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특구에 오피스텔·생숙 웬 말”… 지역사회 반발 거세
옛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 난개발 우려
해안가에 수익형 부동산 시설 포함 비판
바다 조망 독식·해안가 교통 체증 우려
전문가 “시·구청 나서 엄격한 기준 제시를”
시 “심의 때 절차 따라 엄격히 살피겠다”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에 호텔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로 구성된 최고 44층 규모의 고층 복합건물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옛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에 호텔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로 구성된 최고 44층 규모 4동짜리 고층 복합건물(부산일보 10월 20일 자 1면 보도)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주거형 시설을 갖춘 고층 건물이 공공재인 바다 조망을 독식할 수 있는 데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해운대해수욕장 해안가 교통 체증 심화 등의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옛 그랜드호텔이 가진 특급호텔의 관광 기능이 대거 축소될 수 있는 만큼 관광특구에 부합하는 개발 방향을 정립해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부산지역 전문가들은 해운대구 옛 그랜드호텔 부지에 추진되는 고층 복합건축물 건립 추진 계획과 관련해 허가권자인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개발 계획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미 민간업자들은 해운대구 엘시티 사례처럼 부산의 해안가에 수익형 부동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려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중심경관지구는 특급호텔을 넣어 국가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지역인데도 정작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부산시는 사업자의 개발 계획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유일한 관광특구 해운대에 대한 명확한 개발 방향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관광특구인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특급호텔 대신 관광 기능과는 거리가 먼 오피스텔과 생숙 등이 포함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관광특구 지정 취지에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정춘희 부산경남미래정책 대표는 “사업자가 신청한 건축물 최대 높이 151.6m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90m 고도제한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토를 이용하고 개발할 때 공공복리 증진과 국민의 삶의 향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국토계획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말했다.
앞서 부동산개발회사 MDM플러스는 지난 17일 옛 그랜드호텔 부지에 복합용도건축물을 짓기 위한 건축 심의를 신청했다. 지하 8층, 지상 44층 오피스텔 3동과 지하 8층 지상 43층 규모의 호텔·생숙 1동 등 모두 4동으로, 오피스텔 468실, 호텔 195실, 생숙 125실로 구성된다. MDM플러스는 지난해에도 수익형 부동산 중심 개발 계획으로 건축 심의 신청을 했지만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지역사회 비판이 커지자 5개월 만에 자진 취하했다.
이후 사업자는 주거 시설인 오피스텔을 건축 계획에서 제외하고 새로운 개발 계획안을 짜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알렸으나 올 6월 지방선거로 관할 구청장이 바뀌자 돌연 호텔의 호실을 늘리고 동수를 2동에서 4동으로 바꿔 건축 심의를 다시 신청했다. 사업자 측은 경관 개선, 환경성, 공공성에 기여하는 건축 계획으로 부산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운용지침에 명시된 인센티브를 적용해 건물 높이를 법적 허용 최대치로 신청했다.
특히 사업자는 지난해와 달리 건축심의 신청서와 함께 건축 조감도, 위치도, 평면도 등의 심의 도서까지 제출하면서 강력한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규모로 건축 심의는 부산시가, 건축 허가는 해운대구청이 주관한다. 해운대구청은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부산시에 건축계획안을 올릴 예정이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오피스텔과 생숙이 많이 포함된 개발 계획안은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특구라는 해운대의 상징성과 도시 경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공공재인 해운대 해안가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장은 “과거 5성급 특급호텔이 운영됐던 부지였던 만큼 호텔의 기능이 축소되면 관광객 수용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부산시로 심의 절차가 넘어오면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엄격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