정도 모래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민락동 횟집 거리 근처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땅을 파보기로 했다.

모종삽을 들고 온 것부터 실수였다. 모종삽을 들고 온 것부터 실수였다.

조개는 사서 먹자

모래를 계속 팠지만, 조개를 쉽게 발견할 순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물때를 맞추지 못했다. 땅을 계속 팠지만, 곧바로 바닷물이 들이쳐 조개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땅을 깊게 파면 팔수록 물은 빨리 차올랐다. 무조건 깊게 파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대한 넓은 부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30여 분, 드디어 첫 번째 조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량조개로 추정되는 조개로, 크기는 성인 남성 검지손가락 두 마디 정도였다. 생각보다 씨알이 굵었다.

억지로 캐낸 광안리 조개. 억지로 캐낸 광안리 조개.

한참 땅을 파다 보니 맛조개 숨구멍으로 발견되는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언뜻 저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기다리면, 맛조개가 솟아오른다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바닷물이 들어와 구멍에 소금을 뿌릴 순간조차 없었다. 그때, 저 멀리 누가 봐도 전문가 포스를 내뿜으며 조개를 그야말로 주워 담는 고수가 눈에 들어왔다.


고수에게 도움을 얻기로 했다. 고수에게 도움을 얻기로 했다.

고수는 장비부터 다르다

고수 옆에 자리 잡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고수 근처에서 땅을 파면 쉽게 조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허탕이다. 오랫동안 광안리에서 조개를 채취해왔다는 그는 "지난번 태풍에 다 쓸려나가서 모시조개나, 개량조개를 발견하긴 어렵다"며 "맛조개를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수가 맛조개를 잡는 모습을 지켜봤다. 호미를 이용해 모래를 얕고 넓게 헤집었다. 파는 느낌이 아니라 헤집는 느낌이다. 그리고 맛조개 구멍을 발견하면, 바로 가느다란 쇠꼬챙이를 집어넣었다. 몇 번 구멍을 쑤시다가 재빨리 뽑아내니 갈고리처럼 휘어진 꼬챙이 끝에 맛조개가 걸려왔다.

구멍에 꼬챙이를 쑤시자, 맛조개가 뽑혀왔다. 구멍에 꼬챙이를 쑤시자, 맛조개가 뽑혀왔다.

모종삽 하나만 들고 왔던 손이 부끄러워졌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맛조개 꼬시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비다. 고수는 양동이를 반 정도 채웠는데, 불과 10분 만에 잡은 양이라고 했다. 그는 "옛날보다 조개가 많이 없어졌다"며 "최근에 조개 축제를 한다며 조개를 들이부어 그나마 좀 낫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서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불과 30여 분 만에 거둔 성과라고… 불과 30여 분 만에 거둔 성과라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면 된다

장비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물이 최대한 빠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시도했다. 땅속에 숨은 맛조개를 꼬시개를 이용해 꼬셔서 낼 수 없다면, 맛조개가 숨은 만큼 깊고 빠르게 땅을 파내면 된다.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구멍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땅을 더 깊게 팠다.

고수의 곁에서 맛조개를 캐는데 성공했다. 고수의 곁에서 맛조개를 캐는데 성공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다 헤집어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열댓 마리의 맛조개를 모종삽 하나로도 캘 수 있었다. 대신 온전한 상태의 맛조개는 드물다. 땅을 막 파 젖히다 보니 부서지거나, 알맹이만 남은 상품성 없는 맛조개가 대다수였다.

소박한 수확, 큰 행복. 소박한 수확, 큰 행복.

어린아이 손을 잡고 가족이 함께 조개잡이를 나온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채취한 조개 중 그나마 모양이 이쁘고 부서지지 않은 조개를 어린아이에게 선물했다. 용호동에 사는 주민 A 씨는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도 있고, 모래를 파며 조개를 잡는 것도 아이에겐 색다른 놀이"라며 "비록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아이와 즐겁게 지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오늘의 착한 일. 오늘의 착한 일.

<사건결말>

원산지가 '해수욕장'인 조개는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백합 조개나 개량 조개를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다. 대신 맛조개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제대로 된 도구와 요령만 있다면 한 양동이를 가득 채우는 것도 짧은 시간 안에도 가능해 보였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다 헤집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다 헤집었다.

광안리에 조개가 늘자, 지난 7월 부산 수영구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던 조개잡이 축제를 3년 만에 개최했다. 행사를 위해 조개류 약 1톤을 해수욕장에 살포하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광안리 조개에서는 패류독소 불검출. 중금속 함량은 기준치 이하라고 한다. 광안리 조개는 먹을 수 있다.

조개가 서식하는 깨끗한 바다 광안리. 이번주 아이들과 함께 조개잡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작=남형욱 기자, 정윤혁 PD, 이지민 에디터, 한재경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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